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이 지난달 18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관객들의 호흥 속에서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공연제작사 엠제이스타피시는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을 10년 만에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은 1884년 조선의 갑신정변과 1789년 프랑스혁명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작품은 1884년 한성, 개혁을 꿈꾸는 홍규와 원표 앞에 나타난 여인 서도. 그녀가 원표에게 건넨 한 권의 책 속엔 1789년 혁명을 잉태한 프랑스 파리가 펼쳐진다. 갑신정변 속의 세 사람 ‘홍규와 원표 그리고 서도’ 그리고 프랑스 파리 혁명 속 '레옹과 피에르, 마리안느'. 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이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본지는 극 중 서도/마리안느 역을 맡은 배우 김사라를 만났다. 그가 그리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누구보다도 더 불꽃같은 삶을 갈아가는 인물을 그리고 있는 뮤지컬배우 김사라와의 일문일답이 담겨있다. 작품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힌다.
Q.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사라 안녕하세요. 저는 2014년에 데뷔한 8년 차 배우 김사라입니다.
Q. <위대한개츠비> 이후로 1년간 뭘 하면서 지냈나
김사라 1년 동안 단국대 뮤지컬과 출강을 했었어요. 그리고 대학원도 다니게 됐습니다. 그래도 나름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개츠비를 할 때 이기현이라는 배우를 알게 됐는데 그 배우의 소개로 작은 극단을 알게 됐어요. 그 극단이 하는 작품 조그마한걸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른 작품들이 엎어져서 일을 하게됐죠.
Q. 이 작품은 어떻게 알게 됐고 참여하게 됐을까
김사라 제가 친한 매니저가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이제 자기들 배우 오디션을 지원하면서 제가 떠올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작품을 알게 됐고 지원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지원을 하고 오디션을 보고 이 작ㅍ무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오디션 지정곡은
김사라 지정곡이 말도 안 되게 'Never Enough'라는 위대한 쇼맨에 나오는 곡이었어요. 오디션에 가능할까 했는데 일단 했죠. 그걸 지정곡으로 해서 봤어요. 그 곡을 한. 아침부터 봤는데 잘 불렀지 않았나. (웃음)
Q. 이 작품 대본 받아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김사라 정말 제가 1년 만에 복귀라고 하셨잖아요. 사실 제가 그동안 대극장 작품들을 많이 해왔었고,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을 통해서 처음 중소극장 공연을 시작했어요. 대학로가 엄청 힘들더라고요. 연영과를 나온 것도 아니다 보니 연줄도 없고, 오디션으로만 작품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학로가 더 기회가 없다 보니 기회를 잡아보자는 일념 하나로 작품을 했었어요. 그렇게 <미드나잇>을 하면서 처음으로 대학로에 들어가게 됐죠. 너무나 세련된 작품이거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제가 주인공은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대극장에서 앙상블이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이다 보니 메인 롤을 맡아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 캐스팅되고 대본을 읽어보니까 너무나 멋있는 인물이더라고요. 이희준 작가님의 글이야 워낙 유명하고 좋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직접 보니까 정말 너무 재미있고 벅찬 느낌이 들더라고요. 오랜만에 하는 작품인데다가 처음 메인 롤을 맡은 작품이기 때문에 저는 이번 작품이 대학로 데뷔라는 느낌으로 작품을 대하고 있어요.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모두가 만족스러울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Q. 리딩때 어땠나
김사라 리딩 때 조금 안타까웠어요. 제가 생각한 걸 그대로 표현을 해서 읽었어야 했는데 제 마음만큼 표현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충분히 배우들과 연출진과의 마음이 통하는 게 느껴져서 다행이었어요. 밀도가 상당히 높은 작품이더라고요 그리고 캐릭터들 간의 성격과 넘버도 다 너무 좋았어요.
