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배우 신한결·오유민 "난 그리고 넌 혼자가 아니야"...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더인터뷰] 배우 신한결·오유민 "난 그리고 넌 혼자가 아니야"...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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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스피링 어웨이크닝' 10년만에 리메이크...1890년대 독일 배경 성장기 청춘 이야기

나 이제 걸어가. 

그들과 함께.
가슴에 새겨진 그들과 어둠을 지나서 
겨울을 지나 이젠 별들에게 고백해

1891년 억압의 시대, 독일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제목 그대로, 봄을 맞이하고 있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어른들이 사회적으로나 지위, 계층에 따라 아이들을 억압하고, 짓누르는 시기를 배경으로 담고 있다. 아이들은 억압받는 정해진 틀에서만 살아야 하지만 그 속에서 이성에 눈을 뜨고 사랑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고통과 고난,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본지는 극중 일세 역을 맡은 두 배우를 만났다. 극을 이끌어 가는 벤들라와 멜키어, 모리츠와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왔지만 모종의 이유로 마을을 떠나고 몇 년이 지나서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주인공 인물들을 하나둘 바라보고 마주하고,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역할이다. 국내 초·재연의 모습을 생각하고 오면 못 알아볼 정도로 여러 부분에서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 무게감은 전보다 더해졌다.

다음은 일세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신한결 그리고 오유민과의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전하는 바이다.

Q.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신한결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일세 역을 맡은 신한결입니다.

오유민  안녕하세요. 저도 이번에 새롭게 돌아온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감사하게도 옆에 신한결 배우와 같은 역 일세를 맡게 된 오유민이라고 합니다.

Q.  이 작품, 알고 있던 작품일까?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신한결  사실 제 또래 친구들이나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서 원래부터 알고 있던 작품 이었어요. 학교에서도 공연을 하거나, 무대에 올라간 걸 보기도 했었어요. 이번 공연은 오디션 공고가 올라왔고 바로 이 작품은 해야 된다는 생각에 지원을 했습니다.

오유민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제 또래의 배우들이라면 한 번쯤은 꿈꾸는 작품 중에 하나거든요. 사실 이전에 이 작품이 한국에서 다시 올라가지 못할 거라는 소식을 들어서 이 작품과는 인연이 없겠구나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공연의 오디션 공고가 떠서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었던 것 같아요.

Q.  앞서 이번 공연 합격 소식을 연락이 아닌 미팅 장소에서 전해 들어서 환호성도 못 지르고 덤덤하게 받아들였다고 들었는데 두 사람은 어떤가

신한결  맞아요. 저도 사실 연락을 받았을 때 '합격'이라는 정확한 단어를 말씀 안 해주셨어요. 그래서 이게 합격을 한 건가 아니면 뭔가 더 있는 건가 고민했죠. 막 좋아할 수도, 안 좋아할 수도 없었고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모르겠다고만 해서 걱정을 끌어안고 미팅 장소로 향했어요. 거기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오유민  저는 배우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합격했다고 알았던 상태였죠.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는데 주변에 사람이 정말 많았었는데, 전화를 끊자마자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울고 나니까 조금 창피했었는데 정말 너무 놀라기도 놀랐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에 울음이 터졌던 것 같아요.

Q.  첫 대본, 첫 리딩 때 기억이 있을까

신한결  사실 되게 많이 기대하고 갔어요. 아무래도 제 또래의 배우들만 있는 공연이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었고 그만큼 또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긴장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오유민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리딩에 들어갔었죠. 그때 김현진 배우님이 모두가 약간 경직되고 긴장돼있는 걸 보시고 마음을 풀 수 있게 격려해 주는 모습을 보고 격려를 받으면서 긴장을 풀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정말 편하게 첫 연습을 했었습니다.

Q.  일세 역이 초, 재연과는 달랐던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했나

신한결  브로드웨이 버전에서 일세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보면 지금의 일세보다 강렬하거든요. 그래서 전에 알고 있던 인물에 대한 이미지나 생각들을 다 벗어던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도 처음 일세라는 인물을 그렸을 때 그 그늘 안에 계속 있었거든요. 너무 갇혀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거기서 시작하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다 벗어던지고 백지상태에서 일세라는 인물을 생각했어요. 내가 알던 인물이 아니라,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바라보고 만든 인물이어야만 했었죠. 

