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시시비비] ‘공룡 테크기업’ 과의 전쟁, 첫승 올린 한국
[이원두 시시비비] ‘공룡 테크기업’ 과의 전쟁, 첫승 올린 한국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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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사업법’개정으로 구글과 애플이 강제하는 ‘인앱 결제’를 막은 것은 거대 공룡 테크기업과의 전쟁에서 한국이 세계서 첫 승을 올린 역사적 의미가 있다. 구글과 애플은 자사 플랫폼의 거대한 위력을 앞세워 입점한 개발사업자로부터 자사 결제 시스템 이용을 강제함으로써 매출의 30%에 해당하는 ‘통행세’를 수수료로 챙겨왔다. 이번 한국이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독점적 폐단을 차단한 것이다. 이로써 고객과 사업자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플랫폼 본연의 모습을 되찾음과 동시에 앱 개발과 콘텐츠 업계에 대한 갑질도 막게 되었다.

이른바 디지털 경제가 영토를 확장하기 시작한 이후 각국은 이들의 ’갑질‘방지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 노력은 대개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세금 부과의 현실화, 둘째 거대 IT 기업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국제적 공동 대응 체제 구축, 세 번째가 사례별 대응력 강화이다. 이번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인앱 결제‘강요를 차단한 점에서 사례별 대응력 강화에 성공한 첫 사례가 된다. 페이스북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끝에 서적 음악 동화 등의 콘텐츠를 열람하는 ’리더 앱‘의 배신 수수료 15~30%를 ‘회피하기 쉽게 하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범주에 들지만 한국이 관련법 개정을 통한 ‘강제력’을 높인 반면 일본은 기존법 운용의 유연성 확대로 협상력을 높인 점이 다를 뿐이다.

현실은 이미 디지털 경제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누구도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

공룡 디지털 업체의 횡포를 막으려면 국제적 연계도 중요하지만

인앱 결제 차단처럼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길을 찾아 넓혀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대응력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시대 흐름에

맞춘 역사적인 규제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사례별 대응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응, 세제 면에서의 통제와 정보력을 앞세운 부당한 요구에 대한 국제적 공동 대응은 각국의 이해가 엇갈려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과 유럽의 스마트 폰 앱 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단체가 거대 IT 기업의 시장독점 대책에 공동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앱 사업자 등 80여 사가 중심이 된 모바일 콘텐츠 포럼(MCF)이 유럽 게임 개발자 연맹(EGDF)과 협력, 거대 IT기업에 대한 규제나 그들의 로비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도 변화의 한 단면이다. 미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을 다시 제소했으며 유럽연합의 유럽위원회는 거대 IT 기업이 자사 서비스 우대행위를 금지, 고액의 제재금 부과에 나선 것도 성과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것은 세제를 통한 통제이다. 이미 지난 번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법인세 최저 세율에 합의함으로써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에 쐐기를 박은 효과를 올린 것은 획기적인 변화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업소, 공장 등 물리적인 거점이 없더라도 소비자와 유저를 통해 사업이익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가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디지털 과세’는 여전히 논란 단계에 머물고 있다. 1928년에 성립, 지금까지 공통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항구적인 시설이 없는 곳에서는 과세할 수 없다’는 국제 과세 원칙 변경과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G20은 2022년 중에 다국간 조약을 통해 2023년부터 디지털 과세를 하기로 합의한 바는 있으나 가능성은 극히 낮다.

각국이 IT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은 급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경제가 고용, 분배에 별다른 파급효과가 없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성기 미국 GM 자동차는 고용자가 5천 명이었던 데 반해 아마존은 겨우 1천 명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분배율(창출한 부가가치에서 급여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년대 자동차업계는 70%였으나 2019년 IT 서비스 업은 33%에 지나지 않는다. 그 차이는 무려 5백 70억 달러에 이른다. 이른바 ‘사라진 부 500억 달러’라는 비판받는 이유이다. 이는 분배 왜곡으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난과 비판을 쏟아내더라도 현실은 이미 디지털 경제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누구도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 공룡 디지털 업체의 횡포를 막으려면 국제적 연계도 중요하지만 인앱 결제 차단처럼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길을 찾아 넓혀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대응력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시대 흐름에 맞춘 역사적인 규제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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