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진섭·길하은 "보이지 않는 꽃이 만개한 그곳, 명동로망스"
[인터뷰] 임진섭·길하은 "보이지 않는 꽃이 만개한 그곳, 명동로망스"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뮤지컬 배우 임진섭과 길하은, '나만의 색'을 찾다
1956년 모든 문인들의 지붕이 되었던 다방
명동 로망스 다방에 하나둘 모이는 문인들, 그곳에선 무슨일이 벌어질까

1956년 문인들이 살아 숨 쉬는 그곳, 명동 로망스 다방이 문을 열었다.

뮤지컬 <명동 로망스>는 공연제작사 '장인엔터테인먼트'의 레퍼토리 극으로 올해로 세 번째 개막한 공연이다. 앞서 지난 2013년 처음 개발된 뮤지컬 <명동 로망스>는 초연 이후 관객들에 입소문을 타고 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게 됐다. 특히 올해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 창작 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뮤지컬 <명동 로망스>는 매번 똑같이 돌아가는 현실에 '지금의 나'를 한 구석으로 밀어두고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공무원 장선호가 직장 상사의 '권유'로 명동에 있는 오래된 다방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1956년도 명동 로망스 다방에 떨어지게 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바쁜 현대와는 다르게 시와 낭만, 문학과 역사가 숨 쉬고 있는 1956년 문인들이 모이는 다방 도착한 장선호는 그곳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문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된다. 

본지는 극 중 공무원이자 커피 화가 장선호 역을 맡은 배우 임진섭과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문인 전혜린 역을 맡은 배우 길하은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뮤지컬 <명동 로망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다음은 그들이 내고 있던 소리를 글로 옮겼음을 밝힌다. 해당 인터뷰는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두 배우를 제외한 현장의 기자와 관계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행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길하은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스물아홉 살이 된 길하은이라고 합니다. 

임진섭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된 임진섭이라고 합니다.

Q.  진섭 배우는 지난해 9월쯤 보고 거진 6개월 만에 보는 것 같다

임진섭  맞아요. 작년에 <블러디 사일러스>라는 작품을 할 때 만나고 아주 잘 봐주셔서 공연을 잘 끝낼 수 있었죠.(웃음) 그 뒤로 <한스>라는 뮤지컬 쇼케이스 리딩 공연에 참여했었고, 예전에 무릎을 다쳐서 철심을 받았던 적이 있거든요. 이번에 휴식을 취하면서 철심을 빼게 됐습니다. 철심을 빼고 휴식을 취하다가 이번 작품 <명동 로망스>를 만나게 돼서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Q.  지금은 괜찮은 걸까? 그러고 보니 전작에서 날아다니고 무릎으로 내려찍고 하는 장면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임진섭  네, 사실 그동안 뮤지컬을 할 때에도 조금 심하게 움직이거나 무릎을 쓰는 동작들을 하면 물이 차서 병원 가서 주사로 물도 빼고 그랬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문제는 깔끔하게 없어졌습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다행이다. 하은 배우 같은 경우에는 <그리스> 이후로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간 것 같다

길하은  사실 제가 어릴 때 학교를 휴학했었거든요. 뭔가 청춘을 쏟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휴학을 하고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여행도 다니고 해보고 싶은 일들을 했었죠. <그리스>는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졸업하기 전에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1년 동안 너무 즐겁고 신나게 했었죠.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잖아요. <그리스>가 끝날 때 터져서 사실 그 사이에 리딩 공연이나 다른 작품들이 준비 중이었다가 다 취소가 되거나 소규모로 바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정말 5개월에서 6개월을 쉬었던 것 같아요. 알바도 하면서 지내다가 이 작품 오디션을 보게 됐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이 작품 이번이 초연이 아닌데 혹시 공연을 본 적이 있을까

임진섭  저는 2018년도에 군인일 때 휴가를 나와서 봤었어요. 석원 형님이 하고 계셔서 보러 오라고 하셔서 그때 유동 형 캐스팅이 아니었지만 석원 형님이 나오고 계셔서 보러 갔었죠. 진짜 재밌게 봤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첫 리딩 때 기억이 날까

