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명·이다은 "휘몰아치는 폭풍 속, 사랑이 피어난다"
[인터뷰] 김명·이다은 "휘몰아치는 폭풍 속, 사랑이 피어난다"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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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金"익숙함에 속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배우의 꿈"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2021년 첫 연극 '폭풍의 언덕'
연극학교 5기와 6기 출신 배우 이다은 그리고 김명

"사랑이 휘몰아치다."

서른 살에 요절한 19세기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텐이 남긴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은 브론테 자매가 살았던 영국 요크셔 주를 연상시키는 일명 '폭풍의 언덕'이 주무대인 이 연극은 주인공의 격정적인 사랑을 주제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소설을 무대로 옮긴 <폭풍의 언덕>은 6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28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메인포스터는 황랑한 대지와 나무,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남녀의 실루엣 등에서 불안정하지만 강렬한 사랑의 소용돌이를 떠올리게 한다. 모순과 혼돈이 뒤섞인 인간 본성에 관한 섬세하고 깊이 있는 표현이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폭풍의 언덕> 공연제작사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이다. '2021 더블케이 드림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자, 김수로 프로듀서가 이끄는 연극학교의 2021년 첫 번째 작품이다.

성종완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력과 연극학교 출신의 신예들이 꾸미는 미완의 완성이 느껴지는 연기력이 <폭풍의 언덕>에 모순과 혼돈을 표현해 내고 있다. 

본지는 지난 27일 히스클리프 역을 맡은 김명 배우와 캐서린 언쇼 역을 맡은 이다은 배우를 만났다.  처음 무대에 선 설레임과 떨림에서부터 불안정하지만 강렬한 사랑을 연기해 낸 두 배우에서 신인답지 않은 프로근성을 느낄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들이 차기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궁금과 기대가 교차됐다.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김명과 이다은의 진면목을 만나 본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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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반갑다. 

김명  안녕하세요. 저는 연극학교 6기 졸업생이자 올해 26살이 된 김명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번 작품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 역을 맡았습니다.

이다은  안녕하세요. 전 연극학교 5기, 이다은이라고 합니다. 이번 연극 <폭풍의 언덕>에서 캐서린 언쇼 역을 맡았습니다.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시작하게됐을까

김명  김수로 선생님이 연극 <폭풍의 언덕>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오디션을 볼 사람들은 비대면으로 영상을 찍어서 지원을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남자 배우들은 히스크리프 독백을, 여자 배우들은 캐서린 언쇼의 독백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야 했었어요. 그렇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Q. 각자 맡은 배역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김명  제가 맡은 히스클리프라는 친구는 일단 집시 고아입니다. 그리고 극 중에 힌들리 언쇼의 대사 중에 '악마의 자식'이라고 말하는데 그런 이미지도 가지고 있는 친구입니다. 사실 공연을 본 관객분들이 히스클리프가 정말 악마의 자식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들이 그를 악마처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연기에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히스클리프가 악마의 자식처럼 만들게 했던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히스클리프가 가지고 있는 연민을 보여주려고 했죠. 되게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사람들을 파멸로 이끄는 인물이지만 그가 원래는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고민했고, 공부했던 것 같아요. 

이다은  캐서린 언쇼는 자유분방하고 굉장히 왈가닥한 소녀입니다. 히스클리프를 만나고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하게 되는 인물이에요. 어떻게 보면 광기 어린 사랑과 질투, 집착 등의 감정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여성입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첫 리딩 때가 기억날까. 연극학교 선후배가 다 모였을 것 같은데

김명  코로나19 시대이기 때문에 오디션과 같이 첫 리딩은 화상 채팅으로 시작을 했었어요. 다들 처음으로 비대면 리딩을 해서 그런가 뭔가 새롭더라고요. 선배님들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를 하는 걸 많이 보려고 했어요. 저도 제가 맡은 인물을 이들 안에서 조화롭게 그려내려고 했죠. 대면으로 바뀌기 전까지 이런 부분들을 많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이다은  저도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리딩을 했었거든요. 기대도 많이 되고 설레면서도 또 떨리더라고요. 아무래도 대본을 받아서 처음 읽었을 때랑 본격적으로 리딩을 시작하고 다른 배우들과 만나서 호흡을 맞춰보는 건 또 다르잖아요. 그래서 저 스스로도 더 집중을 했었고 다른 배우들이 대본 속 인물을 어떻게 연기하고 표현하는가를 지켜봤던 것 같아요. 

