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칼럼] 탄소중립 수소전쟁, 승패는 원전에 달렸다
[이원두 칼럼] 탄소중립 수소전쟁, 승패는 원전에 달렸다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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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0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를 방문,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0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를 방문,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원자기호H,원자번호1번. 우주의 원소 가운데 가장 많은 수소는 아무리 과소비를 하더라도 고갈 걱정이 없다. 그러면서도 지금 인류가 애타게 추구하고 있는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배츌 제로) 성공을 담보하는 마지막 보루다. 그래서 지금 세계는 수소 패권에 올인 상태다. 때로는 국제 협업, 때로는 단독으로 기술과 힘을 비축한다. 그러나 아직은 누가 앞섰는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은 전국시대, 쉽게 말해서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수소산업을 이끄는 현대차, SK, 포스코, 효성 등 4개 그룹 회장이 모여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에 합의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선도하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미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전 세계 중요 관련 기업이 참여한 ‘수소협의회’는 2백 건 이상의 사업계획을 공표하고 있으며 총 투자예상액은 3천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 4개 그룹의 ‘수소기업협의체’는 엄밀히 말해서 이들과 싸워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연료 전지에서 한걸음 뒤진 EU가 ‘그린 수소’를 앞세워 전체 라이프사이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가하는 라이프사이클 어세스먼트(LCA) 규제를 도입, 아시아권의 연료전지 공급망을 무력화시키거나 기반을 무너뜨릴 속셈을 숨기지 않고 있다.

수소는 제조 과정과 방법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천연가스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방식은 1Kg 생산원가가 1~2달러로 가장 싼 대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그래서 ’그레이‘로 분류한다.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되 이산화탄소를 회수 또는 저장을 통해 배출을 억제하는 방법은 ’블루‘로 명명되었으며 1Kg당 원가가 2~3달러. 마지막으로 물을 재생 에너지로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성하는 방법은 제조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자랑. 그래서 ’그린‘으로 불리지만 1Kg당 원가가 2~9달러로 비싼 것이 흠. 현재 각국은 그레이 수소 중심에서 블루로 이행하는 단계일 뿐 그린은 현실적으로 채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영국 석유회사 BP는 그린수소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해마다 8억 KW의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료 전지 역시 청정에너지이기는 하지만 비행기나 원양선 동력으로는 무력하다. 그러나 수소는 로켓 연료로 쓰일 정도로 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비행기나 원양 수송선 동력으로 부족함이 없다. 제철과 화학 공업 연료로 사용하더라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인류가 갈망하는 궁극의 청정 에너지, 그것도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에너지다. 문제는 그린수소는 제조원가가 너무 비싸 채산이 맞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한발 앞서 있는 유럽에서도 그린 수소 1Kg 제조원가가 현재의 6달러에서 1.8달러로 낮출 수 있다면 세계 에너지 수요의 15%를 충당할 수있을 것이라고 ’수소협의회‘는 예측한다. 그것은 재생 에너지가 아니라 또 다른 청정에너지인 원자력 발전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빌 게이츠가 차세대 원전인 소형 모듈 개발에 가세한 것만 보더라도 그 위력과 쓰임새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시험적으로 수소를 주 에너지로 사용하거나 사용할 태세를 갖춘 도시는 한국 울산의 수소 모델 도시 지정과 중국 광동성의 불산(佛山)시의 수소 연료 노면전차 정도이다. 다시 말하면 수소 연료의 본격적인 실용화 단계에는 접어들지 못했다는 뜻이며 현대차. SK, 포스코, 효성 4개 사의 ’수소 기업협의체’가 9월께 의욕적으로 출범하더라도 앞에 놓인 장벽 돌파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궁극적으로 이들이 추구해야 할 것은 그린 수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을 전해할 수 있는 청정 전력 확보가 핵심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태양광 풍력으로 대표되는 청정 재생 에너지는 안정적 공급을 담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린수소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에너지, 그리고 탄소 중립화를 달성할 수 있는 궁극의 에너지 확보에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정권의 원전 알레르기부터 청산할 필요가 있다. 소형 모듈형이 차세대 원전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나 그 원형은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운영해온 원전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4년전 까지 한국은 원전 기술력에서 최선두를 달려왔음을 상기, 이를 ‘수소 인프라’ 정비 사업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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