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왝더독(Wag the Dog)'이란 말로 유명한 이 용어는 본래 정치권에서 사용됐다. 정치인들이 불미스런 행동이나 부정행위로 비난받을 때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막을 치는 행위를 의미한다. 경제분야에서는 선물매매(꼬리)가 현물 주식시장(몸통)을 뒤흔드는 현상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왝더독'이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는 재벌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총수일가가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거대한 대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71개 기업집단의 주식소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가 3% 남짓한 보유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71개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을 분석한 결과다. 내부지분율은 계열사 전체 자본금 중 동일인(총수) 및 친족, 임원, 계열사, 비영리법인 등이 보유한 주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공정위가 지정한 71개 대기업집단 중에서 동일인(총수)이 있는 곳은 60개다. 이들 60개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8%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총수 있는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 중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은 불과 3.5%(총수 1.6%, 친족 1.9%)라는 점이다. 전년 대비 총수일가 지분율이 0.1%p 더 감소한 것이다.
이는 결국 총수 일가가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대기업집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룹 내 지배구조의 정점을 담당하는 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전체 게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와 시민단체들이 꾸준하게 지적해왔던 사익편취 논란도 더 심화됐다. 사익편취 규제대상기업이 늘어났고,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60개 기업집단 소속 2421개 계열사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265개사(10.9%)로 지난해(210개사) 대비 55곳이 늘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총수일가의 보유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사의 경우 20%인 회사다.
여기에 총수일가 지분이 20~30% 사이인 '상장 사각지대 회사'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또는 상장 사각지대 회사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를 따로 분석한 결과 무려 444곳으로 전년 대비 56곳이 증가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