오유민  우리 작품 속에 있는 모든 인물들이 각자가 첫 경험을 마주하는 순간들을 그려내고 있거든요. 일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처음을 경험하게 되고 그곳에서 벗어나 버리거든요. 그런데 그는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해요. 저도 처음 이 역할을 맡고 나서 연출님, 그리고 옆에 있는 한결 배우랑 정말 많이 대화를 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저희들의 첫 질문은 이거였거든요. 브로드웨이 버전에서의 일세가 너무 강한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남아있을 텐데 그걸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에 대해서요. 우리만의 것을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의상도 정말 다르거든요. 브로드웨이 버전에서의 일세는 마치 남자의 옷을 그냥 막 주워 입고, 단추도 이상하게 잠그고 하의도 없는 채로 등장하는데 저희는 옷도 완전하게 갖춰 입고 모자도 쓰고, 꽃바구니에 꽃도 담고 다녀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일세라는 인물이, 극 중 인물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전과 분명하게 다른 부분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해야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답을 찾아 나섰던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브로드웨이 버전의 일세가 너무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벗어던지는 게 조금 어려웠을 것 같다.

신한결  네, 아무래도 그 강렬한 등장과 모습에서 벗어나려고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일세가 부르는 노래가 은유적인 표현들이 많거든요. 직접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표현을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는가 그 말에 담긴 의미가 전달이 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했었던 것 같아요.

오유민  저도 똑같아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초연 브로드웨이 버전에서 일세는 불안에 떨면서 흐트러진 상태의 모습이 베이스였다면 지금 우리 공연에서의 일세는 조금 더 성숙하고 스스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안정을 되찾은 아이거든요. 그래서 처음 이 인물에 대해서 서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세라는 인물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 하려고 하는 행동과 말에 대해서 창작진들에게 많이 질문하고 물어보고, 답을 들었던 것 같아요. 

Q.  마을을 떠나갔던 일세가 돌아오는 과정에서 모리츠를 만나게 되는데

신한결  네, 정말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죠.

Q.  다시 모리츠를 만났을 때, 두 사람이 그리고 있는 일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신한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초연처럼 어딘가에서 도망치다가 우연하게 모리츠를 만났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공연에선 어느 장소에서 도망을 친 게 아니라 일세는 돌아올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모리츠를 만났다고 봤어요. 그저 그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마을 밖으로 나온 모리츠를 만난 거죠. 사실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거든요. 모리츠가 죽을 거란 걸 알았냐고요. 제가 그리고 있는 일세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아요. 그저 어릴 때, 마을을 떠나기 전의 모리츠만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순수하고 밝았던 그 어렸던 모리츠, 일세는 너무 기쁜 마음으로 옛 친구에게 말을 걸죠. 지금 생각해 보면 모리츠의 반응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깨달았을 것도 같아요. 일세는 마을 밖으로 나선 이후에 사람들의 시선이나 표정을 잘 봤을 거거든요. 

오유민  저는 일세가 지금 아이들이 겪고 있는 것들을 이미 겪었고, 당황하고 혼란스러웠을 그 무렵 마을에 머물다가 어딘가로 떠나는 예술가 집단과 함께 떠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때의 일세는 변화의 몸을 맡기고 떠다니는 아이였죠.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을 하고 마을로 다시 돌아와요. 그런데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하고 마을 밖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죠. 그러던 중에 뭔가 혼란에 빠져 어디론가 가려고만 하는 인물을 보는데, 어릴 적 친구였던 모리츠였던 거죠. 그 모습이 마치 과거의 자신과 같아서 모리츠에게 손을 내밀죠. 가지 말라고. 네가 가려고 하는 곳에 네가 찾는 건 없어. 그러니까 그냥 나랑 같이 있자고 말로는 다 표현하지 않지만 일세, 그 만의 방법으로 손을 내밀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Q.  일세라는 인물과 본인을 비교해 봤을 때 닮은 점 혹은 다른 점이 있다면

신한결  저는 사실 극 중에 일세처럼 주변에서 "넌 누나 같아" "넌 언니 같아"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뭔가 언니나 누나 같은 부분들이 일세에게 있는데 실제 저랑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오유민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저랑 한결 배우랑 사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거든요. 그런데 연습을 시작하고 공연을 하면서 같이 무대에는 오르지 않지만 정말 많이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연기를 바라봤었거든요. 저희가 정말 알면 알수록 성향이 비슷하더라고요. 저도 언니나 누나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하고, 공교롭게도 실제로 여기 여배우들 중에서 제가 둘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뭔가 일세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리고 옆에서 언니, 오빠, 동생, 친구들의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응원하게 되고 서포트해 줘야 할 것 같고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일세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조금 하는 것 같아요.(웃음)

