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64화- 누드 배우와 관객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64화- 누드 배우와 관객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1.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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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모델 노릇하다가 서로 썸 타게 되어 옷을 벗을 수도 있지.”

내가 의견을 말하자 한영지가 씩 웃었다.

“그래서 물어 보았어요. 엄마도 아저씨한테 누드모델 한번 해보라 하지.”

“그랬더니?”

“그랬더니. 좋아요. 사모님이 내 진솔한 모습을 화폭에 담으시겠다면 기꺼이 누드모델 하겠습니다라고 하더래.”

“누드 그림 그린 것 봤어?”

“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모델이 벗는다고 화가도 벗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ㅋㅋㅋ. 하긴 그렀네.”

한영지 같은 여자 연기자가 누드로 관객 앞에 서면 굉장한 관심을 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선뜻 찬성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한 번도 보지 못한 한영지의 누드가 대중 앞에 공개된다

는 것이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더구나 리허설 할 때는 무수한 연출

스태프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할 것 아닌가.

나의 심장에 질투의 불꽃이 갑자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연극인데?”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뮤지컬로 바꿔서 기획한 거예요.”

나비부인은 다른 나라에서 가끔 누드로 출연하는 장면이 있긴 했지.

2005년 런던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밍겔라라는 감독이 연출한

나비부인에서는 여자 연기자가 완전 누드로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 이야기를 더하지 않고 미스터리로 남겨 두었다.

“누드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저 다음 작품에 누드 역할이 있는데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누드로 출연한다고? 무슨 연극인데?”

나는 그 말에 귀가 쫑긋해졌다.

한영지 같은 여자 연기자가 누드로 관객 앞에 서면 굉장한 관심을 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선뜻 찬성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한 번도 보지 못한 한영지의 누드가 대중 앞에 공개된다는 것이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더구나 리허설 할 때는 무수한 연출 스태프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할 것 아닌가.

나의 심장에 질투의 불꽃이 갑자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연극인데?”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뮤지컬로 바꿔서 기획한 거예요.”

“나비부인은 다른 나라에서 가끔 누드로 출연하는 장면이 있긴 했지. 2005년 런던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밍겔라라는 감독이 연출한 나비부인에서는 여자 연기자가 완전 누드로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던데...”

내가 옛날 신문에서 읽은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중반 ‘미란다’라는 연극에서 여자가 완전 누드로 출연해 큰 파문을 일으켰어요. 그때 관객이 연극을 즐기려고 온 것이 아니라 여자 누드 보러 그렇게 많이 몰려들었대요.”

“나는 그런 건 별로 권할만하지 않은데...”

“역시 거절 하는 게 옳겠지요?”

“누드 배우를 찾는다면 한영지만한 몸매를 가진 배우가 없겠지만.”

“아이, 선생님도 부끄럽네요.”

쾌활하고 거리낌 없는 성격의 영지도 부끄럼을 탈 때가 있는 모양이었다.

“거절하겠어요. 예술이 아닌 호기심을 팔 생각은 없으니까요.”

우리는 마주 보고 한참 웃었다.

“남자들이 누드로 나오는 오페라나 연극도 많아.”

“맞아요. 우리나라에도 몇 번 있었어요. 저는 한 번도 못 보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남자들이 누드로, 아니 나체로 가장 많이 사는 곳이 어딘지 알아?”

“예? 그런 데가 있어요?”

“응.”

“어딘데요?”

“ㅋㅋㅋ. 전라남도.”

“아이 선생님도.”

한영지가 주먹으로 내 어깨를 쳤다.

하나도 아프지 않고 귀여웠다.

“이제 저 리허설 하러 가야 해요. 선생님 어디서 내려드려요?”

“지하철 역 있는 곳이면 아무 데라도 좋아.”

나는 종로 3가 역 입구에서 내렸다.

내 마음 같아서는 종일 한영지와 함께 시시덕거리고 싶었다.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웠다.

내가 한영지의 차에서 내리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곽정 형사였다.

“지금 어디?”

“종로 3가역인데.”

“그럼 3호선 타고 한국바이오 회사로 좀 올 수 있을까?”

“좋아요.”

내가 변하진 회장 사무실에 갔을 때 뜻밖에도 그곳에는 유성우가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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