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배우 황휘·김서연의 자줏빛 여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더인터뷰] 배우 황휘·김서연의 자줏빛 여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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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신비한 자줏빛 여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국내 초연 버전과는 또 다른 버전 그리고 신예를 대거 캐스팅해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이 탄생했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프랑크 베네 킨트의 희곡 <눈 뜨는 봄>을 원작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국내 초연 당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버전으로 초연했지만, 세 번째 시즌은 맨체스터 버전으로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브로드웨이 버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멜키어 역으로 데뷔하게 된 뮤지컬 배우 황휘 그리고 벤들라 역을 맡은 김서연을 만났다.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그리고 2021년 여름의 색깔은 어떠할까.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서연  저는 대구에 사는,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98년 3월 6일생 김서연입니다. 이번 작품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벤들라 역할로 데뷔했습니다. 

황휘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 청주에 본가가 있고, 지금은 서울 관악구민으로 자취하고 있는.... 예,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멜키어 역할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Q. 이번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컸다. 두 배우도 이번 작품에 합류하게 됐을 때 기쁨과 긴장감, 부담감이 동시에 왔을 것 같은데 어떤가

김서연  사실 합격 연락이 "합격하셨습니다"라는 전화로 온 게 아니었거든요. 전화를 받았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합격했어, 너무 기뻐!"라는 감정보다는 또 뭐를 더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더 앞섰던 것 같아요. 그렇게 궁금증을 품고 가게 됐는데 직접 얼굴을 보고 합격했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정말 너무 기쁜데 이게 어떤 표현으로도 나오지가 않더라고요. 카페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쳤었던 것 같아요. 그 순간은 정말 제가 받아들일 수 있었던 기쁨의 크기를 넘어섰었어요.

황휘  저도 이렇게 연락을 받았었거든요. 그래서 뭔가를 더 준비해야 하나?라고만 생각했었어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뭔가 정말로 합격했다는 이야기보다는 뭔가 사인, 법적으로 제가 정말 됐다는 그런 느낌을 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은 가능성이 높은 거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미팅에 나갔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가서 합격 소식을 듣고 저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쳤었던 것 같아요.  부담감요? 사실 없다고 하는 건 거짓말 같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부담감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더라고요. 일단 이 작품을 거쳐가신 선배님들이 지금도 무대에 오르시거나 온 국민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배우가 되셨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들과 비교될 거라는 부담감이 없어졌던 것 같아요. 그분들이 지금 더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는 모습들이 저는 오히려 더 감사했고 영광스러웠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만약에 제가 비교가 된다면 그것마저도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러울 것 같아요. 아, 오히려 저에게 큰 짐 혹은 부담감으로 작용했던 건 제가 오히려 폐를 끼치면 어떡하지라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건 저 스스로가 가지고 안고 가야 되는 부분인 것 같더라고요. 다들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고요.

Q. 각자 맡은 배역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김서연  저는 벤들라라는 인물을 맡았습니다. 이 친구는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경험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용기를 낼 수 있는 당돌하고 순수한 소녀입니다.

황휘  제가 맡은 멜키어라는 인물은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굉장히 조숙하고 똑똑한 친구예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우상이죠. 항상 책을 읽으면서 진리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으면서, 현 사회나 기성세대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 하는 열망을 가진 소년입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멜키어가 약간 혁명가 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뭔가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듯한 느낌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이 인물이 정말 아이, 소년 같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책을 좋아하고 자주 읽고 있는 만큼 그 속에 담겨있는 세상을 다 안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는 알잖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책 속의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걸요.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멜키어를 우러러보고, 이 친구도 되게 조숙한 것처럼 행동을 하는데 이 친구도 모든 일들이 다 처음 겪는 일이고 그 안에서 정의되지 못한, 여러 상황 속에서 당황하고 놀라고, 슬퍼하죠. 그 모습들을 다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 안에서 굉장히 똑똑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누구보다도 열망이 있는 소년이지만, 이 소년도 결국을 소년일 뿐이다.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그 순수함이 있고 그걸 꺼내는 건 오롯이 저의 역량에 달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Q. 학창 시절 때는 어땠나. 사춘기를 겪고 있었을까

김서연  극 중 벤들라는 정말 모험적인 친구거든요. 그런데 저는 전혀 반대의 성향이었어요. 저는 조금 더 정해진 규칙 내에서, 그 규칙을 지켰을 때 느끼는 안정감을 느끼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황휘  저는 사실 제 학창 시절이 그렇게 얌전한 편은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남중·남고 나오다 보니 엄청 활동적이었어요. 운동을 정말 좋아해서 쉬는 시간, 점심시간마다 배드민턴을 한다던가, 축구를 한다던가 엄청 활동적으로 학교생활을 이어나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어떤 큰 사춘기가 안 와서 뭔가 불만을 느낀다거나 부모님이나 어른들에게 크게 당황하거나 반항하지도 않았었거든요. 그냥 남중·남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었던, 그리고 운동을 좋아했던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처음 대본을 받아봤을 때 어떤 작품이라고 느꼈나. 