Q. 연습 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은?

김명  제가 올해 스물여섯 살이 되었는데, 작품 속에서 히스클리프는 7살부터 38살까지의 삶을 그려내고 있거든요.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성장해 나가는 인물인데, 제가 절대로 경험해보지 못하는 일들을 당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제가 제대로 표현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저 스스로에게 부담감이 됐고 어려웠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첫 번째로는 제가 정말 그 상황에 놓였다면 어떤 반응을 할까 생각해 보는 거였어요. 나라면,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란 관점에서 접근을 했었죠. 두 번째로는 상대방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최대한 상대방과 교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었죠.

이다은  저도 사실 처음 책으로 봤을 때는 마냥 재미있었는데 연습에 들어가서는 고민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연기하는 캐서린이 관객분들에게 제대로 다가갈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연출님께서 관객들을 설득시키려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 스스로 가지게 됐던 부담감들은 일단 제쳐두고 저 또한 이 인물, 캐서린이 나라면 어떻게 이 상황에 반응했을까를 생각했어요. 연습을 하면서도 원작을 계속 읽었거든요. 그러면서 캐릭터의 서사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많은 작품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공부했고,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사진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Q. 실제 성격과 비교해보자면? 닮거나 다른 부분이 있을까

김명  저는 이런 부분들이 정말 어려웠어요. 사실 히스클리프 같은 사람은 있으면 안 되잖아요. 무대 위에서 잔인하고 폭력적인 모습들이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일들을 일삼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했었거든요. 실제로 저는 히스클리프 같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부분들을 챙기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저랑 닮은 부분은 아무래도 캐서린과 순수하게 놀았던 시절의 모습인 것 같아요. 그때 두 사람이 즐겁게 뛰어다니는 모습들이 있는데 제 안에도 그런 모습들이 있거든요. 사실 그 부분들도 많이 누른 거거든요. 연출님께서 밝은 모습들을 억압시키고 조금 억제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었거든요.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는 저랑 닮은 건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이다은  저는 사실 캐서린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저를 보고 되게 조용한 아이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제 주위에선 제가 자유롭고 밝은 면이 많다고 하시거든요. 

Q. 어린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숲을 향해 뛰어가는 장면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많다고 들었다. 의자 위를 뛰어다니던데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김명  정말 연습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열 명의 배우가 다 무대에 올라서 만드는 장면이거든요. 정말 중요한 장면이다 보니 연습을 정말 많이 했었고, 위험한 적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좁은 공간에서 의자들이 날아다니고 저희는 그 사이를 뛰어가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 연습 때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의 허리를 잡고 돌려주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연습을 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제외했는데, 그때 저희가 손발이 안 맞았던 적이 있었거든요. 저는 당연히 안 하겠구나 했는데 누나는 하는 걸로 알고 있었던 거였었죠. 그래서 누나가 공중에 발을 뻥 차서 돌았는데 제가 못 잡아서 떨어졌던 사고도 있었어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사고인데,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 장면이 다가오면 굉장히 긴장돼요.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려고 노력한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관객분들은 그 장면에서 아슬아슬한 모습들에 더 긴장하시고 집중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관객분들이 정말 노력했던 장면들을 좋아하셔서 저희들도 정말 열심히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이다은  정말 처음에는 동작 하나하나가 다 어색했었거든요. 그런데 안무를 계속해서 배우고 계속 연습을 하면서 어색했던 부분들을 다 제외했던 것 같아요. 사실 연습하면서 다치지 않았던 배우는 한 명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정도로 다들 연습을 쉬지 않았죠. 그래서 관객분들이 그 장면에 더 집중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본 공연에 들어가서도 공연 시작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번은 꼭 해보고 공연을 시작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관객분들이 좋다고 해주셔서 진짜 감사해요. 그런 댓글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지더라고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최근 가장 꽂혀있는, 가슴이 울리는 대사가 있다면?

