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칼럼] 반도체 백신, 경제도 친미라야 살길 열린다
[이원두 칼럼] 반도체 백신, 경제도 친미라야 살길 열린다
  • 이원두 언론인·칼럼리스트
  • 승인 202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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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백악관 다이닝룸에서 반도체 칩을 들고 반도체 등의 미국 공급망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이날 반도체·희토류·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 점검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뉴시스

현 정부 경제정책은 국내적으로 친노조, 대외적으로는 친 중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연관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둔 시점에서 열린 두 모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 ‘K 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경제 현재를 묻고 미래를 답한다’는 심포지움이다. 이 심포지움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토대를 제공한 진보경제학자들도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정책, 무분별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꼽으면서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만회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다. 그러나 21일로 예정된 방미와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K 반도체 전략 보고대회’는 4년간의 정책실패와 함께 ‘경제는 중국’이라는 허상도 함께 털어내고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것을 두고 ‘정치 운’이라고나 할까?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본 노선을 철저하게 지켜 온 정부는 미국의 쿼드 참여 권고에도 꿈쩍도 않았다. 14억 인구를 가진 거대한 중국 시장 중시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친 중국 경제 정책‘의 결과는 어떠한가? 이른바 ’한한령‘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사드 기지를 제공했다고 해서 롯데그룹은 끝내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연예인 말 한마디를 꼬투리 잡아 한국 상품 불매운동의 상시화 된 것도 중국 시장이다. 일테면 ’친 중국 경제‘는 한국을 그들의 속국으로 만드는 명분과 기회 제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김치와 한복도 중국 것‘이라는 억지도 참아야 할까.

그러나 여기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국내 요인이 아니라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미국이 불 지른 ’반도체전쟁‘이라는 점에서 아이로니컬 한 면이 없지 않다. 또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한 주역이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비판과 성토를 받아 온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그룹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재용 부회장 수감 이후 사태를 정관 하면서 침묵을 지켜오던 삼성도 마침내 입을 열어 ’2030년까지 1백 71조 원을 투자, 시스템 분야의 세계 1위에 오르겠음을, 하이닉스 역시 파운드리 분야를 현재의 두 배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전략보고 대회에서 밝힌 ‘K반도체 벨트’의 핵심이다. 정부도 R&D 세액 공제 최대 50%, 설비투자 공제율 10~20%와 함께 관련 분야 산업인력 3만 6천 명 양성계획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 지원을 밝힌 것이 24년 전인 1997년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반도체업 재편에 나선 것은 차 세대 산업인 전기자동차(EV), 자동차 용 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도 지금과 같은 중심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반도체 시장 개편 청사진의 핵심은 ‘바이 아메리칸’이 꼽힌다. 미국에서 사서 만든 것이 아니라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현대자동차가 5년간 5조 원을 투자, 전기자동차의 현지 생산계획을 밝힌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방미에 앞서 사드와 전작권을 비롯하여 한일관계, 쿼드 문제 등 ‘성의 보이기’에 나선 것은 백신 문제의 활로가 될 한국 현지 생산이 가시권에 든 것과 함께 미국 경제력에 대한 일종의 경외감 표현일 것이다. 이 경외감은 지금 미국이 앞장을 서서 새판을 짜고 있는 4차산업혁명 동반자로 참여하는 동력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중국 역시 경제 대국임에는 틀리지 않으나 미국과는 온도 차가 크다. 중국 네티즌들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비판하자 중국 당국이 재갈을 물리는 것만 보아도 그 기술력의 위상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경제는 중국’이라는 주장의 한계와 허구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국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국 시장에 빗장을 걸지 않는다. 국가 간의 알력은 있어도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산시키지 않는다. 화웨이 등 중국기업에 제재를 가한 것은 기술 스파이 혐의 때문일 뿐이다. 한한령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미국 시장이다. 따라서 이쯤해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면전에서 사실상 탈원전을 비판하는 것이 바로 그 시기가 왔음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방미를 앞두고 법석을 떨다가 ‘그것으로 끝’이어서는 역사에 오명만 남길 뿐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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