[인터뷰] '은하철도의밤' 박좌헌·정지우, "원작과 같지만 다른 작품"
[인터뷰] '은하철도의밤' 박좌헌·정지우, "원작과 같지만 다른 작품"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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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월 30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22년 가장 기대되는 배우 박좌헌 그리고 정지우

일본의 동화 작가이자 시인,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을 모티브로 국내 창작진이 창작한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이 지난해 11월 30일 개막해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은 2021 더블케이 드림 프로젝트의 네 번째 작품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 조반니가 둘도 없는 친구 캄파넬라의 도움을 받아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번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의 동명 제목의 원작인 소설 '은하철도의 밤'은 1980년대 센세이션한 인기를 얻은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당시 국내에선 '은하철도의 밤'과 '은하철도 999'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를 찾아 은하 철도를 타게 되는 소년 조반니 역을 맡은 정지우 그리고 조반니를 돕는 친구 캄파넬라 역을 맡은 박좌헌을 만났다.

다음은 창작 작품이었던 만큼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던 그들과의 인터뷰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사진 촬영을 제외하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음을 밝힌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박좌헌  안녕하세요. 서른이 되는 박좌헌입니다. 키는 178입니다. 다들 170에 6 정도로 보시지만 178이 분명하고요. 병원에서 쟀을 때는 179 정도 나오고, 몸무게는 지금 살을 좀 빼서 62~63kg 정도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캄파넬라 역을 맡고 있습니다. 너무 행복하게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정지우  안녕하세요. 저는 <은하 철도의 밤>에서 조반니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정지우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좌헌  저는 키랑 몸무게도 다 공개했는데요?

정지우  너무 많이 밝히면 좋지 않습니다.

Q.  그럴 수 있다.

박좌헌  맞아요. 그럴 수 있죠.

Q.  스물아홉, 아홉수는 잘 보냈을까.

박좌헌  이게 제가 닭띠인데, 닭띠가 삼재였다고 하더라고요. 스물일곱부터 스물아홉까지 삼재였다고 했는데 딱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잘 보냈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사실 제가 아홉수란 것도 모를 정도로 너무 바쁘게 지냈던 것 같아요.

Q.  그래도 잘 지내지 않았나 싶다.

박좌헌  너무 잘 보낸 것 같아요. 정말 빈말이 아니라 너무 잘 보냈고, 이번 작품도 만났고 좋은 배우, 사람, 관객분들을 만나서 아홉수를 잘 마무리한 것 같아요. 

Q.  지우 배우는 전작 <박열>을 할 때 보고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돼서 만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어떻게 참여를 하게 됐나.

정지우  이 공연은 올라가는 걸 알고 있기는 했어요. <박열> 공연을 하고 나서 회사에서 피디님이 대본을 주시면서 한번 읽어보라고 해서 읽었거든요. 너무 재밌었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바로 전작이었던 <박열>에서 맡았던 역할과는 완전 정반대되는 인물이기도 하고 눈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것도 2인 극이잖아요. 그래서 너무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기회가 주어져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박좌헌  저는 아무래도 회사에서 서로 잘 알고 있기도 하고 배우들을 많이 소개해 주고 하시거든요. 이번 작품은 우리 수로 대표님께서 저를 골라서 컨택을 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대본을 받아보고 나서는 사실 너무 재밌어서 바로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캄파넬라라는 인물이 이렇게까지 많은 역할을 해야 했고, 이렇게 까불어야 되는데 너무 가볍지는 않아야 하고 그래야 되는 것까지는 몰랐거든요. 처음 대본은 되게 잔잔했거든요. 그런데 본 연습에 들어가고 수정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인물이 됐어요. 

Q.  어떤 부분들이 달라졌을까.

정지우  저는 일단 조반니의 설정 자체가 달라졌어요. 원작 같은 경우에는 처음 시작하기 전에 한 번 읽어보고 나서는 다시는 안 봤어요. 원작과는 달라진 부분들이 있는 것도 있었지만, 원작을 보다 보면 배우로서 가져가야 되는 부분도 그렇고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관계가 조금 틀어질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두 인물의 관계에 집중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 시작하기 전에 읽었던 것 빼고 저만의 조반니와 레퍼런스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박좌헌  저도 비슷해요. 원작은 처음 참고만 했었고 오히려 이걸 계속 보고 있으면 더 헷갈릴 것 같더라고요. 원작에서 캄파넬라가 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 하다 보니 그냥 인물 이름과 작품 이름, 그리고 스토리가 같고 작품은 따로 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잔잔하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일본 영화나 소설을 되게 좋아하는데 이런 느낌이 강하거든요. 그래서 더 첫 대본을 그렇게 느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본 연습에 들어갔을 때 원작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죠. 잔잔하다고 보기에 너무 밝고, 희망찬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너무 힐링이 됐고요.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연습이 힘들었다고 들었다

정지우  아무래도 창작 초연인 작품 치고는 연습 기간이 짧았다 보니 빨리빨리 뭔가를 정하고 지나가야 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2인 극이기도 하고 대사도 많고 여러 역할들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조반니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그렇고 캄파넬라 역을 맡은 배우님들도 모두 다 베테랑이다 보니 그래도 금방 길을 찾았던 것 같아요.