임진섭  아무래도 초연부터 이 작품과 함께 해왔던 선배님들이 계셔서 엄청 긴장하고 리딩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다들 너무 잘하셔서 오히려 보면서 긴장감이 풀렸고 대본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길하은  저도 사실 첫 리딩을 갈 때 엄청 긴장을 했었거든요. 너무 떨려서 사실 대본을 엄청 외워서 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첫 공연을 올라간지 보름 정도가 지났는데, 이제 떨림은 조금 없어졌을까

임진섭  사실 제가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거든요. 그런데 연습 때 그 음정을 자꾸 틀렸었거든요. 진짜 열 번을 하면 한두 번 정도 틀려서 첫 공연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또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엄청 떨었던 것 같아요. 첫 공연 때 마담이 안내 멘트를 하고 본 종소리가 땅, 땅 하고 제가 들어가야 되는데 이 박자를 놓친 거예요. 너무 긴장해서 그래서 노래가 딱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 나가서 박자는 정박을 탔어요 다행히도. 그런데 첫 장면을 하고 있는 내내 저 혼자 등 뒤에 식은땀이 쫙 내려가면서 속으로 엄청 떨면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두 배우 모두 첫 공을 확인했었는데 전혀 긴장한 모습처럼 안 보였던 것 같다. 사실 첫 대사만 들어도 "아, 이공연은 큰 문제 없겠구나"라는 느낌이 오지 않나.

임진섭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저 진짜 제가 말아먹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을 엄청 많이 했었거든요.(웃음) 

길하은  저도 사실 엄청 떨었어요. 그래서 무대에 못 올라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마인트 컨트롤을 계속해서 그런지 무대에 올라가니까 걱정들이 사라지더라고요. 너무 재밌었고, 그 순간순간을 느끼면서 첫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연습 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은? 진섭 배우 같은 경우에는 좀 전에 이야기했던 첫 장면이기도 할 텐데

임진섭  네, 일단 제일 첫 장면이 어려웠었고, 개인적으로는 선호라는 인물과 실제 제 자신이 닮은 부분이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선호라는 인물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었어요. 저는 에너지가 넘치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선호 같은 경우에는 정해진 삶,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인물이었거든요. 그리고 뭔가 삶에 찌들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들이 저에게 없어서 같은 역할을 맡은 형들을 바라보면서 많이 배웠고, 물어봤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형들은 저보다 더 오래 살았고, 삶의 경험이 많잖아요. 그렇게 준비했고, 어려웠던 부분들을 공부하고 배워나가서 채웠던 것 같습니다.

길하은  저도 사실 리딩 할 때랑 음악만 연습했을 때랑 이제 안무를 포함해서 연습을 했을 때 음정이 흔들리는 부분들이 생기더라고요. 플랫도 되고 그래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본 공연에 올라가기 전까지 계속 연습하고 디렉팅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만족하기보다는 관객분들이 바라봤을 때를 생각해 보니 쉽게 만족할 수 없더라고요. 다행히 극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채워나갈 수 있었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연습해서 발전된 모습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사실 저도 작품 속 혜린이라는 친구랑 너무 다른 결을 가지고 있거든요. 제 첫인상이 새침데기 같다, 차가워 보인다고 하시는데 사실 엄청 활발하고 밝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작품 속에서 혜린은 정말 할 말만 하고 장면마다 말보다 액션으로 보여주는 게 많아서 그런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게 어려워서 엄청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시대 말 그대로 문인들이 모여있는 곳에 22살의 대학생이 예술가라고 나와있는데, 그 누구에도 밀리지 않고 당차게 살아남아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캐릭터성을 죽이지 않고 살릴 수 있게 공부했고 서사를 만들어나갔던 것 같아요. 혜린이 가지고 있는 불같은 열정을 보여주고 싶어요.