김서연  사실 합격 이후에 대본을 받고 동시에 리딩을 했어요. 첫 리딩인데 팀을 나눠서 진행을 해야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첫 번째로 해야 했어요. 그래서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사실 리딩 전날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긴장했었는데 제가 또 첫 번째로 시작을 해야 한다고 하니까 더 긴장이 되더라고요. 또 모든 배역을 통틀어서 제가 첫 마디를 내뱉어야 했었거든요. 눈을 떴을 때 말을 시작해야 했는데, 사실 오디션을 볼 때보다 더 떨렸어요. 그 말 한마디를 하는데 정말 그 짧은 10초~20초가 몇 분, 몇십 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힘들었어요. 사실 다들 제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다들 너무 차분하고 여유로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그때 돼서야 긴장이 풀리고 갑자기 더 자극이 돼서 떨린다는 감정을 다 잊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잠깐, 그 시간을 제가 무서워서, 긴장돼서 떨었다는 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즐겁게 작품에 임하고 있습니다.

Q. 욕심이 있으니까, 잘하고 싶으니까 그런 걸 느낀 게 아닐까 

김서연  그런 걸까요? 저도 언젠간 여유로운 모습으로 리딩을 잘 해결할 날이 오겠죠?

황휘  저도 이제 처음 리딩을 하러 갔는데, 뭔가 떨림이나 부담감보다는 처음 갔을 때 대본이랑 악보 그리고 배역과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이름이 써져서 나뉘어 있었거든요. 그걸 정말 너무 받아보고 싶었어요. 제 자리인데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멜키어 역의 황휘라고 쓰여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내가 이 작품에 함께 한다는 게 그때 확 들어왔던 것 같아요. 어떤 긴장감의 떨림이라기 보다 너무 기쁘고 설렘 반, 걱정 반이 하나 된 떨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서연  저는 연출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생각이 나거든요.

황휘  전 너무 집중해서 그런가 저는 왠지 모르겠는데 딱 그 순간은 기억이 안 나요. 사실 이 작품은 대학 다닐 때 선배들이 워크숍으로 올렸었던 작품이거든요. 저도 거의 9년 만에 온전하게 본 대본을 받아본 건데, 처음 그냥 곁에서 바라봤던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랑 제가 플레이어로서 들어와서 바라본 작품은 너무 달랐던 것 같아요. 너무 찝찝한 감정이 남아있다고 할까요? 9년 전에 공연을 봤을 때는 배우들, 인물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게 그냥 부러웠었는데, 지금은 엄청 찝찝하게 다가왔던 거죠. 특히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아이에서 청년,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는 그 과정에 있는 멜키어의 모습, 그리고 그 사이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르는 그 자줏빛 여름이 뒤늦게서야 확 올라오면서 여러 감정들을 교차시켰던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은 앞으로 어떤 삶을,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생각도 해보고, 이들이 원하는 것처럼 세상이 바뀌었을까. 아니면 그대로의 삶. 그저 현실에 지쳐 쓰러져갈까. 여러 생각 감정이 교차하면서 '찝찝함'을 많이 느꼈죠. 그리고 이 작품을 참여하고 있는 한 명의 배우로서, 이 부분을 잘 이해하고 표현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잘 전하고 싶어요.

Q. 어려웠던 부분은?

김서연  저는 개인적으로 힘들거나 어려웠다 하는 장면은 없고, 정해져 있는 상황과 동선 안에서 인물로서 움직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벤들라라는 인물이 이 상황과 동선 안에서 왜 이렇게 움직이고 행동을 할까, 배우 김서연으로서, 그리고 작품 속 벤들라로서 그런 부분들에 집중했었던 것 같아요. 뭔가 제 경험에 빗대어서 이걸 연기하기보다는 일단 이 작품, 그리고 제가 맡은 벤들라에 대해 분석하고 서사를 쌓아나갔죠.

