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시시비비] 자랑 하던 K방역도 마지노선 무너졌다
[이원두 시시비비] 자랑 하던 K방역도 마지노선 무너졌다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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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여파와 휴가철 이동으로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가 한산하다.@뉴시스

코로나 19 환자가 우려해 온 하루 2천 명을 넘어선 순간,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자랑해 온 K 방역의 마지노선도 무너졌다. 동시에 정부의 자부심도 곤두박질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하루 신환자 발생 2천 명’에 맞추어 설계된 K 방역의 의료시스템 역시 임계선에 노출되는 적색 신호가 켜졌다. 문제는 정부나 방역 당국에 플랜 B가 없다는 점이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세계적 현상이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태’라고 했을까? 2천 명 돌파에 대해 대통령의 코멘트가 특단의 대책이 아니라 현상의 상대적인 비교평가에 그친 것을 보면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간접적인 표현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와 연관하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작년 4월 월스트리트를 통해 ‘코로나 사태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을 새삼 떠 올리게 한다. 20세기 중 후반부 미국 외교를 끌어온 그는 중국과의 국교 재개를 비롯하여 많은 공적을 남겼다. 그는 코로나 감염증과 연관하여 ‘국가의 번영은 국가기관이 재난을 예측하고 충격을 막고 안정을 복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면서 ‘팬데믹이 끝나는 시점에서 수많은 국가 기관들이 실패한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보건 위기는 일시적일 수 있으나 정치 경제의 격변은 세대에 걸쳐 이어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자유 세계 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마도 코로나 감영증 확산과 연관하여 나온 세계적 지도자의 진단과 예측 우려 가운데 키신저만큼 정곡을 찌른 것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코로나 19 환자가 우려해 온 하루 2천 명을 넘어선 순간,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자랑해 온 K 방역의 마지노선도 무너졌다.

 정부나 방역 당국에 플랜 B가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세계적 현상이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태라고 했다.

성공적인 ‘코로나와 함께’는 백신과 치료제 확보를 전제로 할 때만 비로소 가능하다.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기댈 곳은 백신 뿐이다.

 초기 단계에서부터 K 방역에 ‘심취’한 탓에 백신 확보에 차질을 빚었으면서도

집단 면역에 집착한 나머지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여기에 국산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지나친 기대를 걸며

현실과 엇박자를 연출한 것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방역이 아니라 과학적 방역으로 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 유흥시설 밀집지역에서 코로나19 방역실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 유흥시설 밀집지역에서 코로나19 방역실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 우리 현실은 키신저의 진단과 예측, 나아가서 우려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 것일까? 정은경 질병 관리청장은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 수급 불안정과 관련,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 데 대해 머리를 숙였다. 작년에 열 번, 금년 들어 벌써 여덟 번째이다. 허리를 90도 굽히는 ‘정중한 사과’였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호주 역시 모리슨 총리의 대국민 사과와는 비교되는 상황이다. 질병 관리청장의 대국민 사과는 실무 부서 책임자로서의 당연한 것이 지만 미국, 독일, 호주의 정부 수반 사과와는 격과 결이 다르다. ‘국가의 번영은 국가기관이 재난을 예측하고 충격을 막고 안정을 복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는 키긴저의 진단을 상기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루 환자 2천 명이 현실로 다가서자 두 가지 문제가 뚜렷하게 부각 되고 있음을 본다. 하나는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신환자 추적 중심방역에서 벗어나 위 중증 환자 관리 중심으로 변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델타 변이종의 빠른 확산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백신 수급 불안정으로 접종률이 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 할 때 현실적인 처방이라 하겠다, 그러나 여기서 경계해야 할 점은 이른바 코로나와 함께(With Covid 19)주장이다. 미국을 비롯하여 백신 접종 선진국과 달리 2차까지 접종률이 겨우 10%대 중반에 머무는 우리 현실에서 ‘코로나와 함께’는 자칫 인도 등 방역 실패 국가의 전철을 밟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코로나와 함께’는 방역에 백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 전술로 대응하는 것이어야 그동안 거리 두기와 집합 금지 등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K 방역에 협조한 국민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코로나와 함께’는 백신과 치료제 확보를 전제로 할 때만 비로소 가능하다.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기댈 곳은 백신 뿐이다. 이미 초기 단계에서부터 K 방역에 ‘심취’한 탓에 백신 확보에 차질을 빚었으면서도 집단 면역에 집착한 나머지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여기에 국산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지나친 기대를 걸며, 현실과 엇박자를 연출한 것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2천 명대 신환자 발생을 맞아 방역 방향 대 전환에서는 정무적 판단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대폭 반영해야 한다. ‘정치적 방역이 아니라 과학적 방역으로 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환자 발생원과 발생 숫자 추적 중심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환자 가운데 위 중증 관리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백신 접종률에서 비교도 안 되는 선진 여러 나라가 이미 위 중증 환자 관리로 방향을 튼 이유를 깊이 천착한다면 결론은 쉽게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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