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외국 가면 ‘갑’인 기업홀대, 고용참사 불렀다
[이원두 경제비평] 외국 가면 ‘갑’인 기업홀대, 고용참사 불렀다
  • 이원두 언론인
  • 승인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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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이 미국 정부와 미국 사회를 상대로 자기 이익을 소리높여 주장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참으로 경이적이다. 한국에서는 감히 생가조차 할 수 없는 사태다.

우선 삼성전자는 총 1백 70억 달러를 투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건설계획을 앞세워 주 정부에 대해 향후 20년간 총 8억 5백 50만 달러(9천억 원)의 세금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분쟁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배하자 SK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조지아주 정부는 (SK의 투자가 중단되면)일자리 수 천 개가 사라질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뉴욕 증시에 상장을 결정한 쿠팡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는 29배나 되는 차등 의결권부여가 실현되었다. 단 2주만 보유해도 58%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퍼 주식이 현실화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사안들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용절벽 앞에 신음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방역에 국력을 쏟아부은 지난 1년 사이에 일자리가 1백만 개나 사라져 실업자가 1백 57만 명이라는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1월 취업자 감소 규모 역시 22년 만에 최대인 98만 2천 명이나 된다.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 19의 3차 대유행과 혹한기가 겹쳐 음식, 숙박업과 공공 알바 자리가 직격탄을 맞은 데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출범 초기에 기세를 올렸던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의 후유증과 내상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코로나 19라는 대재앙까지 겹친 결과다.

국외에서 ‘갑’으로 군림하는 우리 기업이

‘국내의 영원한 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은 세계적인 경쟁에서 탈락하고 말 것이 뻔하다.

정부와 노조, 그리고 시민단체는 지금이라도 기업관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절벽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소주성’뿐만 아니라 반기업 정서의 확산도 경제의 뒷심을 뽑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강성노조와 친정부 성향의 시민단체도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이른바 양극화 개선을 명분으로 한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은 ‘하청기업 종업원’까지 본사 정규직화 요구로 이어지고 있음을 본다. 이런 상황에 기업의 고용 확대를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발상으로 봐야 한다. ‘소주성’이 계산된 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자 정부는 혁신경제 등으로 호칭을 바꾸면서도 민간주도가 아닌 재정에 의한 정부 주도 성장을 고집해 왔고 또 고집하고 있다.

정부 주도 성장정책의 배경에는 민간기업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정부가 최근에 경제계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반기업 3법’ 입법을 강행한 것이 그 방증이다. 작년 12월 9일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룰, 다중대표 소송제를 가미한 상법개정안, 해고자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정부 출범 이후 반기업 정서의 확산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위축되었던 산업계는 더욱 움츠러 들수 밖에 없다. 반기업 친노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기업, 그것도 세계적인 규모의 우리 기업이 국내에서는 항상 ‘을’의 입장에서 걸핏하면 정부, 시민단체, 노조로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지만 국경을 한번 벗어나면 20년간 세금 감면, 대통령의 거부권 요구(현지 정부와 주민이지만), 수퍼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갑’이 되는 것을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의 현지 투자와 주식공개가 결국은 현지 경제에 결정적인 임팩트를 유발, 이것이 다량의 양질 일자리 조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갑질’이 용납되는 차원을 떠나 환영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것이 바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제 운용의 기본자세다. 이들은 결코 정부 주도의 성장이나 고용 확대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금 세계는 IT시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걸음 뒤져있던 EU와 일본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대형 투자계획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국외에서 ‘갑’으로 군림하는 우리 기업이 ‘국내의 영원한 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은 세계적인 경쟁에서 탈락하고 말 것이 뻔하다. 정부와 노조, 그리고 시민단체는 지금이라도 기업관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절벽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언론인 이원두  ( LEE, WONDU)

파이낸셜뉴스 주필(前)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前)

내외경제 주필 (前)

소설가ㆍ번역가 (現)

칼럼리스트 (現)

언론인이자 변역가, 소설가이다. <폭군의 아침>으로 1989년 제 5회 추리문학 대상을 받았다. <찬란한 음모> <아빠의 함정> <잃어버린 항로><바람언덕의 살인>등을 발표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인간의 증명><오토의 아들> <그녀는 돌아왔는가> <超독서법> <삼색성공> <미술로 읽는 성경> <성서이야기> <리더십삼국지> <일본어 실무 번역서> <90분에 읽는 삼국지:난세의 영웅들> <내 마음을 읽으면 성공이 보인다> <이탈리아인 태고의 지헤> <시험에 안나오는 상식> <일본어_통역가이드 듣기평가시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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