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리틀잭' 윤진솔 "첫사랑, 너무 아픈 기억이 아니었음을"
[더인터뷰] '리틀잭' 윤진솔 "첫사랑, 너무 아픈 기억이 아니었음을"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순원 '소나기' 그리고 뮤지컬 '리틀잭'
뮤지컬배우 윤진솔이 그린 줄리 해리슨
"첫사랑? 안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공연제작사 HJ컬쳐의 뮤지컬 <리틀잭>이 지난달 5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에서 공연 중이다.

황순원의 '소나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창작뮤지컬 <리틀잭>은 2016년 초연 이후 올해 5주년을 맞이했다. 올해 5주년 기념 공연에는 다섯 명의 잭과 다섯 명의 줄리 해리슨이 캐스팅돼 개막 전부터 큰 기대감을 모았다. 뮤지컬 <리틀잭>은 1967년 영국을 배경으로 밴드 '리틀잭'의 보컬 잭 피셔와 그의 첫 사랑 줄리 해리슨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본지는 잭 피셔의 첫사랑 줄리 해리슨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윤진솔을 만났다. 그가 그리고 있는 뮤지컬 <리틀잭> 그리고 줄리 해리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다음 인터뷰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힌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윤진솔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윤진솔입니다. 활동을 시작한 지는 12년 정도 됐고 뮤지컬을 꾸준하게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여러 매체를 오가며 활동했던 것 같다.

윤진솔  네, 아무래도 매체 쪽을 먼저 시작했었거든요. 그래서 더 중점을 뒀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너무 매력적인 장르고 제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항상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뭔가 큰 인연은 없었고, 여러 매체를 오가면서 활동을 이어왔죠. 그러다가 뮤지컬 <빨래>를 만나고 공연 쪽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빨래>를 하면서 정말 너무나도 좋은 배우님들, 스태프, 제작진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었거든요. 그 작품을 하면서 뮤지컬의 매력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어요. 

Q. 뮤지컬 <리틀잭>은 어떻게 알게 됐을까.

윤진솔  사실 조금 전에 말했던 <빨래>라는 작품을 할 때 어떤 분이 저보고 이런 작품이 있는데 저랑 잘 맞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봤어요. 공연요? 당시에 시간이나 일정이 맞지 않아서 보지는 못했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첫 연습 기억이 날까 

윤진솔  사실 대본을 처음 받아서 읽어봤을때 정말 놀랐어요. 소나기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만 알고 대본을 읽었는데 저도 모르게 세워놨던 벽이 허물어지는게 느껴졌죠. 사실 처음 대본을 읽고 연습을 시작했을때 뭔가 부족함? 비어있다고 느꼈어요. 이게 뭐일까 고민을 했었는데 밴드가 합류하고 나서 정말 마법처럼 이 부분들이 다 채워지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우리 작품은 배우 두 사람만 있어서는 완성할 수 없는 작품이더라고요. 네 명의 밴드 연주자들이 함께하니 완성됐다는게 느껴졌어요. 그 첫 연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웃음)

Q. 같은 배역에 4명의 배우가 함께한다. 

윤진솔  사실 대다수의 배우님들이 초연 혹은 재연부터 지금까지 쭉 해오셨던 배우님들이시거든요. 그래서 진짜 제가 긴장을 많이 안하는 편인데 더 대본을 읽고 더 연습에 집중했었던 것 같아요. 다들 이미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저도 저만의 줄리 해리슨을 만들어야 했었거든요. 일단 처음에는 대본에 충실했고 그 뒤에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 그리고 흐름에 대해서 고민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가 제가 다른 배우들도 모니터링 했는데 정말 제가 생각하지 못한 줄리 해리슨을 연기하고 있기도하고 다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는게 느껴졌어요. 이름만 줄리 해리슨이지 똑같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는게 정말 신기했고 재밌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상대 배역, 주인공 잭 피셔역에 다섯 명의 배우가 함께하고 있다. 각각 이미지화를 해보자면

윤진솔  느낀대로 말해볼게요. 일단 정민 배우님은 뭐랄까 진짜 귀여운 잭이에요. 어린 시절의 잭이랑 나이가 들었을 때 잭의 모습이 많이 다르기도 한데, 정말 같이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요. 너무 귀여워서요.(웃음) 사실 정민 배우님이랑 저랑 나이차가 조금 있거든요. 그런데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정말 귀여운 잭, 그리고 그 누구보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시도를 굉장히 많이 해서 놀랄 때가 가장 많았던 잭이었어요. 

그리고 민수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본체가 가지고 있는 텐션이 굉장히 높으시거든요. 그래서 공연을 이끌어가는데 진짜 지루함이 단 일도 없어요. 그게 같이 하고 있으면서도 제가 느껴질 정도거든요. 티키타카도 되게 재밌게 잘 맞는 느낌이 드는 잭인 것 같아요. 사실 지금 두 배우님하고 밖에 공연을 안 해서 다른 배우님은 리허설 때 맞춰 봤었는데 그때 느낌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볼게요. 일단 지철 배우님은 엄청 자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진짜 자상하셨어요. 그리고 규원 배우님은 뭔가 이상하게 연하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잭이 딱 되는 순간 되게 어려진 느낌, 어린 잭을 만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영 배우 같은 경우에는 뭔가 힘이 있는 잭인 것 같아요. 준영 배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잭에게서도 느껴져요. 이 친구가 연기하고 있는 잭의 방향성이 다른 배우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때가 있었거든요. 사실 준영 배우도 이번에 처음 합류했다 보니 힘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어요. 다들 너무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들어서 진짜 공연을 다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Q. 본인이 생각하는 뮤지컬 <리틀 잭>의 명장면은

