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틀잭'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
"여명, 어스름한 새벽 빛같은 배우가 되고싶어"
황순원의 '소나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창작뮤지컬 <리틀잭>은 2016년 초연 이후 올해 5주년을 맞이했다.
뮤지컬 <리틀잭>은 1967년 영국을 배경으로 밴드 '리틀잭'의 보컬 잭 피셔와 그의 첫 사랑 줄리 해리슨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공연제작사 HJ컬쳐의 뮤지컬 <리틀잭>이 지난달 5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에서 공연 중이다.
본지는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주인공 잭 피셔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정민을 만났다. 그는 지난 6월 말 마지막 공연을 끝마치고 홀연히 사라졌지만, 그는 이 작품에서 영원히 되어버린 순간을 노래했고, 이 여름 그 뜨거운 계절 속에서 언제나 '리틀 잭'의 보컬리스트 잭 피셔로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다음 인터뷰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Q. 연초 인터뷰에서 올해 정민 주니어 계획을 세웠는데
정민 사실 지금쯤이면 준비하고 있어야 할 시점이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라는 게 지금까지 이렇게 크게 확산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래서 아내와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이 시점에 우리가 아이를 가지는 게 맞는 걸까 라고요. 병원을 계속 다녀야 되고, 또 조리원을 가면 못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출퇴근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내를 혼자 보내두는 성격도 안되고, 만약 정말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작품이고 뭐고 다 쉬고 아내 옆에서 같이 보냈을 거거든요. 성격이 그러다 보니 일단 올해까지는 생각을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내년 3월까지 작품이 다 잡혀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하고 있는 작품들에 조금 더 집중하고, 내년 4월 즈음부터 계획을 새로 짜보자고 결정했어요. 사실 최근에 정말 쉴 틈 없이 작업을 이어오고 있어서 저도 휴식이 조금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내년 4월쯤 기회가 된다면 하와이에 한 달 정도 휴식 기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계획이긴 하지만 휴식과 2세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려고요. 그런데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서 내년에 또 어떻게 될지 아직 예측이 안돼요. 정말 쉽지 않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Q.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시대고,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인 것 같다.
정민 그래서 백신도 얼마 전에 바로 맞았어요. 혹시 모르잖아요. 사실 계획을 했지만 어딜 나가고, 여행을 간다는 게 정말 말 그대로 쉽게 이루어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더라도 진짜 가도 되나라는 고민을 할 것 같거든요.
Q. 작품 이야기에 앞서, 본지와 처음 대면으로 하는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정민 안녕하세요. 저는 2005년 데뷔해서 이제 16년 차 정도가 되는 뮤지컬 배우 정민이라고 합니다.
Q. 데뷔 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봤을때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까?
정민 사실 제가 처음 공연을 시작했을 때 초봉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았어요.(웃음) 왜냐하면 사실 처음 공연은 뮤지컬이 아니라 댄스컬이라고 댄스 뮤지컬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라는 퍼포먼스 공연으로 데뷔를 했었거든요. 당시만 해도 다양한 공연들이 성행 할 때였었고, 저도 춤을 정말 좋아했었던 시기였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춤을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싶고, 매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 시기에 댄스컬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오디션을 보러 가게 됐죠. 사실 그 당시에 춤꾼들만 모였던 그 공연에서 연극 전공인 배우가 오디션을 봤다는 게 이례적이었죠. 그런데 저는 진짜 자신이 있었어요.(웃음) 오디션을 보고 대표님께서 연봉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면서 얼마를 주겠다고 페이를 제시하셨었는데, 당시 제가 스물다섯 살이었는데 무슨 깡이었는지 "저를 쓰면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저는 이만큼의 페이를 받고 싶습니다"라고 당시에 많은 액수의 페이를 역제시 했었죠. 사실 그때 대표님은 "얘는 대체 무슨 깡일까"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대표님이 어떤 걸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보고 "네가 우리를 충족시켜주면 페이를 올려주겠다"라고 답해주셨어요. 거기에 또 저는 좋다면서 당시에 6개월 계약이었는데 "3개월을 딱 지켜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남은 3개월은 제가 원하는 페이를 주십시오. 성에 안 찬다면 안 주셔도 됩니다"라고 계약을 했죠. 그리고 정확히 3개월 뒤에 급여를 인상 받았습니다. 사실 그때는 그 페이가 공연계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대표님이 연장 공연을 하자고 하셨을 때 저는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고 대학로로 넘어왔는데 월급이 완전 폭삭 깎이게 됐죠. 그렇게 1년, 10년, 15년 차가 되면서 지금은 아주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Q. 힘들었던 시기는
