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칼럼] ‘탄소 국경조정’, 원전 해금 검토할 때 왔다
[이원두 칼럼] ‘탄소 국경조정’, 원전 해금 검토할 때 왔다
  • 이원두 언론인
  • 승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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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에 폭설이 내리고 미국 남부 텍사스주가 ‘동파(凍破)당한 것은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이와 연관하여 최근 EU집행위가 중심이 되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경탄소조정 조치‘(CBAN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바로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탄소중립화에 대한 경제적인 벌칙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못 된다. 탄소국경조정조치는 탄소중립화에 뒤진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상품과 용역에 대해서 그에 상응하는 관세를 매기자는, 쉽게 말해서 탄소 관세다. 일반적인 관세와 다른 것은 해당국으로부터의 수입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그 나라에 수출하는 경우에는 환급해 준다는 점이다. 이는 또 탄소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공장을 옮기는 이른바 ’탄소누설‘(Carbon Leakage)을 방지하는 유력한 방안이기도 하다.

’탄소국경조정‘에 동조해 달라는 EU의 호소에 대해 바이든 미국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내심 반대 입장을 굳히고 있으며 일본 역시 당장 동조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자칫하면 이 문제가 ‘탄소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여지도 남아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막지 않으면 결국 인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 당위론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국제협력’의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 분명하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주도형 경제 대국’인 우리 입장은 어떤가? 정부 역시 이른바 ‘그린뉴딜’을 앞세워 2050년까지 탄소중립화 목표를 세워놓고 이를 국제사회에 널리 홍보하고 있다. 또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최대 35%로 높인다는 입장이다. 이는 현시점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치량의 약 2배에 해당되기 때문에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여러 면에서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세계 무역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탄소국경조정’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여 ‘수출주도형 경제 대국’의 위상을 지킬 수 있느냐에는 의구심이 남는다. 이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우리 에너지 정책의 중심에는 원자력 발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탈원전’을 소리 높여 웨침에 따라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재생에너지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탈원전이 합리적인 논리에 입각한 것이었다면, 그리고 재생에너지가 정치색을 배제한 경제적인 효율면에서 평가받고 있다면 에너지 정책 변환에 반대할 사람은 소수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할 논리적 근거와 이를 입증할 구체적 사례를 밝힌 적이 거의 없다. 반면에 재생에너지나 탈원전은 여러 가지로 추문만 양산하고 있을 뿐 경제적이지도 않고 정치적인 설득력도 없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우주여행보다는 백신이나 기후변화에 차라리 돈을 쓰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카라 스위셔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스웨이'(Sway)에 출연해 "화성에 가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돈은 우주여행을 가는데 쓰기보단 백신과 기후변화에 쓰겠다"고 했다. @자료화면

최근 대대적으로 보도된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원자력 발전 예찬론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과 파급력이 높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 세계가 소비할 전력은 현재의 2.5배 이상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주요국은 발전량을 늘리지 않았다면서 이 공백을 메우는 데는 원자력 이상으로 효율적인 에너지원(源)이 없다는 것이 빌 게이츠의 주장이다. 또 원자력은 풍력보다 최고 5백 배나 효율이 높다는 점도 강조 한다. 그의 주장은 바로 한국 현실에 딱 맞다.

이와 때를 거의 같이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 신안 앞바다의 풍력 발전 단지 투자 협약식에서 ‘신안의 풍력 용량 8.2GW는 1.4GW의 신형 원전 6기와 맞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이 밝힌 8.2GW는 설비용량일 뿐 실제 발전용량이 아니기 때문에 신뢰성에 문제가 남는다. 또 신안의 풍력 발전 설비에서 수도권까지 해저에 전선을 깔아 송전할 경우 원가가 원자력에 비해 4배나 높아진다는 점도 문제라면 문제다.

주장이나 텍사스 동파 사태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면 ’탄소국경조정‘이 실현 된다면 수출주도형 한굮 경제의 대응책이 마땅하지 않다. 정부가 지금까지 권장하고 추진해 왔으나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것만이 가장 효율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다.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탄소국경조정’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길도 된다. 거기에는 당연히 탈원전의 해금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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