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뮤지컬배우 박란주 "뮤지컬 '판', 당연히 해야죠"
[더인터뷰] 뮤지컬배우 박란주 "뮤지컬 '판', 당연히 해야죠"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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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박란주, 이덕 그리고 뮤지컬 '판'
"코로나 시대 아쉬움 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봐주시는 관객분들 있기에 힘내"

 

달 그림자 지고 나면 어두운 방 안에 작은 불을 켜
밤새도록 책을 펼쳐옮겨 적어 제목 없고 표지도 없는 책들을

난 이세상에서 달 아래 그림자로 살아갈 뿐이지만
난 뜻이 있어도 그 뜻을 펼치지 못한 채 살아갈 뿐이지만

소설 속 주인공은 달라 그들은 그림자로 살지 않아
세상을 읽고 배우며 그 뜻을 펼치며 살아가

그림자에 가렸다고 저 달이 보이지 않을까
내가 보고자 하는 소설은 내가 쓰고자 하는 세상은
밝게 빛나는 저 달처럼 밝은 꿈 같은 곳

 

- '달 그림자' 中 -

국립정동극장의 레퍼토리 뮤지컬 <판>이 3년 만에 돌아왔다. 

뮤지컬 <판>은 양반가의 자제 달수가 어느날 우연히 마주친 여인 이덕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되면서 그를 따라가다 매설방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금지된 이야기'에 빠지게 된다. 전기수(소설을 읽어주고 돈을 버는 직업)가 읽어주는 소설을 필사하는 필사꾼 이덕에게 반한 달수는 전기수가 되고자 최고의 이야기꾼 호태의 뒤를 쫓아가면서 극이 진행된다.

본지는 올해로 세 번째로 작품에 참여한 뮤지컬 배우 박란주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말하고 있는 이번 작품 <판>과 작품 속 인물 이덕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첫 공연을 프레스 콜로 시작을 하게 됐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프레스콜이란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박란주  제가 프레스콜이나 네이버 생중계, 이런 어떤 공연을 하게 될 때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하자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공연 같은 경우에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전막 시연을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더 부담이 없었어요. 만약에 장면 별로 끊어서 간다고 했으면 오히려 더 부담이 됐을 거예요. 왜냐하면 장면마다 집중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까 흐름이 끊겨서 더 어려워지거든요. 그래도 전막 시연이다 보니 공연 리허설을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또 공연을 해봤었기 때문에, 물론 그게 몇 년 전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한 어떤 이해도는 조금 그래도 있는 편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덜 긴장한 채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 작품을 정말 좋아하지 않나. 

박란주  네, 맞아요. 아무래도 개발 과정, 리딩부터 해왔었던 작품이다 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판을 하면 박란주를 떠올려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재연 말고는 다 참여를 해서 애착이 있는 작품이죠. 

Q.  이번 시즌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박란주  사실 작년에 올라가기로 했었던 작품이었거든요. 상황이 안 좋아서 미뤄졌었는데 올해 올라간다고 했을 때 '당연히 해야지' 약간 이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작년에 하기로 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그리고 늘 같이 했었던 배우들이 다 이야기하기를 우리 이건 꼭 같이해야 된다고 해서 약간 말하지 않아도 암묵적으로 당연히 참여해야지 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어떤 물리적으로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당연히 해야 되는 거 아니야 하는 게 있어요. 이제는 그런 마음으로 참여를 하게 된 것 같고, 사실 만드는 과정에서 다들 고생을 하기도 했어고, 작품에 그리고 각자의 인물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만들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다들 어떤 애착이 생기고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다른 일정이 있지 않는 한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저도 아직은 내가 이 작품은 하고 싶다는 마음, 욕심이 있어서 그래서 하게 된 것 같아요.(웃음)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그만큼 좋아하고 의미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박란주  네, 너무 행복해요.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매일 공연마다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든요. 최근에 올림픽을 보셨잖아요. 그럼 막 어떤 평소에 한국 스포츠에 크게 생각이 없더라도 보게 되고 응원을 하게 되잖아요. 이 작품을 하면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제가 뛰는 것 같이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것처럼 그런 강한 열정이 느껴져요. 그래서 힘들어도 또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합도 다들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박란주  맞아요. 따로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받쳐주고 이어가주고 그런 게 있죠. 사실 이 작품은 배우 개인의 어떤 능력을 드러내는 작품은 아니거든요. 어떤 배우가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고 한다고 해서 막 와 저 배우 너무 잘하고, 돋보여라고 느껴지는 구조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강조되고 멋있어 보이는 부분이 있죠. 그렇지만 그 이외에 앙상블과의 호흡이랑 연기, 하모니가 중요한 작품이거든요. 다들 뭐 베테랑 배우들이다 보니 자기 장면은 당연히 거뜬해 해내야 되는 게 돼버렸고 이제는 뭐 저만 잘하면 되지 않나 싶어요.(웃음) 