박좌헌  저도 사실 대본을 때는데 느린 편이거든요. 그런데 연출님은 캐릭터를 잡아야 될 부분도 있고, 동선도 잡아야 하다 보니까 빠르게 대본을 놨으면 하시는 마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대본을 빠르게 놨었는데, 사실 되게 느린 편이에요. 가장 빠른 사람이 누구였냐고요? 옆에 있는 지우랑 상윤이 형님이요. 정말 빨라요. 상윤이 형은 정말 그냥 통째로 바로 외워버리는 스타일이시고 지우 같은 경우에는 살짝 과제를 완벽하게 해내오는 스타일이랄까요? 이번 연습에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할 겁니다라고 말하면 바로 다 완벽하게 만들어오더라고요.  저랑 리현이랑은 진짜 다리 찢어질 뻔했어요. 정말 미친 듯이 다 외워왔는데 앞에 서면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렇게 버벅대면서 끝냈는데 다음 순서가 지우랑 상윤이 형이었던 거죠. 그럼 완벽해요.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들었다랄까요. 그런 부분에서 전 조금 하드하게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연습하면서 유독 신경이 쓰인 장면이 있을까

박좌헌  저는 있어요. 캄파넬라가 조반니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다양한 인물이 되거든요. 어떻게 보면 한 끗 차이로 변화가 있는데, 조반니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정말 즐거워요. 놀라기도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상황 속에서 조반니라는 인물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의지를 갖게 해야 되는데, 연습하는 과정에서 제가 너무 텐션이 올라가서 저도 모르게 얘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걸 놓치고 저 혼자 재밌는 장면으로만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습을 하면서 저 혼자 매너리즘에 빠졌었어요. 그래도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본 공연에서는 그 웃음과 메시지의 선을 잘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 계속해서 경계하면서 웃긴 장면에선 웃을 수 있게, 그리고 진지한 장면에선 진지해질 수 있게 노력 중입니다. 

정지우  저는 아무래도 조반니라는 인물이 눈이 보이지 않는 역할이다 보니 그런 행동 하나하나에도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평소에는 앞이 안 보이지만 노래를 할 때와 캄파넬라가 말을 해주면 그걸 볼 수 있거든요. 그런 형식들을 관객분들이 봤을 때 헷갈리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가장 컸었고, 신경을 제일 많이 썼던 부분이에요. 그런 것들을 제 자신이 계산을 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들어선 정말 힘들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실 제가 공연을 하면서 많이 계산을 해 놓는 편이 아니지만 이번 공연을 하면서는 되게 잘게 잘게 쪼개놨던 것 같아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그런 디테일한 부분들을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극 중에서 둘 다 본인 역할을 제외하고 다른 역할도 함께 연기하지 않나

박좌헌  맞아요. 저는 일단 베이직한 건 캄파넬라가 조반니의 단짝 친구이지만 사실은 조반니의 아빠다 보니 조금 더 어린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듯이 톤과 연기를 비롯해서 걸음걸이나 리듬, 자세, 말투를 극대화하려고 했었어요. 그리고 극 중에서 조반니가 내가 다른 사람인 척 연기하는 걸 뻔히 알 것이라는 것도 알고 요. 큰 틀에선 아빠를 베이스로 잡았고, 다른 인물로 극에서 등장해도 아들에게 세상을 알려주는 걸 멈추지 않죠. 할아버지가 될 때에도, 푼수 같은 모습에서도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허리를 굽힌다던가 잔발로 걷기도 하고, 높은 톤을 쓰기도 하고 빠르거나 느린 걸음걸이를 보여주기도 하죠. 많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정지우  저는 자넬리랑 조반니 역할을 하거든요. 저는 두 사람 모두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자넬리라는 인물은 조반니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봤죠. 그런데 어쨌든 되게 다른 인물처럼 보여야 돼서 사실 처음엔 되게 막막했어요.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될지 모르겠었거든요. 그런데 죄책감이라는 주제에서 시작을 하니까 자넬리라는 인물이 보이더라고요. 조반니를 옥죄어오는 존재로 이미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조반니가 절대 될 수 없는 인물, 더 위협적이고 강하고 강렬한 인물을 만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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