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공시 남발 제약사에 뿔난 동학개미들
허위 공시 남발 제약사에 뿔난 동학개미들
  • 임성빈 기자
  • 승인 2021.0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이치엘비, 허위 공시로 금융당국 조사... 신라젠-코오롱생명과학 등 최근 빈번
바이오기업 공시-금융당국 감독·감시 강화 필요... 투자 시 안전장치 있어야

증권시장에 제약주 주의보가 떴다. 제약회사들 중 일부에서 발생한 허위공시가 원인이다. 한때 바이오광풍을 이끌었던 에이치엘비와 신라젠, 코오롱생명과학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약사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은 멘붕이다. 공시를 믿고 투자했으나 허위로 판명돼 손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토막 난 에이치엘비 책임은 누가?

위암 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 중인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9년 공개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회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공시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에이치엘비 진양곤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임상 3상 과정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신약허가(NDA) 사전미팅까지 지난 상황들을 상세히 설명하며 허위공시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 과정에서 생긴 오해로 충분히 소명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27일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탑라인 결과 발표 시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3개월 후인 9월말, 에이치엘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유럽종약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며 "임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가 문제 삼는 것은 이 부분이다. 3개월여 만에 부정적이던 임상 결과가 성공으로 뒤바뀐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진 회장은 "서류심사에서 'Fail'(실패)라는 단어가 사용된 문장이 회의록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라며 "FDA 대면 미팅 회의록엔 NDA를 위한 보완자료가 완성되면 다시 검토하자고 언급돼 있음에도 금융당국은 서면심사 자료에서 언급된 문장만을 문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리보세라닙은 22종 암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이고, 5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약효와 안전성은 입증됐다"며 “20만 주주들을 위해 증선위에서 사실 관계를 소명하고, 임직원의 명예를 지켜나겠다.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에 투자한 개미투자자 김 모(서울, 36세)씨는 “허위공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당혹스러웠다”면서 “지금은 주주카페나 유튜브를 통해 투자자들끼리 소통하며 믿고 가자는 분위기다. 집단행동은 자제하며 참고 기다려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양곤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고, 주주들에게도 관련 정보를 제공했으면 좋겠다”며 “금융당국에서 무혐의 처분 받아 약이 시판되길 바란다”고 심정을 밝혔다.
한편 금융위 자조심은 허위공시 등에 대한 심의를 마쳤고, 증권선물위원회 조치를 앞두고 있다.

공공의 적 ‘신라젠-코오롱티슈진’ 

에이치엘비 이전 허위공시로 문제가 된건 신라젠과 코오롱생명과학이다. 이들은 거래정지와 함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와 임원들이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실패를 사전에 알았지만, 공시 전에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등 부당 시세 차익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한국거래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지난해 5월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2019년 4월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임상 3상을 추진하던 중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원래 알려진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인 ‘GP2-293’ 세포를 형질전환세포로 사용해 제조됐다고 밝혔다.

FDA는 같은 해 5월 인보사 임상 3상 중단을 통보했다. 식약처도 같은 해 7월 인보사 허가를 최종 취소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 변경 사실 등을 숨겼다고 결론 낸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이 상장심사 당시 중요사항을 허위 기재·누락했다고 판단해 회사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코오롱티슈진 상폐 여부를 논의하고,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현재도 코오롱티슈진은 거래정지 상태다.

바이오 기업, 공시 투명성 필요

지정요건의 느슨한 적용으로 최근 바이오 특례상장기업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의 공모자금 부실 사모펀드 투자문제, 씨젠의 회계처리 위반 문제 등이 있다.

이와 관련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17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특례 상장한 바이오기업의 공시와 금융당국의 감독·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우 의원은 “바이오 신약개발은 특히 기술 상용화와 영업효과 시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특례 혜택을 받은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재무, 회계,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위험 공시와 감독당국의 감시활동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약개발 미래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평가 및 공시 제도는 평가 받은 후 증권사들의 분석이 거의 없고, 임상개발에 대한 공시는 대부분 회사 셀프 공시에만 의존해 일반 투자자의 위험도가 너무 크다”며 “임상개발에 대한 정기적으로 독립된 지정 전문기관 평가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도 "가장 기본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보다 철저히 전문적으로 선별해 내는 '기술평가'를 도입하는 등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신약개발 주식 투자에 한 증권연구원은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전에 위험을 회피하거나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한 비중을 조절하는 등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 가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