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시시비비] ‘부동산 담화’에 경찰청장 왜 동석했나
[이원두 시시비비] ‘부동산 담화’에 경찰청장 왜 동석했나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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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DAILY

내년 5월 9일이면 임기가 끝나는 문재인 정부는 최근 두 가지 중요한 단안을 내렸다. 하나는 내년 예산안과 연관된 세법 개정이며 다른 하나는 정부 출범 이후 열정적으로 추진해 온, 그러나 결과는 정부가 바라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질주’하는 부동산 관련 ‘담화’이다. 세법 개정안은 예산안과 연관된 것임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담화에 담긴 ‘정부 의지’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상 대통령 선거 정국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 이상의 ‘입장표명’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따라서 세법 개정안과 부동산 관련 담화에 담긴 내용의 의미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마감 의지’를 천착해 볼 필요가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 2구역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 설명을 듣고 있다

세법 개정안은 지난 네 차례와는 달리 대기업에 대한 우대 정책이 담긴 것이 눈에 두드러진다. 지금 세계가 목숨을 걸다시피 격전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그리고 탈 탄소를 대기업 없이는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현실을 이제라도 깨달았다는 데 방점을 찍어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부동산 관련 세금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홍남기 부총리가 국토부장관, 금융위원장, 경찰청장을 동석시킨 가운데 발표한 ‘부동산 담화’내용과 함께 이 정부 고집의 표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경찰청장이 왜 동석한 것일까? 이 담화에서 홍 부총리는 ‘막연한 기대심리와 투기 수요, 불법 거래가 가격상승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주택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은 국민 모두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라고 한 대목에서 그 이유를 읽을 수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경찰청장은 ‘부동산 청약이나 기획 부동산 투기는 구속까지 될 수 있는 범죄임을 유념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홍 부총리 담화는 정책당국이 아니라 부동산 애널리스트의 시황해설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며 경찰청장의 으름장에서도 공직자의 책임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이러기 위해 부총리와 국토부장관, 금융위원장, 경찰청장까지 동원한 것은 일종의 행정력 낭비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연출 된 것은 대선정국이 가열되는 가운데 부동산 문제로 국민의 불평과 대선주자의 온갖 대안이 난무하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과 대안 제시를 통해 상황을 정리해야 할 당국이 이번 담화는 경찰의 힘을 빌려서라도 국면을 호도하려는 군색함을 드러냈을 뿐이다. 동시에 부동산 문제에는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쳐 온 정부로서는 정권 말기를 앞둔 시점에서 방향 전환의 뜻은 없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방향 전환은 없다는 선언은 세법 개정안에도 담겨있다. 이른바 비율과 사사 오입으로 과표를 정하는 종부세를 비롯하여 턱없이 오른 보유세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턱없이 오른 부동산 관련 세금은 ’퍼주기 복지‘를 앞세운 이 정부 세입확보에 기여를 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감세에 따라 줄어든 세입을 보충해 주는 부동산 관련 부분을 손 댈 이유가 없음을 뜻한다. 그런 의에서 볼 때 시장에서는 실패라고 낙인이 찍힌 부동산 관련 정책이 정부입장에서는 상당한 세입을 보장해주는 효자, 다시 말하면 부동산 정책은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을 염두에 두고 최근 정부와 여당 대선주자가 주장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 ’철학‘이나 정책 대안도 우려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재생이 불가능하거나 한계가 있는 공공재를 효과 있게 다뤄야 할 때 적용하는 ’공유지의 비극‘이론을 홍 부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여당 대선주자들의 ’기본주택 공급 유지와 국토보유세 신설‘’론은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상당 부분 제한하는 것을 전제로 한 논리이다. 속된 말로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들고나오는 격이다. 이런 발상이 이어지는 한, ‘아파트가 빵이라면’이라든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두 강남에서 살 필요가 없다’는 따위의 역대 급 ‘명언’으로 현실을 호도하는 상황은 이어질 것이다. 정책당국은 체면을 보지 말고 시장 현실을 직시, 좀 더 솔직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면 경찰청장의 도움 따위를 앞질러 요청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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