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37화 - 게임의 끝판왕 
[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37화 - 게임의 끝판왕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1.0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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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y(보상)
유성우가 쉬운 단어를 썼다.
권익선은 씩 한번 웃고는 한수지를 쳐다 본 뒤 단어를 올렸다.
abskiz(도망, 회피)
꽤 어려운 단어를 또 올렸다.
“흠, 이제 도망가고 싶은 모양이지. 그것도 안 되지.”
-abuse(학대, 남용)
“그냥 도망가게 내가 둘 줄 알아.”
유성우가 여전히 쉬운 단어를 올리며 권익선의 약을 올렸다.
다혈질인 권익선이 약이 오르면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익선도 만만치 않았다.
-abstention(회피, 삼가다)
권익선도 끈질기다.
“계속 이렇게 비겁하게 나올 거야? 이래도?”
유성우가 다시 약을 올리며 단어를 올렸다.
-abort(유산)
“ㅋㅋㅋ. 결투를 유산시키고 싶냐? 안되지.”
권익선이 소리 내서 웃었다.
-abominable(지긋지긋하다, 구역질난다)
단어 결투는 좀체 끝이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단어를 술술 쓰는 것을 보고 한수지는 놀랐다.
공부를 잘 하는 줄은 알지만 이렇게 제한된 조건 아래서 광범위한 영어 단어를 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미국 태생 수재들도 이렇게 다양하지는 못 할 것이다.
웹스터 사전에 나오는 ab... 단어는 3백 개 정도다 
그런데 유성우와 권익선의 ‘단어결투’는 세 시간에 걸쳐 1백 개 이상의 단어를 올렸음에도 그치지 않았다.
“휴, 배고파 못하겠다. 그만!”
마침내 선수 아닌 오민준이 항복했다.
“오늘 결투는 무승부로 한다. 따라서 다음 결투는 한수지가 다음에 통지 하도록 한다.”
유성우와 권익선도 엔간히 지친모양이었다.
“좋아, 다음에 다시하자.”
유성우가 먼저 노트북을 접었다.
“두 사람 다 일어섯!”
오민준이 명령하자 유성우와 권익선이 일어섰다.
“경례, 그리고 악수.”
두 사람이 절을 하고 악수도 했다.
“아이고 배고프다. 근데 너희들 언제 그렇게 단어를 많이 외웠냐?”
오민준이 정말 신기한 듯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  *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난 나는 기가 팍 죽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무섭게 공부를 하는구나.
자기나라 말도 아닌데 그렇게 어휘가 풍부하다니. 더구나 어문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연과학을 하는 학생들, 고졸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 단어를 구사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걔들은 어째서 영어 단어를 그렇게 많이 구사할 수 있을까?”
“선생님도 아시지만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는 세계의 천재들이 모인 곳 아닙니까? 그 정도는 알아야죠.”
“그 다음 결투는 없었나?”
“왜 없었겠어요. 다음에는 그런 정도가 아니고 진짜 두뇌싸움을 했거든요.”
“음~ 자기들 전공을 건 대결이겠구나.”
“맞았어요. 꼭 전공이라기보다는 진짜 실력을 드러내는 결투였지요.”
“무슨 결투였길래...”
한영지는 더 이상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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