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제 "인플레 압력 예상보다 거세...선제적 금리 방어 필요"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미국 등 백신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뜨거워지면서 미국이 돈줄을 죄는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가 예상된다. 풀린 돈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장률이 높아져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진다. 이런 이유에서 테이퍼링이 앞당겨 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돈줄을 죄는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과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옐런 장관은 6일(현지시간) "금리가 약간 올라간다고 해도 사회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점에서는 결국 플러스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옐런 장관은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과 금리와 맞서 싸워 왔다"며 "우리는 이제 정상적인 인플레이션, 금리 환경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연간 최대 4000억달러씩 지출을 증가시켜도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극복) 지원책 영향으로 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은 내년이면 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옐런 장관은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겠다는 의미이다.
옐런은 "4조달러 지출 계획이 내년에 금리 인상을 불러올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더라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올라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가 전문가 전망치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7% 올라 4월보다 더 높은 폭으로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3.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준이 목표로 한 물가상승률인 2%를 넘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고용 시장이 개선되면서 테이퍼링이 얼마나 빨라질지 주목된다.
5월 실업률은 5.9%를 기록하며 위기 이후 처음으로 5%대로 진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5월 고용시장 동향을 보면 일부 서비스업 등 노동집약 업종에서 임금 상승폭이 확대됐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테이퍼링 시도 때 가계부채 뇌관
미국이 조기 테이퍼링이 실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1000조원의 가계 부채가 한국 경제에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 한국 단기국채 금리가 미국의 적정 금리 인상 폭만큼 오르면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당 이자부담액이 연간 최대 250만원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이 금리를 같이 인상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감소하고, 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 부채의 이자부담이 증가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과도한 민간 부채를 고려했을 때 미국보다 선제적인 금리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가채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 확대 등으로 민간의 금리 인상 방어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계부채 증가는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뒤 여러차례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집 값만 오히려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화폐, 주식 등의 열풍이 불면서 빚내서 투자하는 상황이 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가상 화폐 가격은 반토막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될 경우 파산에 이르는 서민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가시화될 전망이 나오면서 가계부채의 누적을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선제 성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과거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부채축소(디레버리징)가 진행됐다. 우리는 거꾸로 부채확대 과정을 거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 세계 경제는 살아 날 것이다. 그 과정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 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금융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경기는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