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시시비비] 경제 밀려난 자리 차고 앉은 ‘돈 뿌리기 정치’
[이원두 시시비비] 경제 밀려난 자리 차고 앉은 ‘돈 뿌리기 정치’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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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회복자금 1조원 증액과 전국민 재난위로금 100%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우리 경제를 걱정해야 할 주체는 국민과 정부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정부는 전혀 걱정을 않는다. 성장보다는 분배와 복지에 더 관심을 두고 경제를 운용해 온 후유증일 수도 있다. 경제정책이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방향을 잡은 탓에 국민의 관심 역시 ‘정부의 분배’에 더 쏟리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캔데믹으로 이른바 ‘재난 위로금’이라는 이름의 현금 뿌리기가 당당하게 반복되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관심은 여야 할 것 없이 현금 뿌리기가 정책의 앞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

이러한 한국경제 사정을 걱정해 주는 외국기관이 등장,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을 고마워해야 할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지 헷갈린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피치(Fitch)는 한국 신용등급을 기존의 AA+를 유지하면서도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은 기존의 2.5%에서 2.3%로 낮추었다. 그 이유로 피치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중기적으로 성장의 압력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꼽았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그만큼 흔들린다는 의미다. 당장 국가 신용등급에는 문제가 없으나 중기적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는 피치의 신용등급 평가는 결코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정부와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조차 관심은 ‘고령화 대책’이 아니라 오로지 돈 뿌리기에 쏠려 있다.

정부의 돈 뿌리기는 그래도 코로나 피해 위로와 지원이라는 ‘절박한 명분’이라도 있다. 그러나 이런 건사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돈을 뿌리는 방법은 미숙하기 짝이 없다. 재정 당국과 씨름 끝에 하위 88%에 1인당 25만 원으로 결론이 났으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지원금을 최대 2천만 원(원안은 최대 9백만 원)으로 올린 것은 좋지만 영세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점이다. 최근 6개월간 매출 감소를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매출 감소를 증명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법은 부가가치세 신고 내역이다. 일반 사업자는 6개월마다 신고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나 영세업자는 1년에 한 번만 신고하면 되는 ‘간이 과세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6개월 단위 매출 현황을 증명할 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 지난 4월의 재난지원금을 못 받은 영세업자들이 이번에도 제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은 사전에 대책을 강구했어야 하는 것이 돈 뿌리기의 의무사항이 아닌가?

정부의 돈 뿌리기는

그래도 코로나 피해 위로와 지원이라는

‘절박한 명분’이라도 있다.

이런 건사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돈을 뿌리는 방법은 미숙하기 짝이 없다.

재정 당국과 씨름 끝에 하위 88%에 1인당 25만 원으로 결론이 났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지원금을 최대 2천만 원(원안은 최대 9백만 원)으로

올린 것은 좋지만 영세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점이다.

최근 6개월간 매출 감소를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매출 감소를 증명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법은

부가가치세 신고 내역이다.

일반 사업자는 6개월마다 신고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나

영세업자는 1년에 한 번만 신고하면 되는 ‘간이 과세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6개월 단위 매출 현황을 증명할 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

지난 4월의 재난지원금을 못 받은 영세업자들이 이번에도 제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내년 대선에 뜻을 둔 유력 주자들이 하나같이 대표 공약을 ‘돈 뿌리기’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피치가 경고하고 있는 중장기적 성장 압력 요인인 인구 고령화에 대해 언급하는 ‘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돈 뿌리기는 여당인 민주당 유력 후보의 한 사람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이다. 모든 국민에게 연간 지역 화폐로 1백만 원씩, 청년에게는 2백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등의 신설로 재원 60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로 포장된 이 메가톤급 돈 뿌리기 공약이 신호가 된 것일까? 다른 주자도 경쟁하듯이 돈 뿌리기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군에서 전역하는 사람마다 3천만 원을, 정세균 후보는 사회 초년생에게 1억 원을, 김두관 후보는 20세가 되면 6천만 원을, 야당인 국민의 힘 유승민 후보는 소득 하위층에 선별 지원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이들은 소요재원 조달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제시하지 못한다. 어떤 형태로든 재원을 조달하더라도 그것이 빚을 내는 방식이라면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부(負)의 유산이다. 가뜩이나 저출산 고령화로 기초 체력이 약화되고 있는 지금 굳이 다음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면서까지 현금을 뿌려야 할 정도로 국민 생활이 절박한지,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층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군다나 선거를 앞두고 현금을 뿌리는 것은, 명분이 아무리 건사하더라도 매표(買票)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1950년대 자유당 집권 시절 선거철이 되면 ‘고무신 한 켤레, 담배 한 갑, 막걸리 한 병’을 세트로 묶어 주민에게 공공연하게 돌린 ‘비참한 과거’를 소환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좀 더 건실한 자세로 중장기적인 경제대책부터 제시하는 것이 국민에게 대한 도리다. 우리 경제를 외국 신용평가사만이 걱정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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