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내년 5월 9일이면 막이 내린다. 남은 기간이 1년이 채 안 된다. 대통령 선거가 3월 9일임을 생각하면 주어진 실질적인 시간은 9개월 정도다. 지난 4년여 동안 추진 해왔던 각종 정책을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시간이다. 특히 그동안 찬반이 뚜렷하게 갈렸던 경제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마무리는 문재인 정부의 광과 평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경제문제를 들러싼 상반된, 그러나 극히 상징적인 두 가지 흐름이 함축한 장면이 우리 앞에 노출되었다. 하나는 지난 5월 하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부 여당 고위층이 친기업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비롯하여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그리고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보다 강력한 임팩트로 사회에 충격파를 던진 것은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본사 로비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는 사건이다. 공기업 하청 회사 소속 직원을 원청 기업인 공기업의 정규직원화 함으로써 차별을 없애겠다는 것이 이 정부가 출범 때 약속한 공약이다. 그러나 지난번 인천국제공항의 하청회사 직원의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노노갈등이 폭발한, 이른바 인국공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정규직화느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오죽 답답했으며, 그리고 엉킨 실타래를 풀 길이 없었으면 기관장이 본사 로 비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을까? 한국적 코미디는 이렇게 다양한 레포토리로 세계에 퍼지고 있다.
광주 자영업자와 86세대 상징적 인물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전 삼민투 공동위원장의 경제정책에 대한 격렬한 비판은 귀가 따가운 수준을 지나쳐 두통까지 유발시킬 정도다. ‘’정치인들은 가족을 위해 목숨 걸고 일한 적 있나? 강남 좌파가 서민 생태계 파괴한다‘(광주 자영업자)와’‘내가 장사해 보니 문정부 정책은 사기’(전 삼민투 위원장)라는 비판은 시각에 따라서는 막말 수준일 수도 있으나 피맺힌 서민의 절규로도 볼 수 있다. 광주는 이 정권의 뿌리 지역이며 삼민투는 86세대가 일으킨 대표적인 ’민주 투쟁‘의 하나이다. 정권 뿌리 지역 자영업자와 삼민투 전 위원장의 ’일갈‘은 무게가 전혀 다르다. 특히 ‘정치인들은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한 적이 있나?’라는 호통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 없었다면 우리의 오늘도 없었을 것’이라고 기업을 추켜세웠다. 아마도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우리나라 기업을 직접 호명까지 하면서 투자를 권유하는 것에 큰 감명을 받은 듯하다. 대통령 뒤를 이어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 등이 앞다투듯이 친기업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계가 요청하는 규제 완화에는 눈을 감은 정도가 아니라 더욱 강한 규제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객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기업에까지 보안 전담 임원을 두라는 요구이다.
분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은 근본적인 진단이 잘못된 데 기인한다. 이른바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서 협력기업 직원을 원청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는 원청기업의 입사규정과 정규직 자겨을 충족시키는 방안부터 마련했어야 노노 갈등이라는 반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소주성,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은 정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기업에 맡겨 자연스럽게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후유증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욕이 앞선 탓일까, 아니면 실물경제 주체인 기업을 믿지 못해서일까, 모든 것을 정부가 주도하는 바람에 역풍만 계속되고 있다. 모처럼 대통령이 앞장 선 친기업 행보 뒷전에서 또 다른 규제를 시도하는 앞뒤가 다른 양태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뒷마무리 발목을 잡게 마련이다. 좀 더 솔직하게 현실을 보고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