Q. 밀도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배우들 간의 호흡이 중요해 보였다.
김사라 사실 배우들끼리의 합은 너무 좋았어요.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에 대한 걱정은 없었고,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인물들 간 호흡이 더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 호흡들, 시대적 상황의 변화에 따른 인물들의 차이점 등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고 공부했었어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김사라 실수 같은 건 없었고, 재미있는 사람들이 되게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연습할 때 어떤 웃긴 상황이나 과장된 행동을 하면 하루 종일 그 배우만 따라 하고 놀리는 것들이 있었죠. 극이 너무 정극이라 극을 연습할때는 다들 집중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조그마한 실수나 과장된 부분들에 대해서 더 놀리면서 분위기를 풀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Q.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 어떤 작품일까
김사라 각자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면서 세상을 바꿔보려 하지만, 그 와중에 어쩔 수 없이 또 뜨거운 사랑을 빠지게 되면서 두 가지를 지켜내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Q. 작품 속 서도/마리안느 역할.
김사라 일단 저는 두 인물이 불꽃같은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서도는 똑똑한 친구인데 이성적이지만 가슴에 혁명과 열정을 품고 있는 인물이라면, 마리안느는 신분 때문에 이끌려 다니며 살지만 가슴에 항상 자기만의 삶과 열망을 품고 있는 인물이에요. 이들이 품고 있는 이상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는데 그들의 열정, 열망은 그 누구보다 불꽃같이 타오르고 있는 인물들이라고 봤던 것 같아요.
Q. 두 역할과 나랑 교차점이 있는 부분들이 있을까
김사라 닮고 싶은 부분은 자신이 뭘 하는지에 대한 명확함, 그리고 뭘 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달려나가는 행동력이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부분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슷한 점은 뭔가 하나를 하게 되면 불태우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은 조금 닮지 않았나 싶어요.
Q. 인물 간 차이를 두려고 했던 부분은?
김사라 이 부분은 사실 정말 많이 고민했고 배우들이랑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둘에 차이를 두고 1인 2역을 갈 것인지, 아니면 각 역할별로 따로 생각하고 갈 건인지를 말이죠. 그런데 이건 끝날 때까지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성 부분은 연극적인 부분이 더 드러나기 때문에 리얼한 인물을 보여주고 프랑스 부분은 사실 레옹의 책 속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테를 보여주거나 인물들을 표현해내보자라고 틀을 잡았던 것 같아요.
Q. 걱정됐던 부분들이 있을까
김사라 사실 엄청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부담감도 있었고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관객들과 정말 다들 마스크를 쓰고 계시지만 그 주고받는 호흡들이 있거든요. 제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했었어요. 그리고 사실 공연을 하면서도 공연장 가는 게 두려울 때가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같은 이 시기에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이 너무 많으니까 정말 앞서 말했던 것처럼 불꽃같은 인물들처럼 저 스스로를 불태우고 있지 않나 싶어요. 마지막 공연까지 이 열기를 이어가고 싶어요.
Q. 레옹/홍규 역, 세 명의 배우 이미지화를 해보자면?
김사라 일단 훈정 배우님은 똑똑하고 날카롭지만 열정이 넘치는 홍규고, 지온 배우님은 순수함과 열망으로 가득 찬 혁명을 하고 싶어 하는 청년 같은 느낌이고, 석진 배우님은 뜨겁고 벅찬 인물이에요. 정말 너무 뜨겁다 못해서 언제 터질지 몰라서 제가 더 신경이 쓰이는 홍규인 것 같아요. 캐릭터 적으로는 작품이랑 상관이 없지만 훈정 배우님은 자꾸 드라큘라 백작이 생각이 나요. 그리고 지온 배우님은 그냥 소년? 소년과 청년에 사이에 있는 친구인 것 같아요. 소년 같지만 소년보다는 성숙한 느낌의 소년이요. 석진 배우님은 고양이가 생각나요. 뭔가 귀여운 고양이라는 이미지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특이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눈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고양이 같은 느낌이 나요. 셋 다 매력이 너무나 달라요. 다들 너무 멋있는 것 같습니다.