Q.  세 번째 시즌을 함께하는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박란주  맞아요. 이렇게 많이 참여한 작품은 <판>이 처음이죠. 

Q.  초연 때의 인물과 지금 연기하고 있는 인물이 많이 달라졌을까 

박란주  많이 달라졌어요. 원래는 덕이가 양반집 딸, 아씨였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답답한 삶을 살아가고 뭔가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었고, 또 그 시대의 여자는 일을 할 수 없었거든요. 일을 하면 안 되는 시대였었죠. 거기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정말 곱디고운, 꽃같이 자라온 인물이었는데 트라이 아웃을 거치면서 초연 때 인물과는 다른 양민의 딸, 그리고 필사를 하는 필사쟁이 역할로 디벨롭 됐어요. 그러면서 그 인물이 자기만의 의지와 꿈이 있는 캐릭터로 조금 더 도드라지게 바뀌었고, 이번 <판>에서는 연출님께서 요구하신 게 조금 더 그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강단 있게 맞설 수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삼연 때까지만 해도 제가 연기했던 덕이는 조금 그 시대에서 핍박받는 모습이 많이 비쳤다면 이번에는 그것들을 다 이겨내고 딛고 일어나려고 하는 조금 더 강단 있고 밝은 이미지로 표현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지금 연기하고 있는 덕이는,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시대 상에 딱 어울리는 인물인 것 같다.

박란주  맞아요. 그래서 오히려 연기를 하는 게 더 편하더라고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사실 어느 순간부터 나이를 먹었으니 결혼해야지, 나가기 싫다면서 집에만 있을 때도 있었는데, 그런 어떤 순리를 받아들이고 살아가기보다는 일할 수 있을 때 일해야지, 그리고 결혼이 다야?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결혼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하면서 저의 삶에 더 집중하려고 하는 그런 저의 모습들이 조금씩 담기고 있지 않나 싶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몇 장면을 제외하고 계속 무대 위에 있는 것 같았는데

박란주  네, 맞아요. 뒤에서 열심히 까불고 있죠. 뭘 하고 있느냐면, 사실 연출님께서 잡으셨던 콘셉트가 연희 놀이패였어요. 그러다 보니 무대 위나 객석 간의 거리감을 없애는데 중점을 뒀었죠. 그래서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있다고 하지만, 연기하거나 노래하는 배우들 이외의 배우들은 무대 위지만 한 명의 관객이 돼서 같이 즐거워하고 웃고, 울어요. 그리고 같이 흥을 이끌어내기도 하죠. 사실 그래서 정말 아쉬워요. 지금 이 코로나 시대가 주는 단절감이 정말 슬프더라고요. 사실 정말 이 작품, 우리 작품은 어떻게 보면 씨름장이나 놀이 판, 서양의 서커스같이 크고 둥근 공연장에서 배우와 관객 간의 격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같이 슬퍼하고, 저 장면에서 저 배우들을 보면서 "아니,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아유, 저런 안돼!" 하면서 소리쳐도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그런 공연이라서 아쉬움이 많아요. 언젠가 같이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겠죠..? 

Q.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올라가야 하지 않나

박란주  글쎄요. 체력이 받쳐준다면, 불러주신다면 하고 싶습니다.(웃음)

Q.  체력이 많이 필요한 작품인가

박란주  보시기에는 어떻게 느껴지실지 모르겠는데, 정말 에너지가 없으면 장면 장면에서 그 흥을 돋울 수 없는 작품이거든요. 작품에서 인물들이 말하고 있는 메시지가 있는데 그 메시지들에 객석에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에너지로 이끌어내서 표현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연출님께서도 우리가 진지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경우 그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전달하고, 재밌는 장면에서는 그만큼 즐거운 에너지를, 진지한 부분에서는 호흡을 잡고 전달에 충실하게 해보자고 계속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리고 무대에서 무대 전환을 배우들이 다 하거든요. 극 중에 봉이 하나 있는데 그게 정말 무거워요. 정말 웨이트가 따로 없더라고요. 저희끼리도 이 작품을 하면서 근력과 유산소를 한꺼번에 한다고들 이야기하는데, 그렇다 보니 체력 관리에 더 힘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챙겨 먹는 영양제 같은 게 있을까

