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터뷰] 뮤지컬 '그럼에도불구하고' 김지인·정세희·김지아
[한증막터뷰] 뮤지컬 '그럼에도불구하고' 김지인·정세희·김지아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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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창작집단 DDO(또)의 레퍼토리 첫 번째 창작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지난해 리딩 쇼케이스 이후 6개월 만에 공연 소식을 전했다.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이화여자대학교 중앙 뮤지컬 동아리 '이뮤'(EMU) 출신 배우들이 모인 창작 집단으로 다수가 이화여대 학부생 및 출신자며 일부 외부 인력이 참여했다. 창작극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학교 공연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여성 창작집단 DDO(또)는 많은 부분들이 수정·보완해 본 공연에 올리게 됐다. 

이 작품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보는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상상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누구나 꿈꾸는 특별한 순간을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마법같은 약이 생긴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본지는 본 공연에 앞서 연출진, 작가, 음악감독, 그리고 전 출연진과 짧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본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 작품과 관련된 짧은 이야기와 작품을 임하는 배우들과 연출진의 각오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들이 바라본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어떤 작품일까. 그리고 개막을 앞두고 있는 작품은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될까. 다음은 "매 공연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공연을 올리고 있다"는 이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다. 인터뷰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련해 일부 공간을 빌려 진행한 인터뷰로 방역수칙을 지켜 진행했음을 미리 밝힌다. 

Q.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정세희 대학 졸업 이후 연극을 쭉 해왔던 배우 정세희라고 합니다. 몇해 전부터 매체를 조금 씩 할 수 있었고, 2019년부터 뮤지컬을 하게 됐습니다. 

김지인 안녕하세요 저는 김지인이라고 합니다. 저는 전업 배우는 아니고 다른 학과를 졸업해서 다른 일을 하면서 살다가 같은 학교 뮤지컬 동아리였던 친구들이 여성 극단을 한 번 만들어보자 해서 초연 때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참여를 하게 돼서 올해도 같은 역할 시에나 마야 역을 맡게됐습니다. 

김지아 저는 이번 작품에서 로즈윌로 그린우드 역을 맡은 김지아라고 합니다. 저도 횟수로는 5년 차 정도 된 뮤지컬 배우입니다.

Q.  이 작품은 어떻게 알게 됐고 참여까지 하게 됐을까

김지아 저는 이제 이 극의 공동 작가인 서정 배우를 통해서 이 극을 알게 됐어요.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을 해주셔서 참여를 할 수 있게 됐어요. 물론 오디션을 추가로 봤었지만요. 공연에 참여하고 나서 이 디디오라는 집단을 봤는데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작업을 하고 진지하다는 걸 보게 됐고 요청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생각했죠. 

정세희 저도 마찬가지로 서정 배우님을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 작품에 대한 오디션이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됐고 오디션을 볼 수 있게 됐죠. 제가 어떻게 좋게 오디션을 봐서 이번 공연까지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첫 리딩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김지아 우리가 식당에 가게 되면 메인 요리들이 있잖아요. 제가 봤을 때 저희 공연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리들처럼 느껴져요. 각 캐릭터들이 돋보일 수 있는 장면들이 있고, 각자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죠. 그래서 저도 제가 만들고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끌고 가야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김지인 저도 약간 비슷한 말일 수도 있어요. 어떤 한 캐릭터를 다른 캐릭터를 돋보여주게 하기 위해서 소비하기 위해서 만든 캐릭터가 단 한 명도 없거든요. 함께하면 할수록 더 많이 느끼고 있어요. 모든 배우들이 다 자기만의 이야기와 서사를 가지고 있고 극을 함께 이끌어 가는 작품이 가장 먼저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초연에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수정 작업을 거치고 바뀌는 부분들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는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혹은 지금 힘들지만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힘을 전달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정세희 저는 맨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 그전에 제가 했던 작업들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어날만한 이야기를 다뤘더라면, 지금 제가 참여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작품은 조금 비현실적인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제가 참여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뮤지컬 다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던 것 같아요.

Q.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어떤 작품일까

김지인 우리극이 많은 분들에게 온기를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해요. 공연을 보러 올 관객분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행복한 기억들을 통해서 온기를 찾아가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김지아 저는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많이 힘들잖아요. 이 와중에 이렇게 꿋꿋이 우리가 싸워나가고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기회가, 그리고 시간이 주어진다면 공연장에 오셔서 저희가 만든 극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관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보러 갈 텐데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정세희 저도 최근에 작품을 했었는데 관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봤었거든요. 확실히 느낌이 달라요. 예전에는 객석을 바라봤을 때 관객들의 표정을 읽고 분위기를 맞춰나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게 또 없더라고요. 되게 기분이 묘했었어요. 개인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또 이 가운데 정말 공연을 보러 오기 위해 시간을 내고 용기를 내서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지인 코로나 때문에 공연 업계는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겼잖아요. 그래서 참 많이 슬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작품의 제목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참 여러 가지 의미로 저한테 다가오더라고요. 정말 많이 힘들고 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고난 속에서도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됐고, 관객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큰 기쁨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Q.  극 중에서 나오는 '드리머'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다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김지아 저는 일단 먹을 것 같아요. 그런 약이 있으면 말이죠. 사실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감정적으로 크게 다가오거든요. 어릴 적에 저를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만약 이 약이 있다면 할머니를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번을 먹어보지 않을까 싶어요. 

