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약정강요 너무 심하다
증권사 약정강요 너무 심하다
  • 장종수 기자
  • 승인 200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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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직에 월 20~30억 책정 … 미달땐 인사 조치도
증권사 직원들이 회사의 약정 강요에 시달리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의 증권사가 직급별로 약정액을 정해 이를 채우도록 압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내의 동원증권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사측에서 직급별 손익분기점을 만들어 이를 달성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대리급은 손익분기점이 수익기준으로 월 1억9700만원, 과장급은 2억5000만원으로 정해져 있으며 이를 한달 약정액으로 환산하면 20억원에서 25억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교보증권 노조의 관계자도 “ 회사측에서 대리급은 한 달 개인 손익분기점이 약정액 기준으로 25억원, 과장은 31~32억원으로 정해 이를 채우도록 독려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감독규정에는 약정 강요가 실적 위주의 영업을 부추겨 과도하고 잦은 거래( churning)를 유발할 수 있다며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증권사의 영업현장에서는 이같은 규정이 거의 사문화되고 약정할당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한달에 영업직 직원들의 약정액은 보통 15억원에서 30억원에 이른다. 이는 계좌에 예치해둔 금액이 아닌 실제 거래가 이뤄진 금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교보증권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약정할당을 할 수가 없지만 지점장을 통해서 손익분기점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상의 약정액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에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를 추진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직원에 대해 지점장이 직접 질타하고 심하면 사측의 인사조치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익증권 판매 등에서는 영업직에 대한 할당 등이 심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각 증권사의 펀드 판매 경쟁이 가열되면서 지점별로 펀드 판매 목표액을 할당하기도 한다. 최근 한 증권사는 지점별로 50억원의 자산관리 영업 목표액을 정해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개인별로 약정을 요구하는 것 이외에도 지점별 목표액을 할당해 직원들의 영업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모 증권회사의 한 직원은 “본사에서 광고비 등의 각종 비용을 지점수로 나눠 각 지점별 손익 분기점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점별 약정 목표가 정해질 경우 직원들은 개인별 약정액 달성과 지점 목표 달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 이 직원의 설명이다. 약정강요와 함께 증권사 직원들의 삶을 궁지로 내몰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성과급제도의 확산이다. 하나증권의 한 직원은 “ 대형증권사 7~8개를 제외하고는 지난 98년 이후 증권사들이 성과급 제도를 확대하면서 영업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약정할당은 온갖 부작용을 불러오는 증권업계의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따라 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오히려 갈수록 약정 강요는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약정액을 채우지 못한 직원들이 자신의 자금으로 매매를 해 거래 약정을 채우기고 하고 고객들의 계좌에서 잦은 거래를 유도하기도 한다. 또한 손실보장 약속을 해서 결국 분쟁이 생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같은 약정 강요는 증권사 직원들의 이직률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이버 거래의 확산으로 갈수록 증권사의 영업환경은 악화되고 있는데 증권사의 약정강요과 성과급 제도의 확산으로 증권인들의 생활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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