Q.  두 사람은 극 중 인물들처럼 사춘기가 왔었을까

신한결  저는 15살 때 사춘기가 왔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저한테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반항 아닌 반항도 해보고 놀 수 있을 만큼 놀아봤던 게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이 길은 아닌 것 같다는 걸 빠르게 깨달을 수 있었고, 길을 틀을 수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오유민  저는 완전히 반대에요. 전 진짜 부모님이 너무 사춘기도 없이 큰 거 아니냐고 하실 정도로 순종적이었던 아이였었거든요. 그냥 어릴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도 부모님이 하라고 했으니까 그냥 하라는 걸 했던 아이였었거든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크게 억압하지는 않으셨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해보라고 허락을 해주셨던 편이였죠. 저는 오히려 학창 시절 때보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라는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이게 어른인가, 내가 어른이 되고 있는 건가 하면서 방황 아닌 방황을 했죠. 그런데 사실 이것도 저만의 관점, 생각이었고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냥 엄청 순종적인 성향이라고 하더라고요. 

Q.  뮤지컬 배우로서의 꿈은 언제 꾸게 됐나

신한결  사실 어렸을 때부터 춤이랑 노래를 좋아했었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어떤 가수나 배우가 꿈이라기보다는 지금의 옥주현 선배님 같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이돌에서 가수로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사람, 저렇게 살고 싶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 생각을 했어요. 그 시기가 이제 고등학교 때였었던 것 같고, 대학을 뮤지컬 학과로 진학을 하고 춤과 노래를 조금 더 깊게 배우기 시작했죠. 그렇게 학교에서 공연도 올려보고 하다가 연기에 매력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웃음)

오유민  저도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것 같아요. 사실 어머니가 음대를 나오셔서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관련된 걸 많이 배우고 경험을 했어요. 피아노나 바이올린, 플루트 같은 악기를 되게 오랫동안 공부했었죠. 사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구나 생각을 했었는데 고등학교 진학을 할 때쯤인가, 중학교 3학년 때 TV에서 가요대제전을 하는데 2부 축하무대로 뮤지컬 <드림 걸스> 팀이 나왔었어요. 정선아 선배님, 김소향 선배님, 홍지민 선배님 이렇게 세 분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저게 도대체 뭔데, 뭐지? 가수들은 아닌 것 같은데 저건 도대체 뭐야" 하면서 뭔지도 모르면서 엄마한테 저거 하겠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그 모습에 반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뮤지컬과를 진학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준비하기 시작했죠.

Q.  그럼 롤 모델이 있을까? 

신한결  저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고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생각나지만 이 큰 목표 하나를 가지고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오유민  저는 전미도 선배님이요. 사실 한 번도 만나 뵌 적은 없지만 같이 작업을 했던 분들이 다 너무 좋은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궁금해졌던 것 같아요. 정말 모든 사람들이 다 너무 좋은 사람이고 연기도 노래도 너무 잘한다고 말하는 걸 듣다 보니 전미도 선배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어떤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인생을 잘 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뭔가 뒤에서 누군가에게 나를 어떻게 말해달라고 하지 않아도 그들이 나를 칭찬할 수 있을만한 사람, 그 정도의 그릇을 키워보고 싶고 그렇게 되고 싶더라고요. 더 노력해야겠죠?

Q.  첫 무대, 떨리지 않았나.

신한결  사실 무대에 대한 떨림이나 공포보다는 첫 등장한 이후에 제가, 일세가 성냥을 켜거든요. 그런데 너무 긴장을 해서 손이 떨리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한 큐에 성냥에 불을 붙여서 잘 시작하기는 했는데 그 압박감이 엄청났어요. 그래서 공연 들어가기 전에도 성냥을 막 다섯 개씩 긁어보고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 요즘엔 익숙해져서 고수가 됐습니다.

