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 비평] ‘중·러 전력 수입?’, 멍석말이 당하는 한전
[이원두 경제 비평] ‘중·러 전력 수입?’, 멍석말이 당하는 한전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0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들어 공기업 가운데 곤욕을 치르는 대표적인 곳이 2개 사다. 하나는 사전정보로 사원이 투기에 나선 것이 발각된 LH, 또 다른 곳은 2분기 연속해서 요금인상에 실패한 한국전력이다. 엄격히 말해서 LH는 공기업이 맞지만 한국전력은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다.

그런데도 업종 성격상 정부의 강력한 입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실상 공기업이다. 따라서 두 기업 모두 경영에 실패할 경우 그 뒷감당은 국민 몫이다.

LH의 투기 추문은 심리적 정서적 파괴력은 상당히 크지만 실질적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산업과 국민 생활의 기반요소인 전력을 다루는 한전의 경영실패는, 그것이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므로 최근 밝혀진 정부의 ‘탄소 제로 2050 로드맵’은 현실에 맞추어 합리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산업화에 성공한 바탕에는 전력(에너지)자급체제 완성이 깔려있다. 박정희 정부가 그때까지 3개사로 나누어져 있던 전력 3사(조선전업, 경성전업, 남선전업)를 한국전력공사로 통폐합, 규모의 경영 기반을 다짐과 동시에 발전소 건설에 주력함으로써 일구어낸 성과다. 전력 없이 경제개발 없다는 신념에서 화력발전소와 함께 원자력 발전 시대를 열었다. 우리 경제개발 역사는 전력 자립과 원전 시대 개화와 궤를 같이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탈원전이 시작된 것은 전 세대가 이룩한 경제건설에 대한 반작용의 하나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비록 아무런 합리적인 논리도 설명도 없이 추진되고 있는 탈원전의 결과가 국익에 부합된 것이라면 반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탄소 제로 2050 로드맵’이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실현시키기 위해 정부는 태양광 풍력발전을 현재 3%에서 60%로 늘이고 원전은 9기만 남긴다는 계획이다. 모자라는 전력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수입 전력량은 신한울 3호기 용량(5.4기가와트) 원전 3기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규모다. 그런데도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자면 북한을 경유하는 송전망 설비를 갖추어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 에너지(전력)는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분야임을 생각할 때 한국전쟁을 일으킨 세 당사자가 연관된 전력망을 굳이 구축할 필요가 있는지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와 함께 국민적인 합의가 전제되어야 마땅하다. 단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이른바 ‘동북아 그리드’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당장 취소하는 것이 옳다.

또 하나 한전이 뒤집어쓴 정치적 짐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 설립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한전공대는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올 9월에 신입생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교사 착공식이 끝난 정도이며 교수 50명 가운데 22명만 채용된 상태다. 채용된 교수 가운데는 원자력 전문가는 1명도 없다. 2031년까지 설립과 운영비로 투입될 1조6천억 원은 한전이 부담한다. 착공식으로 첫 삽을 뜬 상황에서 신입생을 뽑으려고 서두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중에 기정사실로 굳히자는 속셈일 수도 있다.

이런 짐을 진 한전의 경영 상황은 어떤가? 작년엔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4조 원이 넘는 영업 이익을 올렸으나 올해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력요금 인상을 가로막고 나섰다. 정부가 만든 ‘연료비 연동제’를 스스로 무시하면서까지 요금을 동결한 것은 아무래도 지난번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 그리고 내년 3월의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전략적 판단’일 것이다. 한전공대라는 짐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실패로 한전은 결국 적자의 늪으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한전 투자자 모임인 ‘한전 소액주주 행동’이 기재부와 산통부를 상대로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을까?

이 와중에 김부겸 총리는 신한울 원전 가동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형모듈원자로(SMR)도입론을 제기함으로써 탈원전의 연착륙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주목하기 충분하다. 현재 논란되고 있는 ‘탄소제로 2050 로드맵’에 담긴 모든 문제점은 탈원전에서 벗어나면 깨끗하게 해결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해결책이 나와 있는 이상 정치적 어젠더로 한국전력을 멍석말이하여 목표를 달성하려는 자세에서 당장 벗어나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