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의 계열사 하나은행(대표 박성호)이 불공정 행위 논란이 제기됐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오류시장 내 영세상인들로부터 3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28일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주)신산디앤아이(대표 김영선)로부터 하나은행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신산디앤아이가 오류시장((五柳市場) 정비사업을 추진 과정에 하나은행의 불공정한 거래로 30억 원 이상 규모의 금전적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하나은행이 챙긴 30억 원은 오류시장 상인들의 피 같은 돈이라는 것.
오류시장은 1968년 10월 23일 건립됐으며 총면적 2,508㎡이다. 1970~1980년대 구로 갑 지역 상권의 중핵을 이루었다. 번성기 때문 점포 수가 250여곳에 달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정비사업지 내 인접 토지(오류동 37-5) 100여 평에 대해 매각을 진행했다. 신산디앤아이가 우선 매수권계약(매수 의향 금액 60억 5천만 원 제시)을 했다.
공매 방식은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방식. 회생기업이 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을 말한다. 회생기업은 인수의향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한다. 응찰자가 없으면 인수의향자가 최종 인수예정자로 확정된다. 반면 더 나은 조건을 낸 응찰자가 있으면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스토킹 호스는 원래 사냥꾼이 몸을 숨기고 사냥감에 접근하기 위해 위장한 말을 의미한다. `들러리`라는 뜻도 있다.
‘스토킹호스’는 기업 M&A(인수합병) 때 주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보통 몸값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다. 부동산 공매에 ‘스토킹호스’이 등장한 것은 전무후무하다.
신산디앤아이는 “하나은행이 오류시장 정비사업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겠다는 내부 결정을 하고 그 후 참여 방안을 검토한다며 시간을 끌었다"면서 "결국 최종 공매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태도는 갑질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이어 “오류시장 정비사업에 하나은행 소유의 부동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약점을 이용해 부동산 공매 적용사례가 없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도입,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도록 강요했다. 당시 신고인들은 이를 반박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라고 했다.
하나은행이 강행(?)한 공매에서 결정된 예비낙찰자가 제시한 가격을 우선 매수권자가 수용할 경우 낙찰이 무산된 예비낙찰자에게 보상비로 우선 매수권자가 예치한 토핑 비(Topping Fee)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는 것.
◇짜고 치는 고스톱설
하나은행이 A 씨가 대표인 D 기업을 예비 낙찰자로 선정 관련 적법성, 공정성을 상실한 부당행위였다는 주장이다.
공매 기간 3주 동안 입찰자가 없었다. 마감 시한 15분을 남기고 D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예비 낙찰자로 선정됐다.
D사 A대표의 적법성, 공정성을 상실한 인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씨는 과거 해당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했다가 불이행, 신뢰성을 상실했다. 오류시장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동의자 수를 늘리기 위법으로 지분 쪼개기 사실이 밝혀졌다. 법원 판결로 조합이 해산, 사업이 무산된 기업의 대표라는 것.
신산디앤아이 김영선 대표는 "능력도 없이 사채를 동원, 턱없이 높은 금액으로 입찰에 응했던 것은 단지 보상금(토핑 비)을 노릴 목적이었다.“라고 명시했다.
이어 “당초 하나은행 측에 조합원 참여를 요청했으나 검토한다는 명분으로 9개월의 시간을 끈 후, 매각한다는 입장표명을 했고 시간을 지체해 미안하니 처음에는 우선매수권을 준다면서 그 대신 공매입찰을 하겠다고 했다”라면서 “그런 뒤 2개월여 시간을 끌더니 부동산 공매에 적용된 적이 없는 스토킹호스방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D사 커넥션
김 대표는 “입찰방식도 불공정하고 예비낙찰자 선정도 부당하였지만 하나은행 측은 적법하지 않은 예비낙찰자의 입찰금액(90억 원)을 신산디앤아이에 매매금액으로 제시하여 3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했다.
신산디앤아이가 이렇게 높은 금액으로 취득한 토지는 향후 설립될 오류시장 정비사업 조합에 사업부지로 출자될 예정이다. 결국 영세상인으로 구성된 조합에 손해를 입히는 것. 궁극적으로는 하나금융그룹이 불공정한 갑질로 영세상인들로부터 부당이득을 취한 결과가 되었다고 분석된다.
한편 하나은행 측은 취재진에게 보내온 이메일 답변을 통해 “해당 부동산에 대한 매각 계획은 없었으나, 위 업체(신산디앤아이)가 매수의향을 보이며 수의계약을 원했다. 당행 규정상 수의계약이 불가하여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공매방식을 착안하게 되어 진행했다“라면서 ”공개매각 절차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부합하여 적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상비용(Topping fee)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매수의향금액의 2%인 1억 2,100만원인데, 이는 미국 등에서 실사례 예시 등에 2~5% 범위에서 자율결정한다고 되어 있는 점을 감안해 최소 수준으로 했다. 우선매수권자가 매수를 포기하면 예비낙찰자에게 매각됨. (연이자로 환산시 최대 1,040%라는 주장은 일부러 금액을 크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보여짐)”이라고 했다.
기업 M&A 등에 도입된 스토킹방식을 부동산 공매에 이용한 것은 전무후무하다는 비판에 대해 하나은행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나은행은 “이 방식(스토킹호스) 뿐만 아니라 모든 공개매각 방식은 최고가 입찰을 유인하는 방식"이라며 " 공정한 가격 산정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선매수권자에게는 낙찰자에 우선하여 계약할 수 있는 유리한 방식이다. 부동산 매각은 매수인이 있어야 거래가 성사되므로, 매각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권리도 있었으나 행사하지 않고 매수의사를 철회하지도 않았다.”라고했다.
하나은행은 최종적으로 신산디앤아이와 우선 매수권을 행사하면서 계약을 체결했다. 잔금까지 납부하면서 매매거래가 종결됐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공매를 하면서 신산디앤아이는 30억원 이상 손실을 보게 됐다. 결국 사업비가 올라가면서 상인들에 손실이 예상된다.
취재진이 공매를 진행한 하나자산신탁 이창희 사장에게 내용의 확인과 입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끝내 답을 받지 못했다. 과연 금감원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