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vs 임금인상...딜레마 빠진 HMM
공적자금 vs 임금인상...딜레마 빠진 HMM
  • 서종열 기자
  • 승인 2021.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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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Q 매출액 2.9兆 영업이익 1.4兆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 
25% 임금인상 요구한 노조, 사측과 견해차로 파업 초읽기
전환사채로 1.8兆 이익 낸 産銀, HMM 파업이슈엔 관망
지난 13일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이 2분기에만 1조38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 HMM
지난 13일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이 2분기에만 1조38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 HMM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이 채권단과 구성원들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공적자금 회수에 나서려는 채권단과 파업까기 각오한 노조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어서다. 

 

◆ 역대급 실적

HMM은 지난 13일 역대급 실적을 공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01% 증가한 1조3889억원에 달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이다. 

매출액 역시 2조9067억원에 달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어났다. 당연히 당기순이익 역시 2105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9%가 증가했다. 

그러나 HMM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역대급 실적에 노조가 파격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찬반투표까지 나선 상황이며, 채권단 역시 3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HMM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해운업 업황이 그야말로 최고의 호황을 보이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해운업이 호황을 내려면 글로벌 물동량이 증가해야 한다. 글로벌 물동량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급격하게 감소했다. 하지만 백신 개발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이 본격화되며 글로벌 물동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전세계 15개 컨테이너 운송노선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13일 4281.53을 기록하면서 집계 도입 이후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에 올해 해운업체들이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증권가에서는 HMM이 올해에만 5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파업' 돌발변수 등장

그러나 HMM은 역대급 실적에도 맘 편히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적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단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준비 중인 노조의 움직임이 외부변수로 돌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의 파업 여부는 HMM의 하반기 실적을 가늠하게 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파업할 경우 업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다. 

이에 HHM 사측은 지난 18일 노조 측에 임금 8% 인상과 성과급 500%를 지급하는 최종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 측은 25%의 임금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지만, 여전히 노조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조 측은 최근 글로벌 해운사들의 인력빼가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파격적인 임금인상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글로벌 2위 해운사인 스위스의 MSC는 최근 한국인 선원 채용 공고를 낸데 이어, '현대글로벌호' 선원 10명에게 현재 임금의 2배를 제공하겠다며 이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채권단은 노조의 요구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HMM 사측의 설득으로 임금인상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HMM 구성원들의 희생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HMM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다. 

게다가 해운업의 업황이 아직까지 호황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금의 운임상승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만약 물동량이 평시수준으로 낮아질 경우 해상운임이 다시 하향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HMM 노조가 요구한 파격적인 임금인상은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HMM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21년도 상반기 실적보고서 ⓒ HMM
HMM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21년도 상반기 실적보고서 ⓒ HMM

 

◆ 늘어나는 이자비용

금융권에서는 HMM의 '파업' 변수는 채권단의 의지가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HMM이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3조원에 가까운 유보금도 보유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지난해 직원들의 연간 급여 총액은 950억원 정도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률 25%를 반영해도 한해 240억원 정도가 추가될 뿐이다. 

반면 채권단에서 지원받은 공적자금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2017년부터 발행한 전환사채 규모가 3조28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전환사채들의 이자율은 3%에 불과하지만, 내년부터는 일부 전환사채의 이자율이 두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또한 2018년부터 발행한 채권의 이자율도 6년차부터 두배가 되며, 7년차부터는 0.25%의 가산세가 붙는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공적자금 회수를 늦출수록 벌어들일 수 있는 이자규모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HMM이 역대급 실적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지금, 공적자금 상환 및 채권 상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HMM의 부채는 1분기 기준 8조6000억원대에 달하지만, 선박조달 비용(5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비사업 부채는 2조원대 수준"이라며 "유보금과 영업이익을 비사업부채 상환에 조달할 경우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노조가 원하는 임금인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관망 중인 산업은행

해운업계와 금융권에서는 파업이슈와 공적자금 회수의 딜레마에서 고민하고 있는 HMM의 해결사로 산업은행을 지목하고 있다. 채권단의 수장으로서 산업은행의 판단이 채권단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측은 일단 중립적인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HMM 사측과 노조 측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이번 파업 이슈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 6월 만기가 도래한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1조8000억원 규모의 전환이익을 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온라인브리핑에서 "HMM 주식의 매각 여부는 시장과 회사상황,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므로, 유관기관과 협의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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