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터뷰]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람·정지윤 연출
[한증막터뷰]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람·정지윤 연출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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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의 신년 기획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출연진 및 창작진 릴레이 인터뷰

여성 창작집단 DDO의 레퍼토리 첫 번째 창작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지난해 리딩 쇼케이스 이후 6개월 만에 공연 소식을 전했다.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이화여자대학교 중앙 뮤지컬 동아리 '이뮤'(EMU) 출신 배우들이 모인 창작 집단이다. 창단 이후 외부 인력을 받기는 했지만 다수가 이화여대 학부생 및 출신자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창작극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공연됐던 작품이다. 이후 본 공연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거쳤고, 많은 부분들이 수정·보완됐다. 

본지는 본 공연에 앞서 연출진, 작가, 음악감독, 그리고 전 출연진과 짧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본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 작품과 관련된 짧은 이야기와 작품을 임하는 배우들과 연출진의 각오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들이 바라본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어떤 작품일까. 그리고 개막을 앞두고 있는 작품은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될까. 다음은 매 공연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공연을 올리고 있다는 이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다. 인터뷰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련해 일부 공간을 빌려 진행한 인터뷰로 방역수칙을 지켜 진행했음을 미리 밝힌다. 

정지윤 연출가 / 사진 ⓒ 조나단 기자
정지윤 연출가 / 사진 ⓒ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하람  안녕하세요. 저는 연출을 맡은 하람이라고 합니다. 

정지윤  안녕하세요. 저는 정지윤이라고 합니다. 이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 조연출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이화여대 17학번 학부생이고 학부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이 창작집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하람  일단 이 작품은 이화여대 중앙 뮤지컬 동아리 '이뮤'에서 올렸던 작품이거든요. 저희가 창작집단 DDO를 창단할 때부터 어떤 작품을 올리고 싶냐고 의견을 나눴을 때 이 작품이 후보에 있었어요. 몇 가지 작품들이 후보로 올랐는데 투표를 통해서 지금 이 작품,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꼽혔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었죠.  

정지윤  학공에서 시작했지만, 본 공연으로 만들기까지 많은 부분들에서 변하게 됐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인력들이 보충되면서 작품 전체적으로 풍부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Q. 대부분 이대 학부생일까 

하람  사실 처음 집단을 결성할 때 "학부생이 아닌 졸업생을 대상으로 졸업생들끼리 공연을 해보자"라는 게 저희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직장을 다니거나 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선배들과 1~2학년이 아닌 3~4학년 취준생 위주로 연락을 했었어요. 그렇게 70%가 구성이 됐고, 나머지 30%는 학부생 1~2학년과 외부 인력들로 구성이 됐습니다. 

Q. 뮤지컬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첫 작품으로 선택된 이유가 있을까 

하람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주제가 명확하게 있다는 거였어요. 사실 처음 학공때 그려졌던 작품이랑 비교해 보자면 정말 많이 바뀌긴 했지만요. 19년과 20년 짧은 공연과 쇼케이스, 리딩 공연을 통해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더욱 명확한 주제를 찾을 수 있었죠. 제가 핵심적으로 밀고 있는 주제는 '우리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고, 미래에 대해 나아가고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거든요. 이걸 전달하기 위해서 많은 부분들을 채우고 덜어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지윤  저는 사실 과정적으로만 이야기를 해보자면 하고 싶은 건 다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바라봤을 때 아쉬웠던 부분들을 나름대로 많이 보완하거나 털어냈던 것 같아요.  

하람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집단이 연극과 뮤지컬 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여성들만 있는 집단이나 작품이 요즘에는 하나둘 생기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찾아보려면 많이 없거든요. 대다수가 남성 배우 위주의 극단이거나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죠. 저는 작품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그걸 여성 서사극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더 공부하고 작업에 집중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본 공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았다. 수정된 부분들도 있을까 

정지윤  사실 처음같이하자고 모였을 때 저는 먼저 말했어요. 어떻게 보면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부분들을 그냥 다 빼고 싶다고요. 해석함에 있어 위험한 요소들을 제거해도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굳이 내가 이 팀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많은 부분들을 제거했던 것 같아요. 

하람  초연 학교 공연을 담당했던 두 작가와 연출가가 초연이 가지고 있던 불필요한 부분들, 그리고 정신적인 부분들에 허점이 보이거나 어설펐던 부분들에 대한 지적을 했고 많이 덜어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제가 만든 콘텐츠라면 제가 오롯이 모든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드리머라는 장치를 넣었죠. 그리고 우리 공연에선 모든 캐릭터가 다 빛나길 바랐어요. 그래서 단 한 명의 배역, 인물이라도 다른 사람의 도구로서 사용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서사를 관객들에게 입력시킬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디렉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 하겠습니다. 바지 연출이라서... 

정지윤  말씀해 주신 그 부분을 집중했던 거 같아요. 악역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조건 악역이야! 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악해진 거야라고 상황을 이해하실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엔딩 이후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하람  어떤 작품이던 결말이 가장 고민되는 것 같아요. 리딩 공연을 하면서 관객분들에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본 공연에선 리딩 공연과는 조금 다른 엔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처음 생각했을 때 어떤 엔딩 만들려고 했나  

정지윤  사실 무대 위에서 끝을 맺는 방식이 다 다르거든요. 드리머를 먹거나, 먹지 않거나. 