Q.  어떤 방식으로 자기만의 서사를 구축하고 있을까

김서연  저는 사실 뭔가 마인드 맵이나 일기 같은 형식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 체크하고, 테이블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인 것 같아요. 일단 대본을 읽으면서, 그리고 제가 맡은 배역을 위주로 체크를 해두고 나서 이 친구가 이 장면에서, 이 상황에서 왜 이렇게 움직이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움직여보고, 바꿔봤어요. 그리고 부족한 부분들, 조금 더 디테일이 요구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연출님이나 감독님에게 물어봤죠. 그렇게 이유를 찾고, 서사를 쌓아나가고, 장면 장면을 구축해나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가 저도 그렇고 다른 배우들도 사실 연습이 끝나고 9시까지 연습실에서 연습을 할 수 있었거든요. 매일 시간이 다 끝날 때까지 연습실에 남아서 다들 연습에 연습을 이어갔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도 해결이 정말 안되는 부분이 생기면 연출님, 조연출님, 안무가 선생님에게 찾아가서 알려달라고 말했었죠.(웃음) 이 아이가 왜 그랬을까요? 가장 많이 했었어요. 그렇게 저만의 인물, 저만의 벤들라의 서사를 찾았고, 쌓을 수 있었습니다.

황휘  저는 아무래도 학교에서 배웠던 그대로 시작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일단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조사하고, 연습하기 전부터 그 시대, 배경을 찾아보고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도 찾아봤어요. 그리고 리딩을 하기 전 연출님께서 정리해오신 내용들이 있어서 그걸 또 정독하면서 찾아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직접 찾아본 부분들, 그리고 연출님이 정리한 부분들을 조합해보고 조금씩 멜키어라는 인물, 그리고 그가 살던 그 시대를 만들고 정리해나갔죠. 그리고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까 원작을 엄청 많이 읽었어요. 이 이야기 속에서 멜키어는 어떤 삶을 살았고, 고민을 했었고, 또 움직였을까를 생각했죠. 아, 그리고 작품 속에서 사실 원작에 비해서 내용이 훅훅 넘어가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고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했었던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오고 가는 감정의 흐름을 잘 조절해야 했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쉴 틈 없이 봤었던 것 같아요. 물론 원작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또 제가 놓치는 부분들이 생길 테니 그 정도로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이 인물의 서사를 촘촘하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요즘 또 매회 공연을 하고 있는데 제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들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혹시라도 부족한, 찾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다면 기존에 준비하고 쌓아왔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그 흐름을 놓지 않으면서 채워나가고 싶거든요. 

Q. 시대를 초월한 울림이 있는 작품인 것 같았다. 명작이 가지고 있는 힘이 이런 게 아닐까.

황휘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작품들은 진짜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기자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시대를 10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이를 초월하고 관통하고 있는 큰 이야기, 울림이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고 그러므로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김서연  우리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큰 키워드들이 있거든요. 우리 작품에서 이 키워드들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생각해 보면 사실 부모와 아이, 선생과 학생 간 소통 부족에서 오는 문제, 그리고 그들의 무조건적인 억압으로 시작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명확하게 키워드를 선택하기보다는 소통의 부재,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이 우리 작품의 큰 틀을 담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혹시라도 공연을 보러 오신다면 뭔가 큰 주제, 키워드를 생각하고 오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린 언제나 이런 문제를 달고 살아가잖아요. 가족과 가족, 그리고 직장 상사와 나, 선생님과 학생, 교수와 제자 등 그런 세대, 인물 간의 갈등은 언제나 소통에 부재에서 시작한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 원인을 이해하고, 전달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각자 상대 배역을 맡고 있는 두 배우, 멜키어 역의 노윤, 황휘 벤들라 역의 김서연 이정화를 이미지화해보자면?

