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세청 조사4국,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家 칼날 겨눴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家 칼날 겨눴다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1.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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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회장 일가의 위장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조사
공정위 지난달 현장 조사...일감몰아주기 정황 드러나
김태헌 사장 자본5억 회사가 9조원 그룹 장악까지 10년
지난 2017년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군사령부에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게 '한미 장병들을 위한 지원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 일가가 위험에 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이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특별세무조사에 나섰다. 사건의 추이가 김 회장 일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25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호반건설 본사에 조사관들을 보내 세무·회계자료 등을 가져갔다. 

호반건설은 2017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아 내년에 정기 조사 대상이다.  이날 조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이 나선 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심층, 기획 세무조사(일명 '특별세무조사')만을 담당하는 특수 조직이다. 청와대 하명사건을 주로 처리하면서 '대통령의 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사4국장은 정권이 특별히 신임하거나 국세청장 직계 인맥이라야 갈 수 있는 국세청 내 요직 중 요직이다. 탈세 기업인들에게는 '염라대왕'으로 불렸다. 조사 4국에서 세무조사를 받고 난 상당수 기업인이 검찰에 고발되어 구속됐기 때문. 흔히 검찰에서 대검 중수부와 비교되고 있다.

호반건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조사 4국이 맡고 있다는 점에서 김상열 회장 일가에 대한 비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호반건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경영 행위에 대해 조사를 받은바 있다. 이때 세무조사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공정위는 지난달 4일 김상열 회장의 사위 등이 보유한 계열사 자료를 누락하는 등 ‘위장계열사’를 운영한 혐의로 호반건설 본사를 현장 조사했다.

당시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 자료를 누락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호반건설그룹은 2세 승계구도를 마쳤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ㆍ우연희 태성문회재단 이사장이 지배구조 쟁점에 있고, 김태헌(장남ㆍ호반건설)ㆍ김민성(차남ㆍ호반산업)ㆍ김윤혜(장녀ㆍ호반프라피티)등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배회사인 호반건설의 지배구조를 보면 김태헌(54.74%)ㆍ김상열(10.51%)ㆍ우연희(10.84%)를 보유하고 있다. 김사장은 호반건설을 통해 호반산업 등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그룹 지배구조상 핵심회사라는 점에서 2세 승계를 마친 셈이다.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는 호반산업 지분(41.99%)를 보유하고 있다.  호반산업 밑으로 티에스주택 등 8개 계열사가 자리 잡고 있다. 호반건설은 호반산업의 2대주주(11.36%)이다. 김 전무 지분이 3배 이상 많아 외형상 독립된 지분 구조를 갖추고 있다.

김 회장의 장녀 김윤혜(29)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은 호반프라퍼티 지분 30.97%를 가진 1대주주다. 쇼핑몰 아브뉴브랑, 청과도매업체 대아청과(2019년 8월 인수) 등 다수 계열사가 호반프라퍼티 아래에 있다.

김 회장의 세 자녀는 각각 호반건설, 호반산업, 호반프라퍼티 1대주주 지위를 바탕으로 각자의 사업 영역을 비교적 확실히 구분하고 있다. 

36개 계열사를 거느린 호반건설이 2020년 기준 자산이 9조1460억원.  재계 순위는 44위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호반건설(12위), 호반산업(34위)이다.

문제가 발생했다. 호반건설이 외형을 확장하고 자녀 승계가 이루어질 당시는 공정위로부터 대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자산규모 5조원이 넘어서면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공정위의 규제를 받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공정위는 매년 자산총액 5조원 안팎 기업을 상대로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받는다. 이 과정에 자료 허위 제출이나 누락이 있는 경우 중대성을 따져 사안에 따라 고발할 수 있다.

김 회장의 3자녀가 기업을 증여받는 과정에 대기업 역사에 자주 등장해온 상속ㆍ증여세 없는 '텍스프리(세금)승계'의 전형적 형태를 여과없이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김 사장이 호반건설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2003년 12월에 설립된 분양대행사 비오토(자본금 5억원)에서 시작된다. 설립연도 기준으로 16살이다. 중고생 신분이다.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와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급성장했다. 비오토→호반비오토→호반건설주택→호반→호반+스카이건설 합병→호반+호반건설 등을 통해 몸집을 부불렸다. 호반과 호반건설 합병은 삼성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닮아있다. 호반 1주당 호번건설 주식 5.88주로 교환했다. 여기다 자사주에는 합병신주를나눠주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김 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2.42%를 확보한 것이다. 자본금 5억원에 불과했던 김 사장이 최대주주였던 비오토는 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부풀린 뒤, 자산규모 9조 원짜리 기업을 삼킨  것이다. 

국세청 조사 4국은 김상열 회장의 3자녀에게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진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공정위는 호반건설 사주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조사 중이다.

지난 2019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호반건설 관련) 자료를 보고 있고 실제로 위법한 사항이 있는지 모니터링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바 있다. 

같은 장소에 배석한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최대한 신속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삼 국장의 표현을 가감없이 액면 그대로만 해석하면 공정위의 시각에선 호반건설의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된 것. 다만 공정위의 조사 착수가 곧 법위반 확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조사기간이 1~2년은 걸릴 정도로 길다.

호반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국세청까지 나서 경영권 승계와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서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다만 보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호반건설에 대한 조사 결과는 다소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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