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11번가 성장ㆍ수익 위주의 이상호 대표 전략 '실패론'
[기업분석] 11번가 성장ㆍ수익 위주의 이상호 대표 전략 '실패론'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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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작년 적자 전환...흑자 경영 1년 만에 수익성 악화
IPO 추진 속도 더뎌지나...조직 내부서도 불만의 목소리 나와
11번가 이상호 대표

연간200조 원 대(추산)에 이르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을 놓고 네이버, 쿠팡, 11번가, 마켓컬리, 인터파크, 위메프, 티몬 등이 치열한 경쟁이 펼치지고 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기업인 11번가(이상호 대표)가 후발 기업들의 출혈을 감수한 공격적 마케팅에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시장 잠식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기업공개(IPO)연기와 매각설이 제기됐다.

◇11번가, 후발주자 출혈 마케팅에 실적 하락

IB업계 관계자는 26일 11번가의 실적 부진과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면서 IPO를 연기하고 매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액 5454억원(+2.8)에 영업손실액은 97.6억원이다. 당기순실은 296.2억원이다. 

쿠팡, 티몬, 마켓컬리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출혈을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11번가가 지켜왔던 시장을 위협받고 있다. 후발 주자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 마케팅을 하는 동안, 11번가는 쿠폰발행 등을 축소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 장악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의 매출은 13조2500억원.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 마켓컬리. 티몬 등의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여기다 포털공룡인 네이버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김연희 아태 유통부문 대표 파트너는 한국경영학회가 주최한 '파괴적 커머스 시대, 우리의 대응과 미래 경쟁력 컨퍼런스'에서 "네이버가 기존 이커머스 플렛폼을 압도하며 최후 승자가 될 것"이라고 봤다. 

김대표는 11번가, 쿠팡, 지마켓의 미래가 어둡다고 봤다. 김 대표는 "강력한 검색 인프라를 가지고 방대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상태에서 초저가, 극단적 편의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네이버를 제외한 플레이어들이 검색기반의 극단적 편의성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커머스의 핵심이 검색기능이다. 기존 플레이어들은 네이버에 먹힐 것이다. 네이버가 이커머스분야 상품분야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11번가, 쿠팡, 이베이코리아 지마켓 등 기존 플레이어들이 검색의 중요성을 놓치면서, 네이버가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실제 11번가는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 3분의 1에 불과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유통을 담당하는 김 대표의 발언처럼,  11번가의 전망을 밝은 것은 아닌듯 싶다. 11번가가 IPO에서 성공하려면 기업가치가 높아야 한다. 그래야만 벨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을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11번가가 IPO를 연기하고 매각으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설들이 IB업계에 나돌고 있다. 

현재 11번가의 기업공개가 언제쯤 이루질지는 아직 미지수.  지난 2018년 1월 SK플래닛에서 인적 분할해 설립된 11번가는 당시 2023년까지 기업 공개를 조건으로 나인홀딩스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는다. 기업공개와 관련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11번가는 IPO지연설에 대해 부인했다. 상장 시기에 특정한 적이 없고, 향후 상장을 추진하기 위한 IPO추진팀을 꾸리고 있다고 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쟁사와 비교해 적사 폭이 크지 않다. 수익성 부문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매각설 수면 위 부상

11번가는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ㆍ옥션 등과 함께 전통적인 전자상거래 업체이다. 이베이코리아의 M&A가 11번가의 성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점유율 12%, 3위)로 오는 6월 7일 매각 본 입찰이 진행될 전망이다. 5조원 규모.  지난 3월 진행된 예비입찰에 롯데쇼핑·이마트·SK텔레콤·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참여해 숏리스트(적격후보자명단)에 포함됐다.신세계는 네이버와 손을 잡고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가 네이버와 함께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신세계-네이버가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번개 배송으로 시장을 장악한 쿠팡을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1번가의 경우 신세계-네이버 연합군과 쿠팡, 마켓컬리, 티몬, 위메프, 당근마켓 등의 공격적 마케팅에 사면 초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11번가의 시장 점유율은 낮은 편이다.

11번가가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데는 이상호 대표의 경영 실책이 한몫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적자 감소만 신경쓰다가 소비자를 외면했다. 쿠팡 등 후발 주자들이 적자를 감안하고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워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이 대표의 재무개선과 수익성 우선 경영은 독립 2년만에 흑자전환하면서 빚을 본다.  2018년 678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다. 1년만인 2019년에는 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20년 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다. 내실 경영을 추친했던 이 대표의 경영 전략이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결과를 만들었다.  

포털 공룡 네이버와 손잡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까지 품에 안을 경우, 11번가 등의 경영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11번가는 대안으로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직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11번가와 아마존의 만남의 성사 여부에 따라 시장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는 IPO연기설과 매각설은 순식간에 해소될 전망이다. 

11번가의 최대주주는 SK텔레콤(80.26%)이다. 나일홀딩스(18.18%), 자기주식(1.55%)이다. 11번가가 IPO가 성사되거나 매각되도 최대 수혜자는 최태원 회장 일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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