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가 연일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8명의 뮤지컬 스타가 만드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 'BATON'(이하 '바톤')이 코로나 시대에 관객들에게 위로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콘서트 '바톤'은 18명의 배우들이 참여한 콘서트로 매 회차마다 세 명의 배우가 각각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무대를 선보이는 독특한 방식의 콘서트다. 코로나 시대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그리고 배우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정우연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출신으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 <무한동력> <차미> 연극 <정의의 사람들> <시련> <카모마일과 비빔면> <제인> 그리고 올해 뮤지컬 <유진과 유진>에 작은 유진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다.
다음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남다른 연기력과 음색을 뽐내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다.
Q. 어렸을 때, 어떤 아이였나.
정우연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때까지 회장-부회장-반장-부반장까지 안 해본 때가 없을 정도로 매 학기 학급을 이끌던 조금 시끄럽고 관심 받기를 좋아했던 친구였어요.(웃음) 그리고 중학교 때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기에 접어들면서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방황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정신 차리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어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반 아이들과도 정말 친하게, 활기차게 뛰어다녔던 친구였습니다.
Q. 대학 진로는 언제 결정을 했을까.
정우연 공부를 많이 하기는 했는데 취미로 노래를 계속 배워왔었거든요. 고등학교 2학년때인가 선생님이 '연극 영화과'라는게 있는데 저보고 아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뭐에요?"라고 답했었는데, 선생님이 제가 가게되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래서 고민의 시간을 가지게 됐죠. 집에가서 부모님에게도 물어봤고요. 사실 제게 '배우'라는 직업은 1순위가 아니었거든요. 고등학생이니까,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니까 좋은 대학교, 입시에 대한 생각이 앞섰어요. 좋은 대학교를 가야 된다는 어떤 열정과 열망, 불타오르는 마음만 있었죠. 고민을 거듭하다가 연기학원을 알아보고 등록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렇게 시작을 했습니다.
Q. 언제 처음 배우를 꿈꾸게 됐을까.
정우연 정말로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스물다섯 살이었어요. 사실 그 전까지만해도 '배우'가 되야겠다 라기 보다는 입시와 좋은 대학교를 가야 된다는 어떤 사명감? 욕심이 앞섰었거든요. 스물다섯 살, 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배우란 뭐지? 배우는 어떻게 해야 되는걸까? 라는 고민이 이어졌죠.
Q. 계기는?
정우연 일단 졸업할 때 쯤 제 멘토가 되시는 교수님을 만났어요. 교수님이 정말 용기와 힘을 많이 주셨었고, "네가 진짜 (배우가) 될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었죠.(웃음) 그리고 앞서 말했던 스물다섯 살, 그때 졸업 공연이 인생을 바꿨죠. 그 작품을 준비하고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가는 그 과정들에서 정말 많은걸 배웠고, 느끼게 됐죠.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와 희열, 감정을 느꼈어요. 그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고 지금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Q. 어떤 공연이었나.
정우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베르나르다 알바 역을 맡았습니다.(웃음) 사실 이 공연이 제게는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했었어요. "내 인생의 마지막 뮤지컬"이라고 결정했었죠. 그런데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나서 무대에서 내려왔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몇 시간 동안 내내 울었던 것 같아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죠. 마지막 공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하는구나, 이걸 이렇게 떠나보내면 안되겠구나라고요. 이렇게 울 정도로 공연을 사랑한다는걸 깨닫고 나서 다시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어떤 욕심이 생겼고,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결심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우란과 정동 극장에서 공연됐는데, 올라간 공연을 봤을까.
정우연 우란 초연 때 봤었어요. 표를 구해서 공연장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크게 뛰었던 기억이 나요. 시작하기 전 제가 더 떨리더라고요. 그리고 무대가 암전이 되는데 다른 관객들은 제 얼굴을 보지 못했겠지만 정말 울컥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꿈꾸는 배우 선배님들이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만들고 있다는걸 보면서 꿈을 꾸는 것 같았죠.
Q. 졸업하고 나서 그래도 여러 작품들을 만났던 것 같은데
정우연 하나하나 너무 소중하고 소중했죠. 제가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Q. 다 좋았겠지만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정우연 사실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보셨을 작품이 아닐 텐데, 제가 연극 <정의의 사람들>을 했었던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연극이 정말 어려웠던 기억이 있어요. 인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부터 처음 대본을 봤을때 정말 막막했었거든요. 되게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공연이었어요.