Q.  각 역할마다 두 명의 배우가 함께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다른 배우들은 어떤 이미지일까

임진섭  사실 유동 형이랑 지환이 형은 다 너무 친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유동이 형이 그리고 있는 선호는 완전한 선호라고 해야 할까요? 잘하는 것도 많은데 그냥 너무 멋있어요. 오랜 기간 이 역할을 해왔던 만큼 여러 이미지들이 다 너무 잘 어울려요. 형만이 가지고 있는 포인트들이 너무 많아서 제 걸로 만들고 싶어서 물어봤던 것도 엄청 많았죠. 지환이 형 같은 경우에는 형만이 가지고 있는 탤런트가 있거든요. 엄청 이성적인 인물이라서 조금의 에너지만으로도 선호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이 잘 들어맞더라고요. 저는 약간 자꾸 학생처럼 보이는 게 있는 것 같아서 형들이 런을 하거나 연습을 하고 있으면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든 게 아니라면 옆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 스스로의 선호를 찾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연습할 때 의견을 엄청 많이 공유했었거든요. 궁금한 거는 그냥 직접 가서 물어봤어요. 두 형들이 정말 고맙게도 잘 받아주셔서 저만의 선호를 찾는 데 도움을 주셨어요. 그래서 약간 어린이 느낌의 선호를 탈피하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도 계속해서 더 깊이 있는 선호가 되길 바라고 있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길하은  저는 일단 윤영 언니는 검은색이 떠올라요. 이유요? 제가 느끼는 윤영 언니가 연기하는 전혜린은 검은색의 전혜린인 것 같아요. 뭔가 알 수 없는 그 큰 눈에 뭔가 많은 것들이 담겨있거든요. 말로 하지 않아도 그 눈으로 바라만 봐도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달까요. 제가 생각지 못한 뜻밖에 행동을 하는 행동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뭔가 알 수 없는 느낌도 포함된 검정 색감의 혜린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예림 언니 같은 경우에는 빨간색의 혜린 인 것 같아요. 예림 언니의 혜린도 제가 엄청 좋아하는데 시도를 엄청 많이 하시거든요. 제가 뉴 캐스트로 들어가서 언니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었거든요. 말을 해준 부분들도 많지만 그냥 대본상에 존재하는 인물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살고 있는 시대에 맞춰서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까지 생각하고, 캐릭터의 서사를 채우셨거든요. 어떻게 보면 관객분들이 보는 입장에서 사소한 부분들이 안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을 챙기니 캐릭터가 더욱 풍성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옆에서 진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색인 것 같냐고요? 저는 약간 검은색과 빨간색이 섞인 와인빛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Q.  실제로 다방에 가본 적이 있을까

길하은  저는 한 번도 없어요.

임진섭  저는 친구랑 한 번 가봤어요. 안국역 쪽에 있는 다방이었는데 친구랑 가서 쌍화차 한 잔 먹고 나왔죠. 친구가 그쪽에서 의경 근무를 하고 있어서 쉬는 날 만났거든요. 정말 마담이 계셨어요. 할머니는 아니었고, 50대 사장님이셨는데 정말 옛날 다방이었죠. 벽지에 정말 소파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방이었어요.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그럼 만약 작품 속 '명동 로망스 다방'에 가게 된다면, 어떤 음료를 시켜 먹고 싶나

임진섭  아무래도 커피를 마셔야 하지 않을까요? 

길하은  맞아요. 내린 커피가 아닌 끓인 커피요.

임진섭  어떤 맛일까요? 지금 커피랑은 완전히 다르겠죠? 밍밍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조금 더 특이한 맛이 날 것 같기도 해요.

길하은  지금 커피보다는 뭔가 밍밍하지 않을까요?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그러고 보니 개인적으로 공연을 보면서 들었던 궁금증이 하나 있는데, 선호가 이중섭 형님에게 갔을 때. 그림 한 점을 받았더라면...? 달라고 했었으면 주지 않았을까 싶더라.

길하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이네요.(웃음)

임진섭  저도요.(웃음) 그런데 말씀하셨던 것처럼 만약에 제가 그림을 한 점 달라고 했으면 줬을 것 같아요. "아, 태운다고요? 그냥 저 주세요"라고 말하면... (웃음)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극 중 혜린은 왜 선호의 손을 잡지 않았을까

길하은  제가 생각하는 혜린은 글을 계속 못 쓰고 있어요. 마음은 뜨겁지만 미래에 대한 생각은 너무 앞서간 생각이죠. 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혜린은 선호를 계속 지켜보기만 해왔어요. 미래에서 왔다고는 하는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혜린에게 선호가 손을 내밀죠. 그리고 혜린은 그제야 느껴요. 만약 그의 말이 맞고 그의 손을 잡고 미래로 간다고 생각했을 때, 그 미래에서 혜린은 글을 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죠. 이 뜨겁고, 답답해 미칠 것 같고 죽을 것 같은 마음은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혜린만이 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요. 그래서 선호에게 말하죠. 나 이제 글을 쓸 수 있다고요. 그래서 만약 네가 정말 미래로 가게 된다면 내 글을 꼭 읽어달라고 말하죠. 