정세희 저도 이제 나이가 들고 곧 있으면 독립을 하고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되는 나이가 되고 하잖아요. 최근에 저에게 행복이라는 감정이 그냥 되게 소소한데 깊게 다가왔을 때가 있었어요. 그냥 가족들이랑 외식을 하고 집에 오는 길이었는데 차를 타지 않고 30분 정도 거리를 걸어왔거든요. 날씨가 너무 좋았고 그냥 평범한 이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동생이 엄마를 업어주고 같이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이 저에게 여러 감정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되게 일상적인 한순간이었지만 뭔가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이런 기억이라면 다시 한번 떠올려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김지인 사실 재연이 확정되기 전에 초연을 함께했던 멤버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그때 초연을 올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일단 지금의 저는 먹지 않을 것 같아요. 재연이 확정됐고 지금도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 연출진과 이 작품을 정말 재밌게 만들어 나가고 있거든요. 일단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안 먹을 것 같습니다. 초연 때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재연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너무 행복해서 안 먹겠습니다.

Q.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정세희 저는 멜 역을 맡았는데요. 멜은 되게 시니컬하고, 어떨 때는 차갑게 보이는 모습도 있어요. 그러나 로즈에게만큼은 되게 따뜻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로즈의 힘들어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저 스스로가 더 고통스럽잖아요. 그런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멜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다려줘요.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두고 있는 인물이죠. 

김지인 제가 맡은 역할, 시에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완벽한 인물이에요. 젊은 나이에 정말 높은 자리에 올라갔고, 대단히 많은 일들을 끝마쳤던 인물이거든요.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완벽함 속에 많은 금이 가있는 인물이에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죄를 짓고 후회를 하죠. 자신의 믿음이 그릇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 믿음을 외면하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저는 그런 불안전한 인간이라는 관점을 집중해서 연기에 임하고 있고, 그렇기에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이 시에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객분들도 그를 참 많이 공감해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김지아 제가 맡은 로즈윌로는 가장 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가장 이기적이고 강한 인물이에요. 그리고 극 중 드리머라는 약의 부작용을 제대로 겪고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때에는 굉장히 밝고 명랑하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굉장히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고 있는 인물입니다.

Q.  각자 맡은 캐릭터와 실제 자신을 비교해보자면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을까

김지아 저는 사실 정말 비슷한 부분들이 많아요. 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약간 거짓말 아냐?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게 로즈랑 조금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변에서 사랑을 해주지만 '내 바운더리를 넘어오지 마'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좀 고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김지인 저는 약간 팔랑귀라서 주변에서 '그거 아니지 않아?' '그거 맞아'라는 소리에 "아, 그래?"하면서 따라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맡은 인물은 자신의 생각에 따라, 믿음에 따라 옮고 그름을 떠나 소신껏 선택을 하는 인물이에요. 물론 극 중에서는 잘못된 믿음을 선택하지만요. 만약 그 믿음이 올바른 것이라면 전 참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세희 서정 배우에게 들었던 이야기인데, 제 첫인상이 안 웃을 때는 굉장히 차갑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이 이번 작품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저를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작품 속 인물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사실 실제로 저는 그렇게 시니컬하지는 않아요. 외적인 부분들이 닮은 것 같고 내적으로는 닮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나 대사는?

김지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넘버는, 에델린하고 사랑하는 장면이 나와요. '영원처럼'이라는 넘버인데, 에델린이라는 인물이 드리머를 만들게 하는 동기를 만들어준 넘버죠. 두 사람이 대화를 하던 중에 "차라리 행복한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 영원히 기억이 반복될 거면, 그러니까 행복한 기억이 계속 반복됐으면 좋겠다"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게 이어져서 추후에 드리머로 만들어지게 되는 건데, 두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인 저는 에델린이랑 같이 부르는 노래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랑 넘버인데, '논쟁'이라는 곡입니다. 에델린과 시에나가 동료 연구가로서 서로의 각자 가지고 있는 이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거든요. 에델린은 행복했던 과거를 통해서 내일을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으니 드리머를 같이 만들자는 입장이고, 저는 과거로 돌아가는 게 뭐가 중요하냐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과 내일을 봐야 한다는 그런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캐릭터적으로 봤을 때 두 사람이 논쟁을 했던 그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분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정세희 다들 공감을 하시겠지만 우리 작품의 타이틀과 같은 넘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넘버요. 이 넘버를 들으면 우리 작품이 어째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지인 일단 지금 저희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겠지만, 지난해 못 이룬 행복까지 다 합해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작품을 보시고 정말 행복한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행복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하는 극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정말 좋은 작품이니까 꼭 보러 와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정세희 어찌 되었든 우리 작품이 여성들이 모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작품이거든요. 그 부분에서 되게 큰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던 만큼 많은 배우들과 창작진들이 힘을 얻으시고, 또 같이 무대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성별을 지나서 그냥 남자 배우가 없어도 사랑이라는 소재를 아름답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거든요. 영화 중에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영화를 보면서 동성 간의 사랑에 대해서 편향된 모습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사랑으로 보였었거든요. 이 작품도 그런 것 같아요. 성별을 떠나서 동성 간의 사랑을 작품 그대로 보여줄 수 있구나 하고 느꼈고 관객분들 또한 그런 부분에서 신선함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아 저는 코로나로 시작을 했으니, 코로나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마스크를 금방 벗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몇 개월을 지나더니 1년이 넘어갔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공연을 보여드릴 수 없어서 아쉽지만, 모든 분들이 건강하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위험 속에서도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코로나를 뚫고 와주신 만큼 정말 후회 없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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