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어피니티 풋옵션 법정공방...신창재 회장 경영권 향방 '위협'
교보생명-어피니티 풋옵션 법정공방...신창재 회장 경영권 향방 '위협'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1.0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이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 권리) 분쟁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본격화된다. 신 회장이 IPO(기업공개)를 제때 하지 못하면서 어피티티컨소시엄과 맺은 풋옵션 분쟁이 국내외 법정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송의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29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주요 임직원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연다. 공판 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로, 공판준비 절차가 종료되면 공판기일이 정해진다.

지난해 4월 신 회장 측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풋옵션 공정시장가치(FMV)의 평가기준일을 고의로 어피니티에 유리하게 정해 적용했다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IMM PE·베어링 PE·싱가포르투자청 등 컨소시엄의 임직원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교보생명의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허위보고와 부정청탁 관련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검찰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어피니티컨소시엄에 유리하도록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고 법률비용에 해당하는 이익을 약속하는 등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했다고 봤다. 반면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와 안진회계법인은 검찰 수사로 드러난 공모 혐의가 통상적인 과정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독립성이 지켜져야 할 회계법인의 평가업무에 의뢰인이 직접 개입했다는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은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 사이 부적절한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부정한 청탁, 이에 응한 안진회계법인의 공정가치 허위 보고 여부 등으로 요약된다.

신창재 회장
신창재 회장

신창재 회장과 어피너티는 수년간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격 산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국제분쟁 시발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포함한 IMM PE·베어링 PE·싱가포르투자청 등 FI는 2012년 6월 신 회장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않을 시 풋옵션 행사를 할 수 있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다. 그해 9월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한다. 어피너티 9.05%, IMM PE 5.23%, 베어링 PE 5.23%, 싱가포르투자청 4.5% 등이다.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 조건으로 신 회장에게 교보생명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약소한 기간인 2015년 9월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자 어피너티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1주당 40만9000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때 풋옵션가격 평가기관이 안진회계법인이다. 교보생명 주식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다. 신 회장 측은 장기불황과 저금리 기조 등이 이어지는 보험업계 환경을 고려할 때 교보생명 시장가치는 주당 20만원 중반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양측은 8000억원의 차이가 나는 풋옵션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ICC(국제상업회의소) 중재까지 가게 됐다.

신 회장은 ICC 중재재판에 승소하더라도 FI에게 최소 투자금(1조2054억원)은 돌려줘야 한다. 만약 패소할 경우에는 2조원이 넘는 풋옵션 행사 규모에 그간 발생한 지연이자까지 떠안아야 한다. 이럴 경우 신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마저 매각해야 할 위기에 처한다. 신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ICC 재판 승패 여부를 떠나 경영권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달 15~19일 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가 주관하는 대면변론에 참여했다.  통상 ICC 중재재판 결과는 마지막 변론 이후 6개월이 걸린다. 9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