Q.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는데, 조금 더 편한 장르가 있을까
정우연 똑같으면서 다른 것 같아요. 마음적으로 조금 더 편한건 사실 연극이 편해요. 왜냐하면 뮤지컬을 할 때는 사람을 만날 때도 항상 긴장하게 되고, 내 컨디션에 대한 생각을 엄청 많이 하게 되거든요. 내가 너무 소리를 지른 게 아닐까? 내 목이 많이 상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계속해서 들어요. 연극을 할 때엔 아무래도 그런 부분들이 뮤지컬보다 덜하기 때문에 조금 마음적으로 편한 느낌이 있죠. 반대로 뮤지컬 같은 경우에는 사실 조금 즐거운 작품들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편하고 공연을 하러 가는게 즐거웠어요.(웃음)
Q. 그래도 작업을 쉬지 않고 이어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정우연 쉬고 싶지 않아요. 아직 적금 못 들었거든요! 내년에는 적금을 꼭... 들겠습니다.
Q. 쉬는 날엔
정우연 사실 연습은 정말 편안하게 다니거든요. 화장도 안 하고 옷도 편하게 입고 다녀요. 쉬거나 이럴 때 저 자신을 준비도 하고 예쁘게 옷도 입고, 맛있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밥을 먹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날 또 일주일에 한번 있는 화장 데이라서 셀카도 많이 찍고... 아, 사실 셀카는 많이 안 찍어요. 셀카로 찍으면 제 얼굴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거울처럼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거울 속 내 모습은 좋은데...
Q. 콘서트 <BATON>
정우연 TMI 정우연? 정우연의 TMI 특집이랄까요?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에 대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려드리려고 준비했습니다. 뭔가 사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뭔가 함께 웃고 싶은 에피소드도 많은데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좌우명이 있을까
정우연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여러분 오늘을 가장 열심히 사세요. 오늘이 가장 젊은 날입니다! 사실 이 명언을 처음 들었을 때 진짜 눈물이 날 뻔했어요. 마음이 찡했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제가 입버릇처럼 "아, 어떡해 삼십 살 되기 싫어"를 달고 살았었거든요. 그런데 이 말을 처음 보았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 맞아.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야"라는 생각이 나면서 열심히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Q.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고, 나중에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정우연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런데 저는 뭔가 항상 제가 공연을 보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에도 뭔가 저를 감성적으로 움직여주고, 제가 화내고 웃는 그런 해소가 돼야 치유와 힐링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뭔가 제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어떠한 뱡향이로든 움직이게 하고,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울분이나 슬픔 등을 해소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어떠한 방향이던 웃음이던 분노던 슬픔이건 그 감정에 대한 해소를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해야겠죠? 그럼 계속하겠습니다.(웃음)
Q. 지금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
정우연 기초 대사량? 여러분 요즘 기초대사량이 너무 떨어져서 정말 똑같이 먹어도 계속 살찌고 미쳐버릴 것 같아요. 여러분 기초 대사량을 높여야 합니다!(웃음)
Q. 그럼 기초 대사량이 높아지면 행복할까
정우연 네, 일단 그럴 것 같아요.(웃음) 사실 기초 대사량이라는게 한 번 떨어지면 다시 높이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여러분 정말 중요합니다! 기초 대사량을 높이세요!
Q. 유급휴가를 받게 된다면, 가보고 싶은 나라? 도시는?
정우연 저는 조카 보러 일본을 갈 겁니다. 조카가 너무 보고 싶어요. 하루야 사랑한다! 이모, 이모 인터뷰한다! 네 이모야!
Q. 조카는 몇 살인가
정우연 한국 나이로 네 살이요.
Q. 어린아이들은 얼굴을 조금만 못 보면 금방 잊어버릴 텐데
정우연 그래서 요즘 집착적으로 영상통화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이모를 잊게 하지 않으려고요. 첫인사도 계속 똑같이 하고 있어요. "이모~" 하면서... 그럼 이제 알더라고요.
Q. 콘서트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자면
정우연 저에 이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많이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와 함께 힐링하시고 행복한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반기 더 열심히 해서 적금을 꼭 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