김서연  일단 제가 먼저 이야기를 해본다면 황휘 배우님이 그리고 있는 멜키어 같은 경우에 같이 정글을 헤쳐나간다면 나란히 손을 잡고 함께 풀숲을 헤쳐나가며 같이 상처받고 같이 세상을 알아가게 될 것 같았어요. 극이 끝날 때까지도 벤들라와 멜키어는 서로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더라도, 둘이 함께 모험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누군가는 아이들의 서툰 사랑이라고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달까요. 그래서 황휘 배우가 그리고 있는 멜키어가 삶을 포기하려 할 때, 멜키어를 응원하고, 그 성장통을 보듬어주고, 앞으로 홀로 남은 멜키어가 자줏빛 여름 속으로 걸어들어가 훌륭한 어른이 되기를 지켜보겠다는 마음으로 멜키어를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노윤 배우님이 그리고 있는 윤 멜키어는 먼저 풀숲을 헤쳐나가 벤들라가 뒤에서 따라갈 수 있게 앞서서 그 손을 잡아주는 느낌이 들어요. 그 안에서 성장의 고통을 함께 하지만 나를 이끌어주었던, 서로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첫 경험을 했던 순간을 지나고 보면 서로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윤 멜키어가 삶을 포기하려 할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그 사람만큼은 자줏빛 여름의 찬란함과 삶의 축복을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랑했던 누군가를 바라보는 애절한 마음으로 그 아이, 노윤 배우가 그리고 있는 멜키어를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황휘  사실 두 배우가 그리고 있는 벤들라가 너무 다르거든요. 서연 배우가 그리고 있는 벤들라는 정말 호기심이 많고 궁금증이 생기면 계속해서 알아나가려고 해요. 정말 그 순수함? 이걸 알고서 관심 혹은 뭔가를 바라고 계속해서 궁금해하는 척하고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진짜 뭔가를 알고 싶어, 난 그걸 알고 싶어, 그게 도대체 뭐길래 말을 안 하는 거야? 왜 안 알려줘!라면서 순수함, 그 안에 담긴 어떤 열망이 있는 벤들라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정화 배우가 그리고 있는 벤들라, 이 정화 벤들라는 사실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요. 확실하게 다른 건 정화 벤들라는 어느 정도는 주변에서 혹은 자기가 주워들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에서 조금 더 알고 싶은, 이게 사실이 맞는지 물어보는 듯한 느낌인 거죠. 서연 배우가 뭔가 아예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거, 난 그걸 알고 싶어 하는 느낌이라면 정화 배우는 내 생각에는 이런 상황은 이런 것 같은데 이게 맞아? 하면서 더 알고 싶어서 물어보는 느낌이랄까요. 확실히 두 배우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김서연  의외네요. 사실 지인들이 공연을 보고 나서 다 반대로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오히려 정화 배우가 그리고 있는 벤들라는 정말 모르는 아이가 이걸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고 했었고, 저는 알고는 있는데 경험해보지 못해서 궁금해하는 아이 같다고 했었거든요.

Q. 본인은 어떻게 그리려고 했나

김서연  저는 사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걸 알고 싶어 하는 그런 부분들에 조금 더 초점을 뒀어요.

Q. 춤과 노래, 연기 삼박자가 다 맞아야 하는 작품인데, 조금 편했던 부분 혹은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을까

김서연  저는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춤이었어요. 우리 작품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나오는 춤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정석적인 춤의 모습이나 혹은 정해져 있는 안무를 100퍼센트 잘 소화하는 것도 너무 중요하지만, 이 작품은 모든 배우들이 모여서 앙상블을 이루고, 그 안에서 보이는 에너지가 가장 중요하고, 우리 작품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그 에너지가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처음 안무 연습을 시작했을 때 저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했었거든요. 거울 속에 비치는 제 모습이 너무 멋이 없더라고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그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정말 계속 연습을 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춤 같은 경우에는 몸이 힘든 거 빼고는 계속 연습을 할 수 있으니까 그냥 힘들어도 계속 트라이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습을 하면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자신이 있는 게 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정말 힘들었던 만큼 즐기면서 공연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연기 같은 경우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제가 모든 순간 완벽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나면 공연을 복기하면서 제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거나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게 있는지 찾아봐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려고요. 사실 이 고민은 다른 작품을 해도 계속해서 가지고 가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그런 긴장감이 없어질 때까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황휘  저는 뭔가 편했다라기보다는 좋았던 장면 그리고 힘들었던 장면을 구분해서 말하고 싶어요. 일단 좋은 장면은 'The Song of Purple Summer' 마지막 넘버예요. 이때 배우들이 주는 그 에너지 그리고 관객들이 어떤 말이나 행동이 아닌 그 어떤 눈빛과 마음속으로 전하는 에너지가 있더라고요. 센터에 서 있으면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에너지가 저에게 다가오고 연결이 돼요. 그 안에서 하나 됨을 느낄 때가 있는데 뭔지 모를 안정감, 편안한 마음 그리고 따뜻함, 마지막으로 행복한 울림이 느껴져요. 그래서 그 마지막 넘버 퍼플 서머를 가장 좋아합니다.

