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눈 먼 보험설계사, 허위-과장 판매로 소비자 농락
실적에 눈 먼 보험설계사, 허위-과장 판매로 소비자 농락
  • 임성빈 기자
  • 승인 2021.0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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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대신 서명-상품설명 의무 위반’ 등으로 소비자 피해 양산
수수료만 챙기려는 고질병 때문... 금융위 ‘보험업감독규정’ 개정 시행
[출처= 뉴시스]

보험사의 불법마케팅과 관련해 보험설계사들의 부정과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2일 보험계약의 체결,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를 위반해 ‘보험업법’을 위반한 법인보험대리점(GA) 태왕파트너스에게 등록취소와 과태료 2억 원을 부과했다.

임원 3명에 대해선 해임권고, 보험설계사 95명에겐 30~180일의 업무정지 및 과태료를 통지했다. 모집금지행위나 특별이익제공 금지행위를 다수 위반해서 최근 몇 년 사이 GA에 대한 제재 중 이례적으로 제재 내용이 무거웠다.

태왕파트너스 소속 설계사 54명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자신들이 모집한 보험계약 3913건을 다른 설계사가 모집한 것으로 처리하고, 모집수수료 30억6600만원을 지급받았다.

설계사 4명은 자신이 모집한 223건의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모집한 것으로 속여 수수료 1억 원을 받기도 했다. 태왕파트너스는 보험모집자격이 없거나 소속 설계사가 아닌 63명에게 보험 모집수수료 14억59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태왕파트너스 소속 설계사 33명은 4366건에 대한 보험계약자 1760여명에게 보험료 대납으로 17억2600만원의 특별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설계사 비위열전

해약과 신규 가입을 유도하며 고객의 이익보다는 수수료 챙기기에만 급급한 일부 몰지각한 보험설계사 등의 고질적인 병폐도 계속 되고 있다.

고객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대출 받기, 설계사가 문서를 위조해 고객 보험료를 편취한 황당한 사례 등 다양한 사례들이 적발되고 있다.

약국 약사들을 상대로 보험에 가입하면 매달 수수료를 주겠다고 약속해서 보험 계약을 해놓고 중간에 수수료 지급을 중단해 분쟁이 생긴 경우도 있다.

지난해 2월엔 삼성화재, KB손해보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17개 보험회사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상품 설명의무 위반, 보험계약자의 자필서명 미이행 등을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은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보험 상품의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며 "이들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 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안내한 사실이 있다"라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보험설계사가 대신 서명해 계약을 모집한 보험설계사도 적발됐다. 삼성화재 소속 보험설계사 A씨는 10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하면서 보험계약자의 자필서명을 받지 않고, 설계사가 서명을 대신해 모집한 사실이 적발돼 과태료 280만원 부과 조치를 받았다.

이밖에 허위·가공의 보험계약을 모집한 보험설계사도 있었다. KDB생명보험 소속 보험설계사 B씨는 실제 명의인 동의 없이 임의로 12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과태료 부과 제재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타인 명의 이용 등 보험계약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를 위반한 설계사 적발 사례는 한 해 두 해에 그친 문제가 아니다"며 "보험설계사의 비위 행위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커 보험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칼 빼들다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정례 회의에서 ‘보험업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른바 ‘철새·먹튀’ 보험 설계사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꼽혔던 모집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개정안은 먼저 보험 설계사의 계약 1년차 모집수수료 등이 소비자 납입 보험료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첫해에 모집수수료가 과다하게 지급되면서 나타나던 부작용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과거엔 보험사들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계약 첫해에 수수료를 과도하게 지급하는 ‘선지급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 설계사가 이를 악용해 가짜 보험 계약을 만든 뒤 수수료에서 보험료를 뺀 차액을 챙기는 ‘작성 계약’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설계사들이 선지급 수수료가 높은 상품 위주로 판매하거나 보험 계약 유지·관리엔 소홀해 ‘철새·먹튀’ 현상이 늘어난다는 지적도 많았다.

금융 당국은 모호했던 수수료 지급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수수료를 분할 지급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보험 계약만 체결한 뒤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 현상을 막자는 의도다.

갱신형 및 재가입형 보험 상품에 과다 책정되던 사업비(계약체결비용)도 최초 계약의 70% 수준으로 줄였다. 표준해약공제액을 초과해 사업비를 부과하는 보험 상품의 경우 해당 사업비를 공시해 과다한 사업비가 책정되지 않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판매하게 하는 원인이 되던 보장성보험의 추가납입 한도를 현행 2배에서 1배로 줄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집수수료 개편방안은 대면 채널의 경우 2021년부터, 비대면 채널은 2022년부터 각각 시행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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