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38화 - 돈과 잠자리
[과학추리 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38화 - 돈과 잠자리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1.0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니의 죽음에 세 남사친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나?”
“그건 선생님이 캐야 할 숙제잖아요. 선생님은 추리 작가니까 뭔가 추리하는 것이 있지요?”
“영지 이야기를 더 들어 봐야 알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옛날 일을 좀 더 듣고 싶었다. 
그러나 영지가 입을 더 열지 않으니까 다음에 다시 기회를 보아야 할 것 같다.
“한수지의 세 남사친 중에 영지를 좋아한 사람도 있었다는데?”
“누가 그래요?”
“누구한테 선가 들었어.”
“언니가 나를 유성우 오빠에게 붙여 주려고 했지요.”
“오민준이 아니고 유성우?”
“누가 오민준이라고 해요?”
분명히 내가 오민준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오민준이 자가발전 한 것인가?
“엄마는 오민준 오빠를 이상하게 싫어했어요. 사실 유성우 오빠나 권익선 오빠에 비해 오민준 오빠는 조금 떨어지거든요.”
“어떤 점이 그래요?”
“우선 인물도 그렇고, 대학도 그래요.”
“엄마는 변하진 사장과 가깝게 지냈지요?”
“누가 그래요?”
나의 질문에 한영지가 신경을 세웠다.
“누가 그런 것은 아니고, 며칠 전에도 집에 다녀 간 것 같던데...”
“변 사장님은 엄마가 썩 좋아하지는 사람은 아니에요.”
“아버지의 부하였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마를 많이 도와주었지 않아요?”
“그렇긴 해요. 그런데 순수한 마음이 아닌지도 몰라요.”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면?”
“남자가 순수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여자를 돕는 경우는 두 가지 뿐이잖아요.”
한영지가 나를 바라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볼우물이  살짝 파이는 뺨이 귀여웠다.
“두 가지라고?”
“돈과 잠자리.”
한영지는 그 말을 해놓고는 쑥스러운지 소리 내서 웃었다.
“엄마는 변 사장을 좋아 했나요?”
“엄마는 마음이 약해서 잘 해주는 남자들한테는 거절을 못해요.”
“변 사장 말고 엄마한테 또 남친이 있었나요?”
나는 나이 든 사람의 애기를 하면서 남친 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적절한지 어떤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버지니아 살 때 유성우 오빠의 아버지 유창호 아저씨와도 가까웠어요.”
“영지가 가깝다고 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거야?”
“남녀가 가깝다면 무엇을 말하겠어요? 선생님과 저 같은 사이는 아니겠죠?”
그렇지 않다. 
나는 한영지와 가까워지고 싶다. 
그런데 한영지가 예를 드는 것을 보면 아직은 아닌 모양이다.
“남녀 사이에 가깝다는 것은 성적인 관계 까지 말하는 것이 보통인데...”
“ㅋㅋㅋ. 선생님 여태 무슨 뜻으로 알았어요?”
“버지니아에서 엄마 강혜림 여사와 유창호 회장은 어느 정도까지 진도가 나갔는지 말해 줄 수 있어?”
기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궁금하던 것을 더 알고 싶었다.
강헤림 여사도 한수지나 한영지 못지않게 한 인물 하는 여자 아닌가.
더구나 혼자 살게 된 유창호 회장과 썸싱이 있을 법도 한 일이다.
“엄마는 유창호 아저씨도 좋아 했어요. 가끔...”
한영지가 말을 잠깐 끊었다.
“말해 봐요?”
“공짜로요?”
잘하면 내가 궁금해 하던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말해, 요구는 뭐든지 들어 줄 테니까...”
“제가 지금 연습하고 있는 뮤지컬 대본 한번 봐 주실래요? 제 생각에는 스토리가 어쩐지 매끄럽지 못해요. 선생님은 스토리의 대가잖아요.”
“알았어. 그 대신 엄마와 유창호 회장 이야기 좀 해주어.”
이렇게 해서 며칠 뒤 강혜림 여사의 로맨스를 들을 수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