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등급법 승인 받은 우리금융, 증권·보험 쇼핑 나서나
내부등급법 승인 받은 우리금융, 증권·보험 쇼핑 나서나
  • 서종열 기자
  • 승인 2021.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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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우리금융의 내부등급법 최종 승인
BIS비율 높아지며 2조 규모 여유자금 확보
증권·보험 비은행계열사 인수합병 나설 듯
우리금융그룹이 2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도입을 승인받았다. 지주사 출범 당시 모습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그룹이 2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도입을 승인받았다. 지주사 출범 당시 모습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그룹(회장 손태승)이 최대 20조원에 달하는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가 신청했던 '내부등급법' 도입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내부등급법은 금융지주나 은행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해 자기자본비율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내부등급법 도입을 승인받게 된 우리금융지주는 자기자본이 약 2조원대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계열사 레버레지를 포함한 실제 운영가능한 자산규모는 10배에 달하는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 1년4개월만에 100% 내부등급법 도입

우리금융그룹은 그동안 내부등급법 도입을 꾸준하게 추진해왔다.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NH농협 등 다른 금융그룹들과 달리 유일하게 표준등급법를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표준등급법는 은행감독 글로벌기관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정한 표준 가중치를 적용해 위험가중자산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우리금융그룹의 중소기업(비외감법인·개인사업자)과 가계부문에 한해 내부등급법를 적용하겠다고 승인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승인만 내줬던 셈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2일 외감기업들과 카드 모형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도입을 최종승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실상 우리금융그룹의 BIS비율(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게 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자산이 그만큼 여유로워진 것이다. 

우리금융그룹 지배구조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그룹 지배구조 ⓒ우리금융지주

실제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내부등급법을 도입할 경우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면서 BIS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BIS비율은 13.75%인데, 내부등급법을 적용할 경우 15%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BIS비율이 높아지게 되면 금융사는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 여유로워지게 된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이번 내부등급법 도입으로 최대 2조원대에 달하는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근거로 우리금융그룹이 실제 운영할 수 있는 자산을 가늠해보면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이란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 非은행 계열사, M&A 나서나

내부등급법 도입을 통해 BIS비율에 2조원대의 여유를 확보하게 된 우리금융지주는 향후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다른 금융그룹들과 달리 우리금융지주는 산하게열사에 보험사와 증권사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금융그룹의 순익구조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경쟁사 대비 극단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산방기 순이익 구성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전체의 90%에 달한다. 반대로 해석하면 우리금융그룹의 비(非)은행 게열사들이 우리금융지주의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금융그룹이 다른 금융그룹들과 제대로된 경쟁에 나서기 위해서는 비(非)계열사들의 순익 비율이 최소 30%까지 증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들의 순익 기여도가 최대 40~50%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은행 게열사들의 순익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높은 매출액과 순익을 낼 수 있는 비은행 계열사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그리고 증권사에 대한 인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보험·증권사 인수를 통한 게열사 확장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CFO는 지난 10월25일 3분기 실적공개와 함께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포트폴리오 라인업이 미완성인 상태"라며 "은행과 시너지가 높은 곳이 증권사인데, 제일 먼저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지주

변수는 우리금융지주의 과점주주들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그룹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27.22%를 IMM PE, 동양생명, 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에 매각했다. 즉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계열사의 사업강화에 나설 경우 과점주주들과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권 한 관게자는 "우리금융그룹 입장에서는 경쟁을 위해서는 비은행계열사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사업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과점주주들 역시 자신들이 투자한 우리금융지주의 가치가 높아지게 되는 만큼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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