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터뷰] '베르나르다알바' 황한나 "올해 목표? 좋은일로 실검 1위"
[한증막터뷰] '베르나르다알바' 황한나 "올해 목표? 좋은일로 실검 1위"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늦는건 나쁜게 아냐, 기회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고 싶어"
"그리고 누군가 뒤처진다면, 먼저 다가가 위로 건네줄 수 있는 사람 되고파"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그리고 막달레나, 황한나

앞서 진행된 인터뷰, [한증막터뷰] '베르나르다알바' 황한나, "내 이름 기억하게 만들고 싶어" 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과 작사, 음악을 맡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작품은 남편을 잃고 집안의 권력자가 된 베르나르다 알바와 고압적인 그녀에게 맞서는 다섯 딸들의 이야기다.

작품은 1930년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농가를 배경으로 극 제목과 동명의 인물 베르나르다 알바가 자신의 남편 안토니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을 치르고 집에 돌아온 알바는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는 동안 그녀의 다섯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본능, 질투가 하나둘 터져 나오게 되는데...

본지는 본 공연에 앞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둘째 딸 막달레나 역을 맡은 황한나 배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다고 말하는 그와의 인터뷰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말한다. 

해당 인터뷰는 지난 12월 중순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맞춰 공연장 내 일부 장소에서 안전 수칙에 맞춰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으며, 사진의 경우 야외에서 촬영 당시에만 마스크를 벗고 찍었음을 전한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김성수 음악감독이 칭찬을 했다고 들었다.

황한나 : 제가 목소리가 커서 공간을 채운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이 작품에서 막달레나가 부르는 곡이 정말 쉽지가 않아요. 반주도 없고, 정말 소리로만 이 공간을 다 채워나가야 하거든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반주도 없어서 음악 감독님이 유일하게 편하게 관전할 수 있는 장면이 있어요. 막 어떤 상황이 진행되다가도 막달레나가 나오면 무반주가 돼서 제가 오롯이 채워나가야 하죠. 차라리 제 이야기를 했으면 좀 더 편했을 텐데 그건 또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김성수 음악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노동요를 부르는데 제가 있으면 완성이 된다고요. 그래서 정말 더 열심히 작품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보이더라고요. 이 넘버가 가지고 있는 게 우리 작품, <베르나르다 알바>의 주제처럼 들리고, 중심이 될 수 있다라고요. 척추뼈가 되는 넘버라서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Q. 확실히 막달레나가 등장하면 정리가 되거나 환기되는 느낌들이 있었던 것 같다. 

황한나 : 저도 몰랐는데 제 위주로만 봐서, 연습을 하면서 느낀 게 막달레나의 대사랑 넘버큐가 엄청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델라가 "나 이렇게 나갈 거야"하고 있으면 뒤에서 "내 고통은..."하면서 치고 들어와요. 정말 하면 할수록 모든 넘버들이 많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Q. 최근 꽂힌 대사가 있을까 

황한나 : 앞서 말했던 부분들과 이어지지 않나 싶어요. 개인적으로 스스로에게 하는 대사는 많이 없거든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 이야기에 많이 답하거나 끼어드는 편이죠. 뭐라고 하면 "많이 하기는 해" "그게 맞잖아" "그게 맞는 거 아냐?"라며, 전형적인 B형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어요.(웃음)  

Q. 두 명의 어머니를 만나게 됐는데, 어떤가 두 사람은 

황한나 : 일단 다들 비슷할 것 같은데, 정영주 선배님이 연기하는 베르나르다 알바는 첫 장면에서 말을 다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딱 무대에 등장하면 그냥 다들 기에 밀려서 어디에 앉아야 하거든요. 사실 막달레나가 어디에도 고개를 안 숙이는 캐릭터인데 그냥 고개를 숙이게 만들어요. 그리고 소정 선배님이 연기하는 베르나르다 알바는 뭔가 더 고독스러운 느낌을 받고 있어요. "왜 진짜 저렇게까지 해야 돼? 저게 뭐라고 대체" "그렇게까지 해야겠니, 그렇게 아파 보이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고독한 느낌의 베르나르다 알바입니다. 추가로 영주 선배님은 대나무처럼 올곧이 서 있는 느낌이라면 소정 선배는 올곧아 있지만 녹아내릴까 걱정이 되는 느낌이에요. 너무 다른 이미지라서 보는 재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과 본능 그리고 비극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황한나 : 사실 작품 속에서 막달레나는 커다란 욕망이 없는 인물이거든요. 그런데 실제 저는 욕망 덩어리입니다. 그래서 이런 주제를 두면 서로 부딪히는 것 같아요. 저는 에너지가 넘치고, 사람한테 관심이 많고 항상 뭔가 열 내고 있는 성격이라서 아델라랑 가깝거든요. 그런데 막달레나는 시크하고, 남한테 관심이 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주변에 많이 물어봤었던 것 같아요. 영미 선배님이 팁을 조금 주셨었거든요. "내가 막달레나면 이럴 것 같아"라면서 말씀해 주신 접근 방법들이 제가 그리고 있는 막달레나의 성격이나 서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많이 됐었어요. 막달레나가 가지고 있는 욕망은 누군가는 '내버려 둬'라고 하거든요. 자기 혼자 왕따를 시키고 어딘가에 섞이려고 하지 않는 모습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막달레나가 가지고 있는 욕망은 자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자유에도 여러 느낌의 자유가 있는데 아델라는 이 집안에서 뛰쳐나가고 싶기에 자유를 갈구하고, 앙구스티아스는 페페와 결혼하는 자유를 꿈꾸죠. 막달레나는 자기를 그냥 내버려 두 길 바라고 있을 것 같았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이 작품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나 

