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실패한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 '단계적 폐지'한다
매각 실패한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 '단계적 폐지'한다
  • 서종열 기자
  • 승인 2021.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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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홈페이지 공지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단계적 폐지' 발표
경쟁사 대비 높은 인건비와 노후화된 사업구조로 인수자 못 찾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예고에 씨티銀 노조 "결사반대" 투쟁 예고
금융당국 "조치명령 22일 사전통지, 폐업 인가 대상 여부도 검토"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증권신문DB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증권신문DB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한국씨티은행이 매각에 나섰던 소비자금융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이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25일 한국씨티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을 우선 순위에 두고, 다양한 방안과 모든 제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소비자금융 부분에 대해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한국씨티은행의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사업단순화 전략에 따라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부분의 전체 매각 및 부분별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의 매각전략은 모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대비 높은 인건비 구조와 비대면 채널 부문의 확장으로 인해 적절한 매수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00만여명에 달하는 소비자금융 이용자들의 불편과 임직원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아닌 사실상의 청산절차가 진행될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 금감원, 폐업 인가 대상 여부 검토 

한국씨티은행은 일단 소비자금융 부문에서 단계적인 폐지 의사를 밟힌 상태다. 사실상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 사업부문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고객이 있을 경우 은행은 사업을 접을 수 없다. 실제 2014년 단계적 폐지 방식으로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철수한 HSBC은행 역시 아직 소비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신속한 사업철수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사업철수와 관련한 정확안 일자가 공지되지 않았지만, 공지날짜가 확정되면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바로 중단된다. 

기존 고객들의 예적금과 대출, 카드, 신탁 등은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계약만기일(혹은 해지일)까지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다른 금융사로의 자산이전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출의 경우 다음달부터 다른 은행으로 갈아탈 경우(대환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된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부분의 단계적 철수 의사를 밝히면서 금융당국 역시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회는 "한국씨티은행에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조치 명령을 지난 22일 사전 통지했다"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내린 조치 명령은 은행이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 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등을 폐지 절차 개시 전에 금융감독원장에 제출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소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단계적 철수 이후 운영 방안을 사전에 승인 받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동시에 금융위는 한국씨티은행의 단계적 폐지 결정과 관련 은행법상 '폐업 인가' 대상에 해당되는지도 검토 중이다. 해당 내용은 27일 정례회의를 통해 조치명령 발동 여부와 함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 씨티은행, 인력 구조조정 나설 듯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 임직원들의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한국씨티은행은 이번 발표 이전부터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들과 무기전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 만큼(최장 7년) 기본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노조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특히 직위·연령 제한이 없으며, 최고 한도는 7억원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희망퇴직에만 최소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금융 부문 임직원이 2400여명에 달해 이중 절반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해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그러나 사측의 사업 폐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소비자금융 부문 직원들에 대한 고용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사업폐지부터 발표한 것은 희망퇴직을 강압적으로 유도하는 행위"라며 "졸속 청산에 결사반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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