윤진솔  저는 개인적으로 두 장면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일단 하나는 처음 잭과 줄리가 만나는 장면이고, 또 다른 한 장면은 잭과 줄리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같이 공연을 다니는 시절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장면입니다. 두 번째 말한 장면에서 'YOU'라는 넘버를 부르는데 복잡한 감정이 순차적으로 오가는 넘버라서 그런지 감정적으로 정말 힘든데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두 장면을 다 좋아합니다.

Q. 잭과 줄리가 처음 만나는 장면,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하게 됐던 걸까

윤진솔  사실 줄리는 이미 잭을 봤었거든요. 대사에도 나오는데 작년 여름 연습실에 가서 잭을 봤다고 말해요. 줄리는 사실 인물 사진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때 잭을 보고 그의 사진을 찍죠. 노래하는 모습이 되게 멋있었고 잭도 멋있었기 때문에 찍은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 뒤로는 본 적이 없는데 벤이 그 클럽으로 날 불렀을 때 어쩌면 잭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진을 들고 왔죠. 줄리는 그가, 잭이 있으면, 그를 만나면 사진을 줘야지 정도만 생각을 하고 그 클럽에 간 거였어요. 저는, 그리고 제가 그리고 있는 줄리는 그렇게만 생각을 하고 간 거였죠. 뭔가 첫눈에 반한다. 폴링인 러브가 아니라 그냥 벤이 공연을 보라고 초대를 해줬고 재밌게 보고 가야지 정도? 그리고 혹시라도 잭이 있다면 작년에 찍은 사진을 건네주는 정도에서의 액션만 생각하고 갔었던 거였어요. 그런데 클럽에 들어가고 나서 뭔가 당황스럽게도 자꾸 잭과 엮이게 되면서 도망치고 싶어졌는데 도망을 못하고 어떻게 하다 보니 잭의 말대로 피아노 앞에 앉게 되죠. 잭이 바로 옆에서 기타를 정말 멋있게 치거든요. 그 모습에 어떻게 보면 더 빠져들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전까지는 그냥 인간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되게 멋있는 사람이구나 정도였으면 바로 옆에서 저만 바라보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에서 이 사람이 되게 멋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을 것 같았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잭이 만나러 오는걸 보면서 줄리는 마음의 문을 열린걸까 

윤진솔  사실 줄리의 마음의 문은 진작 열렸어요.(웃음) 상대방에 어느 정도의 호감이 있지 않은 이상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잭에게 관심이 없었으면 만나거나 말을 걸지도 않았겠죠. 그래서 잭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줄리는 행복함 그리고 설레임 등의 감정을 느꼈죠. 그래서 빨리 관계가 진전되지 않았나 싶어요. 

Q. 첫사랑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나.

윤진솔  저는 안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이룰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 일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Q. 잭과 만나고, 또다시 잭을 떠난다. 

윤진솔  제가 예전에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었어요. 암 때문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분과 그 옆을 지키는 남편분에 대한 이야기였죠. 남편분이 아내분이 하늘나라로 가기 전까지 계속 함께해요. 그리고 아내분이 떠난 이후에 계속 혼자 삶을 살아가셨죠. 그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었는데 굉장히 기억에 남더라고요.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던 걸로 자기는 충분하다고요. 이 작품을 하면서 그 생각이 되게 많이 났었어요. 줄리는 자기의 모습을 잭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줄리는 지금 이렇게 움직일 수 있고, 그와 함께 웃을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할 수 있는 그 모습의 줄리로 기억되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랬을 때 저는 줄리라는 인물이 조금 더 이해가 갔었어요. 무너져 내렸던 잭을 다시 일으키고, 그가 걸음을 내딛게 했었던 줄리는 그가 또다시 나 때문에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을 거고, 그 때문에 그를 떠나게 된거죠. 저는 그랬을 것 같았고, 그렇게 이 인물을 그렸던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남은 기간 동안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진솔  뮤지컬 <리틀 잭>은 사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새로운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왠지 알 것 같은 스토리인데 웃음을 지으시고 눈물이 흐를 수도 있어요. 그렇게 작품을 있는 그대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고, 날씨가 점점 뭔가 꿉꿉해지는데 눈물을 쏙 뺀 다음에 신나는 커튼콜로 다시 웃음을 찾아드릴 거니까 꼭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밴드 사운드가 정말 좋아요. 요즘 콘서트 가기 힘든 시기잖아요. 저희는 연기와 노래, 밴드까지 다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까 꼭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서 조금 이야기를 했지만 두 배역에 각각 다섯 명의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모든 배우들이 같은 이름, 조금씩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골라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밴드가 각각 더블로 참가하고 있거든요. 악기 파트당 두 명의 연주자가 함께하고 있는데 연주가 다 다르거든요? 조합하는 재미가 또 있습니다.(웃음)

Q. 조합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윤진솔  저도 사실 연주가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이번에 연주자님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 너무 잘하셔서 골라보는, 골라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공연장에서 뵐게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