황한나 :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가 사랑을 받았던 건 10명의 여자 배우들이 여자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한다는 거였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동안 많은 작품들에서 여자들은 소모품처럼 다뤄져 왔던 것 같아요. 이 단어가 조금 무섭지만, 사랑의 매개체로서 많이 표현되어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 이후로 물론 그전에도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이 많았지만, 이 작품이 올라가고 나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작품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 작품이,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가 꺾이지 않고, 그 중심 안에서 굳건히 서서 다른 이야기들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고 있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2020년, 나를 자평해보자면 

황한나 : 내가 나한테 점수를 매긴다?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음, 사실 전 저한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또 박한 점수는 줄 수 없으니까 90점을 주겠습니다. 너무 높나요?(웃음) 90점 정도를 주고, 10점은 아쉽게도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의 10점을 남기고 싶어요. 90점의 이유는 내가 나답게 사는 게 어떤 건지 배울 수 있었던 한 해 였었기 때문에 그 점수를 줬습니다. 제가 정말 앞에서 보이지 않은 여러 갈레의 성장을 할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는 100점이라고 꼭 이야기하고 싶네요.(웃음) 

Q. 그렇다면, 2021년의 목표는? 

황한나 : 저는 인생의 목표를 중기, 장기로 보거든요. 한 해 목표를 정할 때 섣부르게 다작을 하겠다고 목표를 정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올해 목표는 '좋은 일로 실검 1위'를 하겠습니다. 너무 큰 꿈일까요?(웃음)  

Q. 인생의 좌우명, 혹은 롤 모델이 있을까 

황한나 : 사실 제가 항상 늦어요. 뮤지컬 입봉도 늦었고, 대학도 4수를 했었죠. 뮤지컬을 시작하고 배역을 맡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런데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하느님이 그만큼 저를 많이 숙성시켜주신 게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더 단단해져야 해, 더 익어야해라고요. 요즘에 들어서야 이게 뭔지 알 것 같더라고요. 마음에 태도가 중요했었던 것 같아요. 올해 이만큼 했네, 그럼 내년에는 더 해보면 어떨까. 내년에 더 잘했네, 그럼 더 해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상황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의 태도가 변했어요. 이젠 한 해, 한 해가 다 기대되거든요. 그냥 때를 잘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제나. 이번 작품을 같이 하게 된 려원 배우도 2013년 뮤지컬 <셜록 홈즈>를 같이 했었거든요. 이번에 같이 무대를 하게 돼서 정말 기쁘고 좋았어요. 려원 배우도 소극장부터 정말 많은 작품들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아왔고, 저 또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작품을 하다가 이렇게 만나게 됐거든요. 저는 저보다 앞서나가는 친구에 대해서 박수를 쳐줄 수 있어요. 사람마다 시간이 다 다르잖아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저는 주위를 잘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좋은 일이 저에게 다가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게, 그리고 누군가가 뒤처지고 있다면 그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살고 있고요.(웃음)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1년 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한나 : "참 감사한 한 해였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느낌이 좋거든요. 코로나19가 계속되겠지만, 올해는 저한테 엄청 큰 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작을 <베르나르다 알바>와 함께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기대가 되는 해는 처음인 것 같아요. 연습을 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 줄 정도랄까요. "내가 집에서 연습하고 오다니, 기특해"라고요. 저 스스로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니 2020년, 그리고 2021년은 저한테 정말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이 한마디를 더하고 싶어요. "그런 만큼 더 많이 나눌 수 있으면 나누고, 베풀고 살자. 지금이랑 똑같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