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산재 예방 약속 정의선, 헛 공약 만든 현대건설 사망사고
노동자 산재 예방 약속 정의선, 헛 공약 만든 현대건설 사망사고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1.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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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ㆍ윤영준 안전 약속 공염불...안전관리주 둔 현장서 산재 발생
정의선 ESG경영 발표에 찬물 끼얹은 윤영준 안전불감증 산재 사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ESG경영을 그룹 비젼으로 내세웠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중시하는 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이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캠페인 '고고챌린지'에 참여한 것도 ESG 경영철학의 의지이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건설에서 연이은 산재 사망사고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향후 정회장이 현대건설, 현대제철 등 산재가 많은 기업들에게 어떤 식의 ESG경영을 펼쳐 나갈 것인지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건설의 안전불감증이 여론 도마 위에 올랐다.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내년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사망사고 1위'  현대건설에서 또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윤영준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건설을 지배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안전한 환경 조성과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했다. 정 회장의 약속은 불과 6개월도 안되어 공염불이 된 셈.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지난 27일 근로자 한 명이 숨지는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일용직 근로자 A씨(54)는 지하 구조물 완공 후 벽체와 흙사이에 벌어진 틈을 메우는 '되메우기 작업'을 하다가 중장비에서 떨어진 200kg짜리 돌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당시 현장에는 안전 관리자 1명과 신호수 2명이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고 발생 후 공사 현장은 멈춰 섰다. 경찰은 사고 현장 조사에 나서 과실이 드러날 경우 관계자를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곧 소환조사를 통해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창업주 고(故)정주영 명예회장이 1947년에 설립한 현대토건사가 출발이다. 이후 1950년 현대자동차공업사와 합병하고 현대건설(주)로 출범했다. 2001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됐고,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편입됐다. 2018년 미국ENR이 발표한 세계건설(도급순위) 16위의 건설사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건설사 중 산재 사망사고 1위이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건설사 가운데 건설공사 중 사망자 7명으로 현대건설이 가장 많았다. 

서울시 양천구 빗물배수시설 공사를 비롯해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윤영준 대표는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올해 3월 최고 경영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재경본부 사업관리실장, 공사지원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현대건설은 산재 사망사고 1위 불며예를 벗어나기 위해 안전을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윤영준 사장은 취임당시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건설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안전한 환경 조성과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오너이자 총수인 정 회장과 최고경영자인 윤 대표의 안전경영 철학 방침에도 불구하고 산재 사고가 발생했다.  두 최고경영자의 약속이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이다.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올해 1월 18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시행된다.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관계기관의 개선,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최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법인에 대해서는 최대 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중대채해법 시행을 앞두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현대건설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현대건설의 산재가 그룹 최고 경영자인 정의선 회장이 추구하는 ESG( 환경 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경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전 세계가 ESG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ESG경영은 비재무적 요소로서 투자 의사 결정 시 '사회책임투자'(SRI)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와 함께 고려한다.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산 재사망 사고는 사회를 위험에 빠트리는 위험요소임으로 ESG 경영에 위배된다.

현대건설은 현대차(20.95%), 기아차(5.24%), 현대모비스(8.73) 등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하에 있다. 이는 정의선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이다. 

대기업 CEO의 목숨은 파리 목숨. 올해 3월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오른 윤 대표가 산재로 정 회장의 경영철학인 ESG경영을 위험에 빠트리면서 CEO로서 자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주요 보직을 거쳐 올해 3월 최고경영자에 오른 윤 대표인 만큼,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가 향후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가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 사망사고 줄지 않는 이유

노동계는 사망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관리 조직을 만들고 돈을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설현장 이외 일반 노동 현장에서도 사망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세종시의 제지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폐지에 깔려 사망했다. 이보다 이틀 전인 24일 인천 남동공단의 기계제조 공장에서 50대 일용직 근로자가 철판에 깔려 사망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해마다 하루 7명, 많게는 해마다 2,400명 정도가 산재 사망으로 돌아가신다. 하청 사업장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원인분석을 바탕으로 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 28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GS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서울의 한 건설현장을 찾아 사고 예방을 위한 각별한 노력을 당부했다.

김 총리는 "전체 사망사고 절반이 건설업에서 발생한다"면서 "현장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건설안전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이 달라져야 한다"며 "발주처, 시공사, 하청업체 모두 안전관리에 실패하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런 인식 아래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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