Q. 원표/ 피에르 역할의 세 배우는 어떤가
김사라 찬호 배우님... 정말 너무 착하고 사실 찬호 배우님 이야기를 하기 전에 혜나 언니랑 <나폴레옹>이라는 작품을 했었거든요. 그 작품을 하면서 찬호 배우님을 처음 뵀어요. 다들 왜 '김찬호' '김찬호' 하는지 알 정도로 인품이 너무 좋으셨었거든요. 본론으로 넘어와서 찬호 배우님은 사실 너무 똑똑하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모습들, 앞서 말한 착함이 캐릭터에서도 묻어 나오는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원표라는 인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너무 착하고 마음이 따뜻한 원표,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신분과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잊지 않고 행동에 옮기는 누구보다 냉철한 인물이 다 그려지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 준모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정말 듬직하고 어느 시대에 살았던 꼭 윗선에 있었을 것만 같은 인물이에요. 똑똑하고 듬직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프랑스던 한성이던 또 다른 어느 나라건 준모 배우님이 그린 인물은 정치를 했다면 상원 의원이 됐을 것이고 아니었더라도 어떤 회사나 그룹에서 리더가 됐을 것 같은 배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준우 배우 같은 경우에는 정말 순수한 느낌이 드는 순수한 이성주의자? 말 그대로 태생 자체가 과거였다면 양반 시대에 태어났을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작품 속 시대에서 준우 배우가 그리고 있는 원표는 순수했고 감정에 솔직했기 때문에 그 속에서 혁명을 열망했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세 명의 배우가 너무다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울림이 있는 대사나 가사가 있었다면
김사라 서도/마리안느 포스터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죽어야 할 이유가 있겠지"라는 말이 있거든요. 사실 처음 봤을 때 찡했어요. 누구나 힘들었던 시절이 있는 것처럼 저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래서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말이 나중에 또 변해요. "살아갈 이유가 생겼으니 그걸 위해 죽을 수 있다"라고요.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이들의 터닝 포인트가 되거든요. 이 이후로 극의 전개도 바뀌고 인물들도 변화하기 때문에 제일 와닿고, 관객분들도 집중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Q. 그럼 본인에게 있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던 부분이 있을까
김사라 아무래도 어릴 적에 성악을 하다가 배우라는 직업으로 넘어온 게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대학에 들어가고 서울 시립 오페라단의 합창단으로 활동을 했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 2009년인가 <라 트라비아타>라는 오페라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세종문화회관이었거든요. 거기서 연습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다가 뮤지컬 리허설 연습을 보게 됐어요. 그런데 뭔가 크게 '딱'하고 오더라고요. 갑자기 저도 저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금 전까지 오페라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오페라와 클래식과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진 예술에 처음으로 눈을 떴어요. 그래서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정말 난리가 났었죠. 집에서는 꿈도 꾸지 말라고 해서 마음 한편에 담아두고 있다가 2012년에 뮤지컬 <아이다>를 어떻게 하다가 보게 됐어요. 이 작품을 보니까 과거에 한편에 담아뒀던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이 다시금 떠오르게 됐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과 작품에서 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왔었고 이걸 꼭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죠.
Q. 롤 모델이 있을까
김사라 저는 아무래도 정선아 배우님이요. <아이다>에서 처음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언니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마법같이 뮤지컬 <나폴레옹>을 하면서 만날 수 있었거든요. 상상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사실 처음 만났을 때는 말도 못 걸었어요. 옆에서 바라봐도 언니는 정말 열정적이고 무대를 사랑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무대를 불태우는 에너지를 바라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 배우 중에서는 박정복 배우님이요.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대사에서 글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부터 상대와의 호흡 장면 간 인물들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부분들까지 정말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에 정말 놀랐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알면 알수록 너무나 따뜻하고 멋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정선아 배우님, 박정복 배우님을 제 마음속 롤 모델로 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