박란주  일단 비타민이랑 몸에 좋은 영양제는 정말 신경 써서 챙겨 먹고 있어요. 사실 저는 제가 이렇게까지 영양제나 이런 비타민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집착하게 될 줄 몰랐는데, 요즘 들어 언니나 오빠들이 했던 말들이 와닿았다랄까요. 이 작품을 하면서 특히나 더 체력에 대해서 신경 쓰고 있습니다. 공연 전에도 절대 굶지 않아요. 무조건 배를 채우고 공연에 들어가고 있고, 먹는 것도 정말 신경 써서 먹고 있어요. 다이어트요? 공연하고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공연 끝나고 집에 가면 그냥 앓아눕거든요. 쉴 수 있을 때 쉬는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웃음) 아, 그러고 보니 다른 배우들도 이제 다들 좀 집착적으로 챙기고 있는 것 같아요. 쉽지 않은 공연입니다. 정말 보여드릴 수 있으면 백스테이지를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거든요. 너무 분위기도 좋고 파이팅도 넘쳐요. 연습할 때 쉬는 시간이 되면 다들 누워있어요. 연습이 비는 시간이 되면 다 누워있고 마지막에 누울 사람이 "소등하겠습니다"라면서 불을 끄면 다들 누워서 한숨 자고 일어나서 체력 보충하고 연습하고 했었죠.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박란주  아무래도 이번 작품을 함께하게 된 종환 오빠가 격리가 됐던 적이 있거든요. 정말 원격으로 우리가 공연 연습하는 걸 보면서 혼자서 익히고 2주 만에 돌아왔는데 그때 처음 돌았던 런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요. 너무 충격적이었던 게 오빠가 너무 잘하더라고요. 정말 무너가 그 영화 <올드보이>의 최민식 선배님처럼 얼마나 혼자서 연습을 했는지 너무 잘했어요. 봉 위치도 사실 직접 만지고 움직여 가면서 해도 처음엔 어려운데, 첫 연습인데도 정말 위치도 잘 맞추시고 장면 전환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틀리지 않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연습을 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괜히 연륜이 있는 게 아니고 선배님이 아니구나 싶었던 일화입니다.

Q.  원종환 배우도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박란주  맞아요. 너무 컸을 거예요. 아무래도 다른 배우들은 이미 여러 차례 이 작품을 거쳐갔었는데, 그래서 연습을 하면서 묻거나 찾아낼 수 있는 디테일한 부분들이 많았을 텐데 그걸 할 수 없었던 시간이었잖아요. 그래서 정말 마음이 무겁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두 명의 달수는 어떤 느낌인가

박란주  일단 지철 오빠는 되게 재기차기할 때 재기 있잖아요. 그 재기 같은 느낌이에요. 정말 가볍게 몸도 잘 쓰고 팔랑팔랑 이리 튀고 저리 튀어가는 지철 오빠의 달수는 처음엔 뭔가 가볍고 철없는 양반의 자제 모습이 잘 드러나요. 그런데 우리가 재기를 찰 때 처음엔 쉽다가도 나중에 가면 힘들잖아요. 지철 달수도 후반부로 가면서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모습들이 또 더 돋보여서 재밌고 그래서 관객분들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제윤 오빠는 뭔가 조금 묵직한 심지가 있는, 굴렁쇠 같은 달수인 것 같아요. 물론 돈으로 산 양반집의 자제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만 아버지의 말도 되게 잘 따르는 아들이었죠. 양반의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을 했을 것 같은데 결국에는 진짜가 뭔지를 알게 된 이후로 변화가 필요하다 느낀 이후로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느낌, 그런 뭔가 묵직함이 제윤 달수인 것 같아요.

Q.  포기할 수 없는 넘버가 있다면

박란주  당연히 저희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새가 날아든다' 아닐까요? 이 곡을 위해서 달려온 거거든요. 달수가 솔로 곡으로 시작해서 달수의 곡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말 새가 날아들듯이 배우들이 하나둘 붙으면서 합창곡으로 끝나는 곡인데, 민중들이 하나둘 모이는 것처럼 뭔지 모를 두근거림이 있는, 울림이 있는 곡인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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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절대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박란주  네, 맞습니다. 정말로 공연을 보시다가 주무시더라도, 이 곡이 시작했을 때 딱 일어나셔서 이 장면, 넘버를 보고 들으시면 우리 공연은 다 본 거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제가 부른 '달그림자' 라는 노래도 좋지만, 이 곡은 정말 꼭 들으셔야 합니다.

Q.  '달그림자'라는 넘버는 의미가 남다른 곡이지 않나

박란주  좋은 곡이지만, 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그 타이밍에 갑자기 발라드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처음 들으시면 "아니, 왜 저렇게 갑자기?"라면서 주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새가 날아드는 저 장면, 그냥 소리만 들으셔도 잠에서 깨실 거라고 생각하고, 공연을 다 보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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