정민 있었죠. 말 그대로 쉽다고 말할 수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 힘들었던 시기에 김태완 선배가 해주셨던 말이 있어요. "너 배우가 되고 싶니, 이쪽 바닥에서 계속 배우를 하고 싶냐"면서 제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럼 10년만 버텨, 넌 버티기만 하면 무조건 기회도 오고 실력도 생기고 배우가 될 수 있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1년, 2년 버티다 보니 지금까지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고 있네요. 그 이야기를 딱 듣고 10년을 버티니까 인정을 받게 되더라고요. 그 말을 제가 듣지 않았다면 정말 중간에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마음가짐도 그때 이후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대하는 자세도 바뀌었고요. 그리고 친한 배우 중에 김종구 배우라고 있거든요. 저보다 한 살이 많은 형인데 워낙 친하다 보니까 친구 같아요. 그리고 알게 된 것도 워낙 초반부터 알았었고요. 언제부턴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한테. 무슨 작품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네가 어떤 작품 이후로 배우로서 작품과 인물, 주변에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던 것 같다. 내가 네가 하는 공연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고요. 제가 그동안은 어떤 작품을 하던 맨날 똑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언제부턴가 바뀌었다는 거였죠. 그 큰 변화는 제가 생각하기에 결혼이었던 것 같아요. 결혼하고 나서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들이 작품, 그리고 캐릭터에 영향일 끼친 거죠. 어떻게 보면 가정을 책임져야 된다는 책임감이 생겼고, 마인드 자체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전까지만 해도 물론 작품이나 캐릭터에 집중을 해왔지만 조금 더 다양한 방향성으로 확장시키고 혹은 더 집중하게 됐다랄까요.
Q. 변화가 두렵지는 않던가
정민 아뇨. 저는 정말 즐겁고 재밌었어요. 제가 고민을 해야 되고 생각할 부분들이 많아진다는 걸 느꼈고, 그걸 해결해 나가는 게 절 더 성장시켰거든요. 그리고 일을 잘하는 것과 즐기면서 재밌게 잘하는 건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주위에서도 그걸 봐주셔서 정말 쉴 틈 없이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고, 지금도 무대에 오르고 있는 원동력이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더 많은 열정이 있지만 하지 못해서 아쉬울때가 있습니다.(웃음)
Q.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들은 없었나.
정민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다 보니 전보다는 확실히 떨어진다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짬짬이 운동도 하고 체력을 키우려고, 아니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퇴근할 때 될 수 있으면 최대한 계단으로 움직이려고 하고 있어요.
Q. 결혼이라는 게 참 많은 걸 변화시키는 것 같다.
정민 기자님은 결혼하셨을까요? 아직 안 하셨다고요. 꼭 결혼하시길 바랍니다.(웃음) 제가 결혼 전도사거든요. 제가 조금 더 빨리 결혼을 했으면 지금보다 배우로서, 저 자신으로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모든 배우들이 자기의 실력을 더 키우고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저는 결혼이라고 생각해요. 결혼 이후에 정말 많은 걸 느꼈고, 앞서 말한 것처럼 저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기 때문에 전 결혼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어떤 책임감들이 생겨서 그런가 많은 대표님들이 잘 봐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Q. 사실 뮤지컬 <리틀 잭>과 정민은 떼어놓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았다.
정민 정말 감사한 말인 것 같네요.(웃음) 사실 초연 무대에 올라가는 작품들은 걱정이 많아요. 초연 이후 제가 나이가 맞지 않아서 다시 못 맡을 수도 있고, 어떤 상황이나 시간 등 여건이 맞지 않아서 다시 못 만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시 하고 싶어도 못 만나는 작품들이 생길 때가 종종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없어도 그 공연이 다시 올라가고 관객분들에게 그 역할과 작품이 사랑받고 있는 걸 볼 때 뿌듯함이 있지만, 저는 너무 속상하고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웃음) 내가 저 무대에 없으면 이 공연은 멈춰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지만, 제가 없어도 무대는 계속되는 게 좋으면서도 속상한 마음이 공존하죠.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놓지 않았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우선 순위로 넣어두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이 작품 말고도 초연 무대에 올라간 작품들은 최대한 놓고 싶지 않고, 놓치지 않으려고 여러 작품이 같이 들어온다면 우선 순위로 넣어두는 편이에요. 최근에 제가 계획을 잘못 짜서 못 올라간 공연이 있는데 정말 너무 아쉽더라고요.
