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63화 - 누드모델의 비밀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63화 - 누드모델의 비밀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1.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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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마친 한영지는 큰 숙제라도 해결 한 것처럼 표정이 시원해 보였다.

“남녀 사이란 참 알 수 없는 일인가 봐요. 객관적으로 도저히 말이 안 된다 싶은데도 당사자는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영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사랑에 눈이 멀면 정의도 교양도 모두 휴지에 불과해요. 오직 사랑만이 전부거든.”

“정말 그럴까요? 저는 아직 사랑의 열병이라는 것을 앓아 본 일이 없거든요. 제가 정말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가끔 생겨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복 받는 일이에요. 사랑의 감정, 그게 도대체 어떤 것일까?”

한영지는 진심인 것 같았다.

내가 사랑을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굳어졌다.

“젊은 베르테르는 사랑의 순수성을 가르쳤다고 생각하지 않나?”

“바보짓이지요.”

“어째서?”

“사랑하면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 죽긴 왜 죽어요.”

“하하하.... 하긴 그래.”

나는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유종호 회장을 사랑하는 것 같은가?”

“글쎄요. 요즘은 유종호 아저씨보다는 변하진 사장을 더 자주 만나는 것 같던데요.”

“일 때문에 만나는 것은 아니고?”

“일과 사랑과는 다르잖아요?”

영지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엄마가 변하진 사장을 만나는 장면을 본 일은 없잖아.”

한영지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

“이상한 장면이 있기는 있었어요.”

“어떤 장면?”

“한번은 집에 들어왔는데 엄마가 집안에 있는 것 같은데 조용했거든요. 현관에는 웬 남자 신발이 하나 있었고요.”

“그래서?”

“혼자 제방에 들어가 컴퓨터 작업을 좀 하고 있다가 아무래도 궁금해서 엄마를 찾아보았죠.”

“그래서?”

나는 더욱 궁금해졌다.

“엄마의 작업실에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작업실로 가 보았지요. 문에 귀를 대 보니 조용했어요. 그래서 살그머니 도어를 열었지요. 그랬더니...”

“그래서?”

@넷플릭스의 <섹스라이프> 장면

 

화실에서는 변하진 사장이 완전 나체로 서 있었다.

맞은 편에는 엄마 강혜림 여사가 마주 서 있었다.

두 사람이 대낮에 벌거벗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었을까?

“음, 심각한 일이군.”

나는 한영지의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의심해 오던 것이 확인되는 기분이었다.

강혜림 여사가 미혼 시절 사귀던 유종호 회장과 살인 공모까지 하면서

몸을 섞더니 이제 옛 남편의 부하까지 유혹해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니 기가 막혔다.

더구나 딸이 비명횡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 회사의 사장과 그런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나도 모르게 재촉의 목소리를 높였다.

“살그머니 문을 열어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어요. 저는 얼른 문을 다시 닫았어요.”

“무슨 장면을 보았기에?”

한영지는 깜짝 놀라 문을 살그머니 닫아버렸다.

화실에서는 변하진 사장이 완전 나체로 서 있었다.

맞은편에는 엄마 강혜림 여사가 마주 서 있었다.

두 사람이 대낮에 벌거벗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었을까?

“음, 심각한 일이군.”

나는 한영지의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의심해 오던 것이 확인되는 기분이었다.

강혜림 여사가 미혼 시절 사귀던 유종호 회장과 살인 공모까지 하면서 몸을 섞더니 이제 옛 남편의 부하까지 유혹해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니 기가 막혔다.

더구나 딸이 비명횡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 회사의 사장과 그런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런 일이 있은 뒤에 내가 못 본 척 하고 엄마한테 한 번 물어 보았어요. 그랬더니 어쩌면 오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영지가 엉뚱한 말을 했다.

“오해일 수도 있다고?”

“예.”

한영지가 말하는 엄마와의 대화는 이랬다.

“엄마, 요즘 변하진 아저씨가 집에 가끔 오는 것 같던데... 무슨 일 있어요?”

“변하진 사장? 응, 요즘 내 그림 모델 하느라고 회사일 끝나면 가끔 와. 어느 날 내가 남자 모델 하나 구해 달라고 했더니 자기가 하면 어떠냐고 하더군. 나는 처음에 농담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래서 초상화 모델을 좀 서 주었어.”

나는 언젠가 강혜림의 작업실 캔버스에서 담배 파이프를 문 남자 초상화가 어쩐지 변하진 닮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그림의 모델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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