이다은  저는 그 부분이요. "괜찮아, 저건 나의 히스클리프가 아니니까. 난 나의 히스클리프를 사랑할 거야" 이 대사가 가장 슬프면서 가장 와닿았던 것 같아요.

김명  저는 처음 대본을 받고, 리딩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아요. 마지막에 넬리를 보고 하는 말인데 "넬리도 날 악마로 생각하는군, 잠자는 집 지붕 아래 살기에는 끔찍한 무언가를 여기는 거야"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에게 히스클리프라는 인물이 불쌍하게 보이더라고요. 조금만 더 같이 있다고 하다가 넬리가 싫다고 하는 모습에 너마저도 나를 악마, 악마일 뿐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게 정말 불쌍하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조금 더 담담하게 그 대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연극 <폭풍의 언덕>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뭘까

김명  저는 계속해서 말했던 '연민'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인물들이 다 불쌍하거든요. 물론 그 모습들이 자의에 의해서, 혹은 타의에 의해서 그려지지만요. 모든 인물들이 한 명 한 명 다 불쌍하고, 그렇게 죽어가는 모습들이 정말 비극처럼 느껴져요. 

이다은  저는 딱 하나로 정의해보자면 역시 '사랑'이 아닐까요. 사실 사랑에도 여러 가지 결이 있잖아요. 행복한 사랑, 비극적인 사랑처럼요. 극 중에서 모든 인물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고, 사랑 때문에 무너지기도 하죠. 넬리도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를 사랑했었기 때문에 그 모든 걸 참고 견디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공연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만약 캐서린이 청혼을 받지 않았다면 혹은 히스클리프가 캐서린과 넬리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면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갔을까

김명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을 것 같지만, 그 끝은 좋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미 곪을 대로 곪아버린 염증이 되어버렸을 거거든요. 이미 터지기 직전 상태까지 가 있었기 때문에 만약 그때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터져버렸을 것 같아요.

이다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저도 그렇고 모든 인간들이 하는 실수가 있잖아요. 뒤늦게 하는 후회처럼요. 그런 것 같아요. 캐서린은 처음 히스클리프와는 사랑 보다 우정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캐서린은 그게 우정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아요.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이미 그는 떠나버린 상태죠.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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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삼 주간 공연을 하면서 나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이다은  저는 사실 잘했다는 것보다는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무대에 오른적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어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고민했었죠.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대본을 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 번 더 보고 한 글자를 더 읽었죠. 저는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봤기 때문에 큰 실수를 하지 않았던 것 같고, 여러 번 관람해 주셨던 관객분들이 어제랑은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었거든요. 그런 피드백을 받고 나니 정말 익숙함에 속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마지막 공연까지 더 열심히 임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고 있는 저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어요.(웃음)

김명  저도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저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매번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거든요. 이걸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모든 배우들이 한 장면을 위해 말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합이 맞물려서 완벽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게 있는데 이런 게 정말 성취감과 희열이 올라오거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감정을 끓어올리게 하는 날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Q. 마지막으로 관객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이다은  사실 관객분들께서 귀중한 시간을 내서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거잖아요. 그런 관객분들이 저희 연극을 보시고 행복했다고 이야기를 해주시거나 후기를 남겨주시는 걸 볼 때마다 정말 기쁘고, 실수하지 말아야겠다고 계속해서 다짐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수 없이 공연을 다 끝냈을 때 해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 싶어요.

김명  이번 공연을 보시고 인생의 변화가 생긴 분들도 계셨을 거고, 만족하지 못하셨던 분들도 계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번 공연에서 만족하지 못했던 부분들 계속해서 채워나가겠습니다. 다음 작품에 더 큰 감동을 전달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힘든 시기에 2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극을 보는 게 쉽지 않은데 이렇게 와주셨던 관객분들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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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김명-이다은 두 배우의 사진 촬영을 제외한 모든 인터뷰를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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