Q. 작품과 함께 성장한 것 같았다.
정민 아무래도 나이도 먹고 사이사이 다양한 작품들을 해왔기 때문에 제가 성장한 만큼 잭도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조금만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잭이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가 가지고 있는 아픔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그것이 해소된 게 첫 시작 지점이에요. 결혼을 하고 나서 바라본 이별, 사별이라는 게 감정적으로 엄청난 아픔이란 걸 알게 되니 잭이라는 인물이 엄청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해탈, 그에 가까운 성숙함이 보였죠. 그런데 이제 다음 이야기가 바로 과거, 첫 만남씬이거든요. 그 감정의 고하를 나누는 게 달라졌던 것 같아요. 극 중 잭이 줄리는 내 아름 안에 영원히 살아서 내 노래와 함께 영원히 살아있기 때문에 나는 이제 괜찮다는 말을 하는데 정말 와닿는 부분들이 많아서 놀라기도 했었어요. 이게 나이를 먹어 가면서 느끼는 게 달라지는 구나라는걸 느꼈어 재밌었어요.
Q. 본인과 작품 속 잭을 비교해 보자면.
정민 잭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솔직히 극 중 인물들처럼 신분적인 차이가 나면 보통 선뜻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용기를 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부분에서 저와는 정말 많이 다르구나라는 걸 느꼈죠.(웃음) 그리고 닮은 점은 아무래도 어떤 사랑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상대에 대한 사랑과 같은 부분에선 저랑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랑을 시작하면 거기에 올 인 한다는 그런 부분들?
Q. 어려웠던 부분은
정민 아무래도 연주요. 완벽하게 클리어하는 날이 드물었어요. 아무래도 노래도 불러야 하고, 연기도 해야 되고, 큐도 맞추고 조명과 동선도 다 맞춰야 하거든요. 생각해야 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그냥 앉거나 서서 보고 칠 때는 한 번도 안 틀리는 게 서서 연주하다 보면 조금씩 틀릴 때가 있죠. 그런데 오래 하다 보니 이젠 안 봐도 몸이 기억하더라고요.
Q. 네 명의 상대 배역을 이미지화해 보자면? (줄리 역에 총 5명의 배우가 함께하지만, 31일 하차로 이혜수 배우와는 같이 무대에 서지 않았다.)
정민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즐거우면서도 힘든 게 같은 역할이지만 매일 다른 배우들과 만난다는 거죠. 사실 힘들면서도 재밌어요. 올해 <리틀 잭>은 어떻게 보면 매번 새로운 공연을 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신선함이 함께 했죠.
그래서 일단 배우들을 색깔로 표현을 해볼게요. 우선 랑연, 첫 번째 줄리는 초연부터 함께 했었던 배우거든요. 워낙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그런가 정말 너무 편안했어요. 오래 했던 랑연 배우라서 그럴까 어떤 편안한 색감을 주는, 그린 색? 자연의 색깔인 것 같아요.
그리고 서윤 배우 같은 경우에는 살이 쪘다고 하는데도 너무 말랐어요. 아직도. 그래서 작품 속에서도 줄리가 그 당시 때에 예전보다 더 야윈 그녀를 보면서 정말 안아주고 싶었고, 붙잡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말 그대로인 것 같아요. 정말 실제로 그 상황이 된 것처럼 그 장면에서 서윤 배우의 줄리를 보면, 얘한테 모진 소리를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여리여리해서 그런 면에서는 어떤 색깔이죠? 제일 줄리 같은 색감이지 않나 싶어요. 어떤 노란색? 밝은 노란색인 색감인 것 같아요. 파스텔 톤의 노란색.