오유민  맞아요. 저도 연습 때까지만 해도 되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게 안 켜질까 봐 조마조마했었죠. 사실 1막 1장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여배우들 전부 백스테이지에서 계속 성냥을 켜고 있어요. 첫 무대 올라가기 전에 성냥을 다 켜보면서 혹시라도 안 켜지면 어떡하냐고, 내가 공연을 망치는 거 아니냐면서 다들 손을 떨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사실 저도 약간 무덤덤해졌어요. 그만큼 연습을 해서 그런가 저는 뭔가 조금 떨린다고 해야 할 부분들에선 오히려 떨림보다 차분해지거든요. 그래서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안 떨렸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정말로 긁었는데 안 켜졌을 때부터 떨리더라고요. 한 번에 못 켰던 적이 있어요. 그래도 아닌척하면서 바로 켰었는데 안 켜지니까 그 짧은 몇 초의 순간 동안 심장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었어요.(웃음)

Q.  공연 준비 혹은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신한결  저는 런을 돌았을 때 극중 마르타랑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거든요. 저희가 이제 앞으로 나가는 동선이 있는데, 이 장면 런을 돌때 외국 창작진 협력 연출을 맡은 톰 잭슨 연출가가 같이 있었거든요. 그 동선에 대해서 이 앞에 문이 있고, 그 문 너머에 바로 앞에 아버지가 있다. 문으로 걸어가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와라라고 말씀하셨죠. 사실 런을 돌 때에는 눈물이 안 났거든요. 그런데 장면이 끝나고 퇴장하고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엄청나면서 숨이 안 쉬어지더라고요. 사실 제가 평소에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뒤늦게서야 들어오는 감정이 왜일까 생각했을 때 그 시기, 일세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돌이켜 봤는데 엄청 힘들고 외롭지 않았을까란 생각, 그리고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게 저한테도 조금 신기했던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오유민  저도 첫 런을 돌 때였을까요. 마지막에 멜키어가 우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때 노윤 배우님이 연기하는 멜키어가 정말 아이처럼 엉엉 우셨어요. 사실 그 뒤에서 앞에서 모든 배우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를 응원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과 감정이 전달돼서 그런가 어느 순간 다들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고요. 다들 울면서 퍼플 서머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그 순간이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뭔가 진짜 아이가 된 것 같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이 된 것 같은 순간이었거든요. 

Q.  두 사람에게 이번 여름은 어떻게 기억될까

신한결  유난히 더웠고, 그 더운 시기에 연습실에서 땀을 많이 흘렸고, 그만큼 열정적이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를 많이 깨닫게 해줬던 여름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많이 돌아보게 되고 많이 생각을 하게 했던 여름이었습니다.

오유민  저는 뭔가 작품에서 아이들처럼, 제 삶에서 처음 겪는 무너가 되게 아프고 빛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제 공연이 끝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올여름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절대로 잊지 못할 한 여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요즘 울림을 주는 넘버나 대사, 가사가 있다면?

오유민  저는 제가 부르는 넘버 말고 개인적으로 멜키어가 부르는 'Those You've Known''이라는 넘버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 넘버에서 이런 가사가 있어요. "나 이제 걸어가. 그들과 함께 가슴에 새겨진 그들과 어둠을 지나서 겨울을 지나 이젠 별들에게 고백해"라는 가사거든요. 멜키어가 벤들라와 모리츠를 양손에 끌어안고 부르는데 소대에서 다음 장면을 위해서 준비를 하다가도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난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청 위로를 받아요. 이 작품이 저에게 그런 의미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노래, 넘버, 가사에서 작은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한결  저는 앞서도 조금 이야기가 나왔던 'The Song of Purple Summer'에서 오케스트라가 사라지고 다 같이 입을 모아서 멜키어에게 시선을 주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저도 부르고 있는데 제 뒤에서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 걸 느낄 때 되게 소름이 돋는다고 해야 할까요. 모두가 그 따뜻한 눈빛으로 멜키어를 바라보고 멜키어도 우리를 바라봐 줄 때 오는 그 울림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큰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지 않나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내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한결  저는 지금 저의 마음가짐이 좋은 것 같거든요. 이 작품을 하게 됐을 때, 캐스팅돼서 연습을 시작하고, 공연을 하고 있는 지금 이 마음가짐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 1년 뒤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면 "1년 전 이 여름을 생각해 봐, 이때를 생각하고 초심 잃지 말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오유민  저는 요즘 순간순간을 메모장에 기록하는 버릇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다이어리를 사도 3월까지만 쓰다가 책장에 넣어두는 편이라서, 요즘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나 시어, 글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1년 후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만약 지금 네가 잊고 있는 게 있다면 다시 한번 메모장을 켜보렴"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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