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주택공급 공공이 주도하면 결과 뻔 하다
[이원두 경제비평] 주택공급 공공이 주도하면 결과 뻔 하다
  • 이원두 고문
  • 승인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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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이른바 2̛4대책인 ‘공공주도 3080+,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은 그 거창한 명칭에서 보듯이 상당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이 정권은 24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그때마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과제가 시장과 정책당국 앞에 쌓였다. 이번 공급확대 대책은 이런 후유증과 부작용을 한꺼번에 털어내겠다는 결기가 담겨있다고 읽힌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공급확대 역시 정부가 기대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그 단적인 반응이 증시에서 나타났다. 정부의 야심에 찬 공급확대 방안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판단했으면 건설 관련 주가는 상승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오히려 내림세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주가에 끼치는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오로지 정부의 공급확대 대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가 언급한 것처럼 ‘공급 쇼크’를 우려해야 할 정도라면 건설주는 급등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번 대책의 성공 여부의 열쇠 역시 결국은 민간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를 비롯하여 전국에 83만 호를 짓겠다는 공급 규모는 80년대 말 노태우 정부의 분당 일산 신도시 이후 최대 물량임은 분명하다. 또 초과이익 분담금 면제, 용적률 및 층고 상향을 비롯하여 주민동의율을 낮추는 등의 인센티브와 인허가권을 중앙정부가 직접 관장함으로써 사업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 등 긍정적 요인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장은, 그것이 부동산 시장이라 하더라도 ’공공‘으로 포장된 힘이 강하게 작용하면 할수록 더욱 위축되거나 왜곡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24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이 줄을 이었으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고 할 정도로 역주행을 거듭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7월 말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야당과 시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심 차게 성사시킨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은 시행 반년 만에 서울 전세값을 과거 3년 치와 맞먹는 수준으로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물량 부족까지 불러왔다. 여기에는 재개발 지구에 ‘집주인의 2년 거주 조건’도 한몫했다. 이러한 전세값의 급등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현실이다. 정책이 얼마나 큰 역풍을 불러왔는지 수요자는 뼈저리게 느끼는데 오직 정책당국만 읽지 못한 탓에 24번이나 대책을 내어놓아야 하는 궁지에 몰린 것이다.

25번째인 이번 대책이 지금까지 금융, 중과세 등 규제 일변도로 공급을 위축시켰던 데서 벗어나 공급확대로 궤도를 수정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여전히 ‘공공’으로 포장된 힘이 시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음은 유감이라 않을 수 없다. 정책 목표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앞뒤를 찬찬히 살피지 못한 것일까, 당장 이번 대책에 ‘위헌론’이 제기되고 있음을 본다. ‘공공주택 복합사업 및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경우 대책이 발표된 이후(2월 4일)에 그 지역의 집을 산 사름은 입주대상이 아니라 ‘시세로 현금 청산’을 한다는 부분이다. 아직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집을 살려면 해당 지역을 피해서 매입하라는 이 뒤통수치기와 다르지 않은 ‘깜깜이 벌칙’이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법조계는 지적한다.

이 밖에 지금까지 시행해 온 청약부금과 청약예금 가입자의 청약자격이 제한되는 것도 문제다. 전용 85㎡ 이하는 청약저축이나 종합가입 무재택자만 신청할 수 있게 만든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공급계획에 민간부문의 반응이 냉담하다는 점이다. 인기 지역인 서울 강남 재개발 예정 대형단지가 즉각적으로 불참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공급 대책이 성공하려면 민간 참여가 절대적인 요인임을 말해 준다. 그리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지금까지 강행해 온 각종 규제에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또 도심 쪽방촌을 재개발할 경우 현 입주자, 특히 세입자를 사업이 종료되어 입주할 때까지 어디에 어떻게 주거를 마련해 줄지도 사전에 밝힐 필요가 있다. 금융규제와 중과세를 포함한 지금까지의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 공공의 명분을 앞세워 시장에 군림한다면 이번 계획 역시 소기의 목적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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