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시시비비] 위드 코로나, 방역 아니라 경제가 문제다
[이원두 시시비비] 위드 코로나, 방역 아니라 경제가 문제다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마스크 없이 거리를 걷는 영국 런던 시민들

세계적인 대세는 ‘위드 코로나’(With Coeona)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인류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감염병에 대해 ‘박멸’이 아니라 ‘공존’을 택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린 결과다. 문제는 초기에 K 방역에 심취한 나머지 백신 확보에 소홀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던 정부의 백신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위드 코로나는 쉽게 말해서 일상생활의 복원이며 이를 뒷받침할 경제의 복원이다. 궁극적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준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여전히 방역에만 초점을 맞춘 거리 두기나 집회 제한에 매달려 있음을 본다. 경제대책의 뒷받침이 없는 위드 코로나는 결국 사상누각에 불과함을 여전히 깨닫지 못했거나 거기까지 발상과 능력이 미치지 못한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제자리걸음, 또는 백신 트라우마에 갇혀 위드 코리나의 시야를 넓히지 못하고 있는 동안 민간부문, 특히 기업인은 정답을 찾아 처방까지 제시하고 있음은 그나마 대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 기업군의 하나인 LG그룹의 구창모 회장은 지난 9월 30일 비대면 사장단 회의에서 ‘코로나 이후 기업경쟁은 재무지표보다 고객 가치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무지표 중시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경영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객 가치보다 후 순위에 두는 것은 기업경영의 원점부터 바뀌어야 비로소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는 지난 2년여 동안 이처럼 기존 가치관과 일상의 규범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음을 꿰뚫어서 한마디로 줄여 표현한 탁견(卓見)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경제는 소비 회복으로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까지는 반가운 일이지만 수요를 감당할 만큼 생산이 따르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경기 후퇴가 시작되었다. 이는 글로벌리제이션-개발도상국을 포함한 광범한 지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이른바 ‘21세기형 풍요’를 이룩한 국제분업, 서플라이 체인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다스의 손처럼 보였던 촘촘한 공급망이 코로나로 인해 요소요소의 매듭이 끊겨 반신불수가 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끊긴 공급망 복원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이 스스로 힘을 비축, G2로 떠오르면서 유발된 이른바 ’경제안보‘갈등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체계로의 전환은

방역의 초점을 확진자 수 관리에서

치명률 관리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는 소비 회복으로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가시권에 두고 있는 우리 나라는 어떤가.

'회색 코뿔소론'을 제시한 게 전부다

위험한 고뿔소가 회색일 때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비유적 경고이다.

한국 경제는 위기이다. 

정부 여당은 각종 규제 남발로 기업 괴롭히기를 능사로 삼고 있다.

이런 경제관을 탈피하지 못하면 위드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확립은 요원할 것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베트남 정부의 호치민 시 지역봉쇄로 3천 2백 34개 한국 기업이 조업을 중단했거나 철수위기를 맞고 있다. 신발, 봉제 등 노동집약 산업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부문도 부품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을 맞고 있다. 동남아에 진출해 있던 일본 기업 가운데 상당 부분은 본국으로 옮겨갔으나 우리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 각종 규제 때문에 U턴 기업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오직 베트남 등 현지 사정이 풀리기를 기다리거나 기업을 접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부품과 중간재 공급(생산)이 막히면 완제품을 생산하지 못해 모처럼 살아난 소비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고 생산 중단은 경기 후퇴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세계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걱정에 말려든 배경이다.

미국 유럽연합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까지 스태그플레이션 차단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런데 위드 코로나를 가시권에 두고 있는 우리 정부는 어떤가? 베트남 사태에서 보는 공급망 붕괴에 대해 이렇다 할 대증요법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거리 두기와 집회 규모를 정하는 데 힘을 쏟고 있을 뿐이다. 겨우 제시된 것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은 총재, 금감원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회색 코뿔소‘론을 제시한 것이 전부다. 위험한 코뿔소가 회색일 때는 그냥 지나칠 수 있다는 비유적 경고이기는 하지만 가계 빚, 특히 2030 세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대출 조이기를 대책으로 내놓은 것과는 어울릴지 모르나 공급망 붕괴에 따른 대책으로는 어딘가 이가 맞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한국 경제계는 부동산, 소득주도성장 등, 이 정부 실정(失政)에 따른 짐을 하나 더 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 여당은 각종 규제를 남발하면서 기업 괴롭히기를 능사로 삼는다. 이런 경제관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한, 위드 코로나는 일상생활 회복의 흉내는 낼 수 있을지언정 포스트 코로나로 이어지는 진정한 뉴노멀 확립은 요원할 것이다. 위드 코로나는 방역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임을 깨달을 때에 만 비로소 세계와 경쟁을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