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장자승계원칙’전통 깬 세자매의 승리
LG家 ‘장자승계원칙’전통 깬 세자매의 승리
  • 임지영 기자
  • 승인 2021.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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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구본성 부회장 해임, 막내딸 구지은 대표 선임
보복운전 혐의 실형, 각종 구설수에 신임 잃은 구본성
양자까지 들여 지켜온 ‘장자승계’ 변화의 바람예고
[사진=뉴시스/아워홈 구지은 대표]
[사진=뉴시스/아워홈 구지은 대표]

장자승계를 고수해오던 LG가의 원칙이 깨졌다.

종합식품 업체 아워홈의 ‘자매의 난’이 성공했다.

세 자매는 59%에 달하는 지분율을 앞세워 이사회를 장악했고 장자인 오빠 구본성 부회장을 해임시켰다. 새로운 신임대표에는 막내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올라섰다.

구본성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실형을 받은지 하루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구 부회장은 그간 이렇다 할 경영성과를 내지 못했고 아내와 자녀에게 임원보수를 챙겨줬다는 구설수에 오른 상황에 보복운전으로 실형까지 받자 세자매는 더 이상 오빠에게 회사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영권 싸움이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장자승계를 고수하던 원칙이 깨졌을 뿐 아니라 아들이 아닌 막내딸이 경영권을 잡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LG는 경영권 갈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장자에게 그룹의 회장자리를 물려주고 나머지 가족들에게는 계열분리를 하는 방식으로 ‘장자승계원칙’을 고수해왔다.

창업주인 1대 故구인회 회장의 장남인 2대 구자경 회장은 1970년 45세의 나이로 회사를 물려받았다.

1995년 구자경 회장은 당시 50세이던 장남 3대 구본무 회장에게 회사를 넘겨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본무 회장에게는 아들이 있었으나 그가 부회장 시절이던 1994년 고등학생이던 외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아들에게 승계할 수 없게 되자 조카인 현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구광모 회장의 친아버지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이처럼 LG는 조카를 양자로 입양할 만큼 철저하게 ‘장자승계원칙’을 고수해왔다. 때문에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경영권 분쟁없이 안정적인 경영과 기업문화가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장자승계원칙’이 구시대적이고 봉건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아워홈 회장의 1남 3녀중 막내인 구지은 대표는 지난 2004년부터 아워홈 외식사업부 상무로 경영에 참여해왔다.

구 대표는 사보텐 매장을 늘리는 확장정책을 펼쳤고 중국내 급식사업과 이슬람시장 수출 을 위한 국제 할랄인증 획득 등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입사 후 10년만에 (2004~2014) 매출액을 5324억 원에서 1조 3045억 원으로 2배 이상 끌어올리며 실력을 입증했다.

구 대표는 2015년 부사장에 오르며 차기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오빠인 구본성 부회장이 사내 이사로 합류하면서 자리에서 밀려났다.

아워홈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 식품 서비스사업부를 분리해 만들어진 회사로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셋째아들 구자학 회장이 경영해왔다.

구자학 회장은 LG의 장자승계원칙에 따라 2004년부터 경영권 수업을 받은 막내딸 구지은 대표가 아닌 장남 구본성 부회장에게 2016년 경영권을 넘겼다.

LG측 관계자는 “아워홈이 계열분리를 2000년도에 했고 구 대표의 어머니가 삼성가 분이시기 때문에 LG의 장자승계와 직접적으로 연관 짓는 건 과한 측면이 있는 거 같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구지은 대표의 어머니 이숙희씨는 故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 딸로 故이건희 회장의 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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