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상생 경영' 현대제철 담합이 찬물...재활용 먹이사슬 맨 끝 노인 생계 위협
정의선 '상생 경영' 현대제철 담합이 찬물...재활용 먹이사슬 맨 끝 노인 생계 위협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1.0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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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7개 제강사 철스크랩 구매 가격 담합
2010-2018년까지 8년간 철스크랩 가격 인상과 인하 합의하고 실행

현대제철 등 대기업 제강사들의 상생문제가 논란이다. 재활용 산업에서 먹이사슬의 끝에서 살아가는 고철 줍는 노인들에게 철스크랩 가격 담합에 대한 피해가 전가됐다.  고철과 폐지의 가격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데, 가격이 하락한 만큼 손해이다.

현대제철 등 7개 제강사들의 철스크랩(고철) 가격 담합이 적발됐다.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상생경영을 내세웠다. 8년 간에 걸쳐 이어진 가격 담합이 공정위에 적발되면서 정 회장의 상생 경영 이미지를 깍아내렸다. 

공정위는 26일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와이케이스틸, 한국제강, 한국철강 , 한국특수형강 등 7개 제강사의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 담합을 적발해 정보교환 금지 등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000억83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역대 4번째 규모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최대이다. 

이들 제강사들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약 8년 동안 철스크랩의 구매 기준가격의 인상와 인하 등 변동폭과 그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공장소재지별로 영남권과 경인권 실무자 모임을 꾸려 중요정보를 교환하고 담합했다.  영남권에서 120회, 경인권에서 35회로 총 155회나 이뤄졌다.

 

철스크랩 유통에서 최하위 단계는 고철과 폐지를 줍는 노인이다. 노인이 수집한 고철은 수집상(소상)→중상→ 납품상(구좌업체)을 거쳐 제강사에  최종 납품된다. 

철스크랩은 철강제품 생산·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 폐철강제품(폐가전제품, 폐자동차) 등을 수집하여 선별·가공처리한 고철이다. 철근 등 제강제품(철근, 강판)의 주 원재료이다.

철스크랩은 생철, 중량, 경량, 선반설 등 총 25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제강사들은 일반적으로 ‘중량A 등급’ 철스크랩을 선호한다.  중량A는 폐선박, 대형차량, 철도 레일 등에서 발생하는 철스크랩을 말한다.

제강사들은 내부적으로 정한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에 인센티브, 운반비 등을 더한 구매가격을 지불하고 철스크랩을 구매한다.  철스크랩 가격변동 요인이 있을 때마다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을 변경하여 구좌업체에 통보한다.  구매 기준가격 변동은 모든 철스크랩 등급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철스크랩 시장은 국내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적은 만성적 초과 수요시장이다.  제강사간 구매경쟁이 치열하다.  노인들이 줍는 철스크랩의 수량은 미미하다.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폐지보다 비싼 가격 때문에 선호하는 재활용품이다. 

제강사 직원이 고철을 한 곳에 쌓아두는 모습 @뉴시스
제강사 직원이 고철을 한 곳에 쌓아두는 모습 @뉴시스

국내 철스크랩 전체공급량(29,298천톤, 2019년 기준) 중 국내 발생량은 77.8% (22,798천톤)이다.  나머지 22.2%(6,499천톤)는 해외에서 수입하여 충당하고 있다. 

특정 제강사가 재고확보를 위해 구매 기준가격 인상시 철스크랩 물량이 해당업체에 집중(물량쏠림)된다.  다른 제강사들은 재고확보가 어렵게 되어 경쟁적 가격인상이 촉발될 수 있다.

철스크랩 공급업체들은 제강사들이 경쟁적으로 구매 기준가격 인상시 추가적인 가격인상을 기대하여, 기대가격 도달시까지 공급을 하지 않아(물량잠김) 제강사의 재고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제강사들은‘적정한 철스크랩 재고량 확보’와‘철스크랩 기준가격 안정화’를 달성하기 위해 상시 가격공조 및 정보공유의 유인이 매우 컸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담합을 통해  ‘철스크랩 기준가격 안정화’에 우선 순위를 뒀다. 중ㆍ소형 제강사의 경우 ‘적정한 철스크랩 재고량 확보’에 우선 순위를 두고 담합에 개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정조치에 대한 의결서를 이미 보냈다. 일부 공시가 나오는 상황이라 행정제재는 발표했다. 고발은 더 신중하게 가려봐야 한다"면서 "다음달쯤 심의가 예정됐다. 조사과정에서 발생한 조사방해 등 행위에 대한 심의 결과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고철과 폐지를 줍는 노인의 수는 전국 약 175만 명으로 추정된다. 수거 과정에서 업체가 맡지 않은 주택가나 사업장의 빈틈은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이 채우고 있다.  2020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812만명(전체의 15.7%)이다. OECD가입 국가 중 2위이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8%이다. 

철스크랩 담합에 대해 고철업체의 한 관계자는 "담합의 최종 피해자는 쓰레기를 줍는 노인이다. 고철 유통은 수거→ 수집상→중상→납품상(구좌업체)→제강사로 이어진다. 고철 유통의 최하위 단계는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대기업들의 고철가격 담합이 결국 노인들에 피땀을 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정당한 가격을 주고 물건을 매입하는 것이 바로 공정이다. 지난해 정의선 회장이 취임했다. 정 회장 체제에서는 공정경제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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