Q.  만약 혜린이 선호와 손을 잡고 미래로 갔다면, 이들에게 변화가 있었을까. 아니면 혼자 현재로 돌아온 선호는 어떤 삶을 살게 됐을까

임진섭  일단 선호는 과거로 가기 전보다 더 많이 성장한 인물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이 같이 오던, 아니든 간에 말이죠. 만약 두 사람이 같이 넘어왔다면 혜린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마냥 행복한 삶을 살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만약 혼자 넘어왔다면 이제 마담과 같이 다방을 꾸려 나가지 않을까요. 마담이 만약 명동 로망스 다방을 물려준다면 가슴 아픈 기억이 남아있지만, 너무 행복했던 기억들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유지를 하려고 사방팔방 알아봤을 것 같아요. 그게 없어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지금의 나를 울리는 대사가 있다면?

임진섭  대사로서의 지금의 저를 울린 다기보다는 그냥 모든 사람의 가슴에 울림을 주는 대사가 있거든요. 이중섭 형님이 말하는 건데, "그냥 태어나 보니 거기였고, 사랑하다 보니 그이였습니다. 그거이 내 잘못이 아니디요"라는 대사인데 정말 이 대사를 듣고 있는데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아니 어떻게 이런 대사를 생각하실 수 있었지라면서 말이죠. 사실 극 중에서 선호는 이중섭의 대화를 이해하면 안돼서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해하지 못하는 연기를 하지만 가슴속으로는 너무 아프게 다가오는 대사입니다. 그리고 마담에게 그들에 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와닿더라고요. 왜냐하면 나, 장선호가 변했다는 걸 말해주는 장면이거든요. 지금의 나는 과거로 가기 전의 내가 아니다. 당신들을 만나고 거쳐 오면서 나도 변했고, 지금 이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그냥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무언가에 설레고 아파하는 사람이 됐다는 걸 그 말에 다 담겨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길하은  저도 비슷한데, 최고봉은 마담이 말하는 "어서 와, 기다렸어"라는 대사요. 그리고 선호가 혜린이 남긴 편지를 읽는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린. 그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나는 축복한다. 나를 위해, 그를 위해"라고 말하는데 딱 그 대사가 제 가슴에 가장 와닿더라고요. 사실 이 이후에 제가 나가면서 "여기는 통행금지가 없다면서요?"라고 말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선호가 말하는 저 말을 듣고 있으면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연습실 때 정말 매번 울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볼 수밖에 없고 들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극장에 와서 무대 뒤에서 기다릴 때 일부러 보려고 하지 않고 있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만 같거든요. 그래서 피하면서 공연을 잘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만약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남녀를 떠나서

길하은  저는 개인적으로 박인환요. 일단 너무 멋있잖아요. 그리고 솔로곡도 너무 좋아요. 굳이 멋을 내려고 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멋있고, 대사들이 다 너무 위트 있어요.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모든 대사들이 너무 위트 있게 웃음을 주게 하는데 정말 너무 해보고 싶어요. 너무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임진섭  저도 박인환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많은 작품들을 하고 더 많은 역할들을 맡아보면서 나이가 들었을 때 인환이 된다면 지금 이 역할을 하고 있는 형님들처럼 위트 있고 매력적인 대사들을 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중섭 역할도 욕심이 있습니다. 지금 이 역할을 맡고 계신 형님들이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하고 계신데 저도 자신감이 채워진다면 언젠가 꼭 맡아보고 싶어요. 형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 정말 멋있거든요.

Q.  스페셜 커튼콜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임진섭  안돼요. 욕먹어요. 발끝도 못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혹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임진섭  우선 코로나19가 아직까지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도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관객분들이 더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켜주고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길하은  공연을 보시는 관객분들 모두에게 크고 작은 울림을 건네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의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네드리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