하람  각자 자기만의 선택을 해요. 누군가는 꿈에서 깨어나서 현실을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드리머를 먹으면서 현실보다 꿈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죠. 사람마다 다 다른 것처럼 저희도 다양한 모습을 다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극에서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거든요. 누군가는 과거에 집착을 하는데, 그것 또한 인간적인 모습이죠. 극단적인 파멸을 가지고 올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선 이런 사람이 존재하고 우리의 주변에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극에서 모든 인물들이 드리머를 버린다고 하는 엔딩에 대해서는 너무 지나치게 밝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Q. 이 작품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로 다가갔으면 좋을까 

하람  사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자기가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되게 외롭고 희망도 없고, 앞길도 안 보여 답답함을 느끼고 있죠. 저는 우리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전달해 줬으면 해요. 어떻게 보면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나에게 또 다른 힘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정지윤  사람은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 속에 행복에 대한 단서가 있어요. 지금 불행한데 행복을 생각하는 게 막연하고 낙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걸 해야지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뜬구름 잡는 것 같지만 과거에 행복했던 기억에 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게 사람이 아닐까요. 

하람  뭔가 저희가 행복이라는 추상적 단어, 거창해 보이는 것 같은데 리딩 기준으로 치즈케이크 만드는 게 하나의 행복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대화 몇 문장이 로즈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행복의 기억이거든요. 거창할 필요 없어 소소한 일상에서 찾는 행복을 말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고 나가실 때, 처음 들어와서 객석에 앉았던 본인보다 조금 더 행복한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Q. 드리머라는 약이 출시됐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면?  

하람  '이뮤' 시작하기 전이 아닐까.. (웃음)   

정지윤  맞는 것 같은데요?(웃음) 저는 막공 커튼콜요. 저희 단체 이름이 DDO가 '또'거든요. 그렇게 힘들다고 안 한다고 해놓고 또 공연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또 하고 있네, 또 공연 올리네, 또 무대 올리고 있다는 말이죠. 이게 정말 마약 같은 말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결론은 그렇게 또 무대에 올리고 나서 마지막 공연을 끝내면 오는 그 열기와 카타르시스, 그걸 또 느끼고 싶어서 또 공연을 하게 되는 순환이 반복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람  사실 연출을 하면 각 팀별로, 배우별로 싸울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힘들어서 '아, 진짜 이번 공연 끝나면 다시는 쟤네 안 볼 거야. 공연도 다시는 안 한다'라고 되네 이는데 또 공연을 하고 또 연출을 맡고 있습니다. 

Q. 우리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넘버가 있다면?  

하람 눈을 떠?에서 "생각지 못한 길을 만나도 당신을 찾아 달려갈 수 있기를" 그 가사를 좋아합니다.   

정지윤  사실 너무 많은데, 지금 딱 생각나는 건 맨 마지막 "달맞이꽃 보러 갈래"요.  

하람  그 대사 제가 썼어요. 마지막을 뭘로 하지 고민할 때 제가 제안했었거든요. 로즈라는 인물이 꿈과 현실에 대한 구분을 하는 순간이거든요. 드리머를 먹고 꿈에 빠져들 때 자신의 기억들을 모두 과거의 기억으로 치환시켰는데 현실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말하죠. 

Q.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창작집단으로서, 

하람  합의가 된 내용은 아니지만 일단 제 생각은 이 작품이 잘 돼서 여배우들의 등용문이 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보다 더 나아갈 방향성이 없던 시절부터 그런 이야기를 해왔었거든요. 여성으로서 우리가 하고 싶은 극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하고 있는 동료들이 이 작품, 우리가 해 나갈 작품들을 통해 무대 위에 설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거요. 그게 우리 집단의 이유이지 않나 싶어요. 

정지윤  저희 단체가 사실 엄청 특이해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회비를 내고, 모두가 창작자죠. 각자 직책을 가지고 있지만 그 역할을 담당할 뿐 '헤드'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다들 하지 못했던 걸 할 수 있다는 것에 서로가 힘을 얻고, 힘을 주고 있거든요. 그리고 여성 집단 만으로도 이런 여성 서사극에 힘을 줄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렇게 해도 나아갈 수 있다는 걸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봐 줬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계속 무대 위에 설 수 있게 정진해나가고 싶어요. 

하람  마지막으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입이거든요. 사실 모두가 열심히 회비를 내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얻어 가는 게 별로 없어요. 그래서 수익을 내서 돈을 받거나 주면서 일하고 싶어요.  

 

 

Q. 차기작은 준비 중인 게 있을까?  

하람  일단 대극장이나 라이선스 작품은 생각 안 하고 있어요. '이뮤'에서 했던 창작극을 양해를 구하거나 계약, 합의를 거쳐서 각색해 무대에 올리거나 저희가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공연을 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Q. 2021년 목표가 있다면  

하람  일단 개인적인 목표를 제외하고 우리 단체와 관련해서 공연을 무사히 잘 올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수익을 냈으면 좋겠어요. 수익이 나서 배우들 모두 돈을 내면서 공연을 하는 게 아닌 돈을 받으면서 올릴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정지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웃음)  

Q. 21년 11월 즈음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지윤  아직도 어리겠지... 지난 1년 동안 이렇게 힘든 일들을 잘 헤쳐 나왔다는 것만으로 나는 너를 칭찬해 주고 싶다. 그리고 공연을 안 올렸으면 좋겠는데, 만약 올리고 있다면 정말 힘들겠구나. 아무래도 업보인 것 같으니 잘 견뎌보고 또 어떻게든 공연을 올리면 또 끝을 보니까 또 올리겠지? 그러니까 열심히 하길 바란다.  

하람  "아 드디어 끝이네, 드디어 DDO를 탈출했구나. 작년에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너는 정말 성장한 사람이 됐구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어서 1년 후에는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치여서 사는 게 아니라 어떤 자기의 길을 자기의 걸음걸이대로 걸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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