Q. 비슷한 질문인데 요즘 울림이 있다고 느끼는 대사나 가사가 있다면?

김서연  제 넘버는 아니고 멜키어가 부르는 'Those You've Known'이라는 넘버가 있어요.  그 넘버에서 부르는 가사인데 마지막 부분에 "그들이 날 찾고 있으니, 난 걸어갈 거야. 나를 봐 지켜봐 언젠가 다 알게 될 거야" 하는 가사거든요. 사실 마지막에 멜키어가 좌절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엄청 가슴이 아프거든요. 그런데 이 대사를 하면서 그 스스로, 굳게 다짐하고 있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웃음이 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앞에서 'All That's Known'이라는 넘버가 있는데 거기서 되게 자신만만하게 "나를 봐 지켜봐 언젠간 모두 알게 될걸, 나를 봐 지켜봐 언젠가 당신도 다 알게 될 거야"라고 똑같은 가사를 부르거든요. 그 자신만만했던 아이가 정말 처절하게 무너진 이후에 다시 일어나서 그 이상의 것을 다짐하고 느끼는 걸 보고 있을 때 저도 모르게 가슴이 찌릿찌릿하더라고요. 그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면서 뭔가 감정이 벅차올라요. 

황휘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Song of Purple Summer'를 뺄 수 없을 것 같아요. "기다리지, 저 하늘은. 꿈보다 경이로운 세상 보여주려고. 이 놀랍고 신비한 자줏빛 여름. 이 놀랍고 신비한 노래해 너의 자줏빛 여름. 놀랍고 신비한 노래해 너의 자줏빛 여름"인데 처음 듣자마자 뭔가 굉장히 큰 힘을 얻었어요. 어쩔 줄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던 멜키어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그래 난 혼자가 아니야라는 걸 깨달아가는 그 사이. 제 친구들 그리고 사람들, 그리고 관객들이 모두 저를 바라보고 응원하고 있는 그 장소에서 엄청 큰 울림이 있었고 마음속 깊이 남는 것 같아요. 그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모두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저도 어느 정도 그 여파가 있고요. 그리고 우리가 말로는 다 전하거나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외로움을 느끼는 모든 관객분들에게 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래, 넌 혼자가 아니야. 그래, 우린 혼자가 아니야"라고요. 이런 메시지가 와닿았던 분들도 계실 것 같고, 아직 못 전달받으셨던 분들도 계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관객분들이 우리가 전하고 있는 이 따뜻함을 전달받을 수 있게 저 스스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나를 봐, 지켜봐 당신도 다 알게 될 거야. 멜키어로서 그리고 배우 황휘로서 보여드리고 싶은 게 아직 많거든요.

Q. 두 사람에게 이번 여름은 어떤 색깔로 기억될까

김서연  올해 여름, 지금을 말씀하시는 거죠? 

황휘  그렇다면 역시 퍼플 서머죠. 그런데 실제로 요즘 해 질 녘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자줏빛 색으로 변할 때가 많더라고요. 정말 예뻐요. 하늘을 봐주세요!

김서연  지금, 요즘. 뮤지컬 배우 김서연으로 보내는 시간이랑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벤들라로 무대 위에 있는 시간이 거의 비례하거든요. 그 안에서 느끼는 자줏빛,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딱 그때 그 시간, 그 공연과 함께하는 자줏빛 여름. 그렇게 기억될 것 같아요. 

Q. 이어지는 질문이다. 두 사람에게 이 작품은 어떻게 기억될까

김서연  첫 작품이다 보니 끝나고 나면 잘했던 부분들보다는 부족한, 그리고 아쉬운 부분들이 훨씬 더 생각날 것 같아요. 그런 순간들이 떠오를 때마다 자책하지 않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시간, 이 순간 후회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붓고 싶고 그러고 있지 않아 싶어요. 그 에너지 때문에 유난히 더웠던 2021년 여름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황휘  저는 요즘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제가 공연을 하면서 마지막 공연까지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제가 언제 또 수많은 같은 또래의 배우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열정적으로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요. 그렇다 보니 더 열정적으로, 더욱더 뜨겁게 공연을 올리고 준비하게 되더라고요. 다시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는 사실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처음, 정식으로 데뷔한 만큼 이때 이 여름의 뜨거움을 항상 가슴속에 품으려고요. 이 작품 속 인물들 그리고 멜키어처럼 저도 같이 성장해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고, 행복했던 우리의 자줏빛 여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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