진솔이는 뭔가 레인보우? 무지개색 같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다. 우리 작품을 보면 보랏빛 라이트가 있거든요. 약간 그 보랏빛 라이트 색감이에요. 뭔가 통통 튀면서도 어떤 장면에서는 차분함을 주기도 하는 색깔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보라색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작품을 할 때 제가 밭는 라이트 색깔이 딱 맞을 때가 있는데 그럼 그 공연은 잘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약간 오묘한 오로라 색깔이 되게 잘 맞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별 배우는 한별이는 긴장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공연 전에 맨날 "나 떨려" "긴장돼 죽겠어" 하는데 정작 큐 들어가서 무대에 올라가면 정말 너무 잘하거든요. 그래서 얘는 정말 잘하는 친구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연습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느끼긴 했었죠. 제가 연습실에 처음 나갔을 때 저는 아무래도 전부터 이 작품을 해왔으니까 익숙했는데 이 친구는 첫 연습이라 어려웠을 텐데 너무 완벽하게 하고 있더라고요. 전에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준비를 다 해왔었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경험이 되게 많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막내더라고요. 그래서 이 친구는 약간 어두운 계통의 색깔들 있잖아요. 어떤 차분하면서 고급스럽다고 느끼는 색감들이 딱 어울리지 않나 싶어요. 몇몇 명품 브랜드에서 보이는 브라운 색감?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공연을 하면서 되게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요. 진지함과 호흡에서 나오는 새로운 느낌이 들었던 배우였습니다.
Q. 본인은 어떤 색감인 것 같나.
정민 저는 사실 실제로는 어두운 색깔을 많이 가지고 가거든요. 약간 베이스로 깔아두는 느낌이에요. 제가 좋아하고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작품 속에서 인물이 무너질 때나 진지해지는 상황에서 정말 처참하게 무너지고 쓰러지죠. 좋게 말하면 순수함이 보인다고 할 수도 있는데 조금 나쁘게 말하면 유아틱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그 다양함을 계속해서 가지고 가려고 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진짜 슬픔, 진짜와 가짜가 있다는 게 웃긴 말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들의 눈물은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언젠가 싸우거나, 아프거나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우는 모습을 봤었는데 정말 서럽게 우시더라고요. 큰 충격을 받았었어요. 어른들의 울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울음과 다를 게 없었던 거죠. 사실 우리가 아는 어른들의 울음은 영화와 드라마, TV가 만들어낸 모습이었죠. 작품 속에서 이런 부분들을 온전히 드러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색하지 않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두움과 밝음의 사이, 되게 큰 아픔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나올 때가 있는 것처럼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내고 싶었고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 중에 하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들어보니 개인적으로 밤에서 새벽, 그 어스름한 색이 떠오른다
정민 맞아요.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그 자리. 어두움과 밝음을 규정하고 싶지 않은 그 색감. 비극과 희극은 한 끗 차이인 것처럼 저는 제가 그리고 있는 인물들은 그렇게 규정짓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픔 속에서 밝음을 비출 수 있고, 밝지만 누구보다 어두운 인물도 있잖아요. 그래서 밤이고 낮이고, 어둠이고 밝음이고를 정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1도 그리고 0도 아닐 수 있고, 낮도 밤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사이 어스름한 시간과 색, 단어가 있다는 건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런 사람이고 싶고,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여명. 여명의 눈동자가 떠오르지만, 여명이란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정민 제가 추구하고 있는 배우의 색감이 딱 말씀하신 여명이라는 말인 것 같아요. 여명... 꼭 기억하겠습니다.
Q. 작품의 부제를 더해본다면
정민 첫 장면에서 제가 앨범을 가지고 왔다고 말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마이걸이라고 말하는데 저는 부제를 더한다면 '마이걸'이면 좋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정민 뮤지컬 <리틀 잭>은 영국의 한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건데 한국의 소나기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한국인의 정서가 정말 잘 묻어있는 공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 사운드와 정말 잘 어울려서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작품이죠. 밴드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이질감에 공연을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도 공연을 보신다면 밴드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부숴버릴 수 있는 유일한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생각이 나 편견 없이 공연을 보시면 정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저는 짧은 기간이지만 무대에 오르면서 매일매일 공연을 하면서 힐링을 받았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다른 배우들의 공연에서도 충분하게 행복한 감정과 힐링을 얻으실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제 대신 많이 힐링하고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정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들이 많거든요. 밴드 식구들도 다 너무 잘하시고, 스태프분들도 너무 좋습니다. 공연이 끝나는 그날까지 사랑해 주시고, 신나게 즐기고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