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뮤지컬 '판' 김지철, 가히 달수 '자체'
[더인터뷰] 뮤지컬 '판' 김지철, 가히 달수 '자체'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1.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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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주 원안연출 위해 출연 결심..."형 어서 나아"
MBTI는 'ESFP-T'...긍정적인 마음가짐엔 변함없어

한 건물을 완성하기 위해선 초석을 잘 다져야 한다. 공연 또한 같다. 뮤지컬 <판>에서 달수로 분한 배우 김지철을 보자 떠오른 비유다. 작품의 리딩부터 이번 시즌에도 함께하고 있는 김지철이 달수 그 자체였기 때문. 가히 김지철 없는 <판>을 상상할 수 있을까?

배우 김지철 / 사진 ⓒ 이지은 기자
배우 김지철 / 사진 ⓒ 이지은 기자

인터뷰장에 퍼진 김지철의 "반갑다"라는 밝은 인사 마저 달수 같았다. 뮤지컬 <판>은 19세기 말 조선 시대,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꾼 전기수를 소재로 현시대의 야이기를 그린다. 극 중 김지철이 맡은 달수는 과거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그는 우연히 만난 이덕에 반해 매설방(이야기를 파는 곳)을 알게 되고 희대의 전기수 호태로부터 기술을 연마하여 어지러운 세상 속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전한다.

실제로 김지철은 <판>의 매력으로 해학과 풍자를 꼽았다. 그는 "연희극 형식의 대본 자체에 특별함이 있다. 지금은 관객과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직접 소통하는 재미가 <판>의 장점이다. 풍자를 중심으로 극을 이끌며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지철은 처음의 <판>을 만들어낸 변정주 원안연출에 깊은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은 건강상의 문제로 쓰러진 변정주 연출을 대신해 송정안이 협력연출을 맡았다. 김지철이 다시 작품에 출연하기로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변정주 원안연출을 위해서기도 하다.

배우 김지철 / 사진 ⓒ 이지은 기자
배우 김지철 / 사진 ⓒ 이지은 기자

"다양성이 많은 <판>을 극적으로 이끌어 주신 송정안 연출님께 감사해요. 또 (변)정주 형도 회복하고 있어 감사하죠. 빠른 시일 내에 웃는 모습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번 시즌 <판>의 그림은 달수의 성장기다. 김지철은 조예가 깊은 달수를 위해 "이전에 재미있는 요소나 연희극을 따라갔다면, 지금은 달수의 성장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같은 역할에) 류제윤 배우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사의 톤과 노래 목소리에 집중했다. 갈수록 양반 걸음걸이나 행동에 있어서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달수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생각했다"며 "각자 느끼시는 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평안감사 새 사냥' 때 달수가 가장 어른답고 이후로 좀 더 성숙한 면의 달수가 아닌가"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달수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대사다. 누군가 가로막더라도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풍자와 해학, 어떤 정치적인 이야기보단 어떠한 역병이 오더라도 이야기는 계속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뮤지컬 <판>이다.

배우 김지철 / 사진 ⓒ 이지은 기자
배우 김지철 / 사진 ⓒ 이지은 기자

가장 좋아는 가사와 장면에 대해 김지철은 "'세상에 펼쳐진 여러 이야기, 인생의 삶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어' '앞으로 내가 읽을 책은 다음 세상에 없는 책' '이다음에 만날 사람들이 내게 한 권의 책이 되겠지, 살아가며 만날 사람들이 내게 또 한 권의 책이 되겠지'"를 쉼 없이 나열했다. 

"서른 중반이 되면서 여러 가지를 겪고 있어요.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제가 책임져야 하는 것 그리고 인간관계도 많이 변했죠. 가사를 되뇌면서 많은 공감을 해요. 나이를 먹을수록 곱씹을 수 있는 가사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번 시즌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평안감사 새 사냥'이요. 달수가 품새를 갖추는 장면인데, 2층에 올라가기 전에 두근거리고 정말로 달수가 정기수가 된 거 같아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데뷔 10년 차 배우가 된 김지철은 지난해 6개월간 휴식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확실히 휴식 전-후의 생각이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 극 중의 달수와 사람 김지철은 얼마나 닮았는지에 대해 "예전(20-30대 중반 전)의 김영철(김지철 본명)과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나와는 100% 닮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진솔한 그의 대답에 MBTI(성격 유형)를 물었다. 즉흥적인 질문에 순간 기억하지 못한 김지철은 부인 신소율에게 전화했고 그날의 안부를 묻는 모습에선 다정함이 묻어났다. 그렇게 'ESFP-T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라고 적힌 메시지를 보여준 김지철은 외향적이며 적극적이다. 에너지 넘치는 달수만큼이나 배우 김지철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만족스럽게 서른다섯 해를 살아가고 있는 법은 '긍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 나쁜 일이 생기면 다음에는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정말 크다"는 신념을 전했다.

배우 김지철 / 사진 ⓒ 이지은 기자
배우 김지철 / 사진 ⓒ 이지은 기자

코로나 시대, 무대 위에서 관객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배우로서 "힘겨운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빨라진 공연 시작 시간에 맞춰 오기 힘드시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김지철은 "관객이 있어 지금의 공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으로 행복하게 돌아가실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극에 맞는 에너지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최선의 선물인 거 같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스승 호태에게 부채를 건네받는 장면을 소리 내 본다면 "복합적인 마음이지만, 감사합니다. 스승님"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말로 하지 않아도 눈빛과 그 공기 하나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는 게 많다. 정의 내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좋지 않을까. 드라마적으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시기에 공연을 보라는 말이 조심스럽지만, <판>을 보신 후엔 분명 하루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힘들었던 날에 공연을 보시고 유쾌한 즐거움을 얻는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몸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배우 김지철 / 사진 ⓒ 이지은 기자
배우 김지철 / 사진 ⓒ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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