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터뷰] '베르나르다알바' 황한나, "내 이름 기억하게 만들고 싶어"
[한증막터뷰] '베르나르다알바' 황한나, "내 이름 기억하게 만들고 싶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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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9년차 뮤지컬 배우 황한나와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도전 아닌 도전, '뮤지컬 배우 황한나'를 각인 시키고 싶다고 말하는 그와의 인터뷰

창작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가 새로운 제작진, 초연 배우 그리고 새롭게 참여한 배우들과 함께 2년 만에 돌아왔다. 재연 작품의 제작과 홍보를 맡은 ㈜브이 컴퍼니는 지난 7월 공개 오디션을 바탕으로 최종 명단을 확정 짓고 11월 발표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과 작사, 음악을 맡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작품은 남편을 잃고 집안의 권력자가 된 베르나르다 알바와 고압적인 그녀에게 맞서는 다섯 딸들의 이야기다.

작품은 1930년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농가를 배경으로 극 제목과 동명의 인물 베르나르다 알바가 자신의 남편 안토니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을 치르고 집에 돌아온 알바는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는 동안 그녀의 다섯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본능, 질투가 하나둘 터져 나오게 된다.

본지는 본 공연에 앞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둘째 딸 막달레나 역을 맡은 황한나 배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다고 말하는 그와의 인터뷰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말한다. 

해당 인터뷰는 지난 12월 중순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맞춰 공연장 내 일부 장소에서 안전 수칙에 맞춰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으며, 사진의 경우 야외에서 촬영 당시에만 마스크를 벗고 찍었음을 전한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반갑다.  

황한나 :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을 하고 있는 황한나입니다. 

Q. <베르나르다 알바>, 어떻게 알게 됐고 참여까지 하게 됐을까 

황한나 : 초연 때 올라간다는 말은 들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죠. 나중에 알게 됐는데 주변에서 저를 추천해 주셨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참여는 하지 못했습니다.(웃음) 공연이요? 못 봤어요. 매진이라서 자리가 없었거든요. 재연 소식이 들렸을 때 추천도 있었고 저도 지원을 할 수 있어서 오디션을 볼 수 있었습니다.  

Q. 첫 리딩에 참여했을 때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황한나 : 맞아요. 진짜 많이 떨었던 것 같아요. 다른 기억은 없고, 오랜만에 느꼈던 긴장감에 저 스스로에게 '열심히 잘 해야겠다'라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좋은 자극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정말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던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엄청 떨었던 기억이 나요. 

Q. 맡은 배역에 대해서 소개를 해보자면 

황한나 : 일단 막달레나는 안토니오의 딸이자 다섯 자매들의 둘째 딸입니다. 다섯 딸들 중에서는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딸이죠.  실제로 제가 장녀이기도 해서 공통분모가 맞았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캐릭터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장녀로서 동생들을 대하거나 부모님을 바라보는 시점과 작품 속 인물이 주변 인물들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접근이 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면에 있어서 다른 딸들보다 자신을 예뻐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라서 어쩌면 다른 인물보다 더 시크해진 인물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초연해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막달레나의 이름이 막달레 마이라에서 나온 이름이고, 이 이름에 해탈 혹은 회개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바른 말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 때문에 성격이 달라졌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부분들이 작품 속에서도 보여지고 있죠. 사실 원래 밝은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면 많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Q. 연습 중 어려운 점은?

황한나 : 어렵기보다는 재밌었던 것 같아요. 플라멩코 연습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것 또한 재밌었죠. 충분한 테이블 워크 이후에 씬 연습을 하고 있는데 매번 다른 것 같아요. 연습을 하고 배우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 이렇게 접근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정말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같았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서로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고 대화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묵살되지 않는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Q. 플라멩코 춤은 어렵지 않았나

황한나 : 어려워요.(웃음) 팔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안무 선생님한테 '댄싱 킹이 될 거다"라고 말하니까 이제는 제 눈을 피하고 있을 정도랄까요. 열정 뿜뿜의 단계입니다. 예전에 <보이첵>이라는 작품의 앙상블을 하면서 살짝 경험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다 못 이뤘던 꿈을 이번 작품을 통해서 이루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영혼을 갈아 넣으려고요.(웃음)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그러고 보니 <위 윌 락유> 작품 이후 텀이 길었던 것 같다. 방송에서 얼굴을 봤었던 것 같은데 

황한나 : <위 윌 락유>라는 작품이 연초까지 하는 거였었는데 엎어졌었죠. 오디션은 계속 봤었는데 인연이 없었어요. 뭘 해도 안되는 해였었던 것 같아요. 쉬면서 추천을 받아서 게임 방송을 할 수 있었고, 방송을 하면서 저 스스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그동안 <메피스토>나 <드라큘라>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는 다크 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전 굉장히 밝습니다. 

Q. 작품 속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  

황한나 : 사실 막달레나는 모든 인물에게 크게 관심이 없어요. 아델라는 순리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두고 있는 인물인 것 같고, 아무래도 '조심'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인물은 엄마이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다 무서워하는 인물이거든요. 그리고 반대로 가깝게 생각하는 인물은 할머니가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보더라도 할머니가 가장 그리울 것 같거든요. 막달레나의 대사를 보면서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바다에 갈 거라고 했을 때 막달레나는 저 스스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죠.  

Q.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 

황한나 : 일단 제 기억들을 되돌아봤던 것 같아요. 2011년도에 사랑하는 막냇동생을 먼저 하늘로 보내고 나서 2년간의 기억이 없었거든요. 그때 마음을 다잡게 해준 일이 뮤지컬이었어요. 28살에 소극장 공연을 시작했고, 29살에 정식으로 대극장에 입봉했었어요. 뮤지컬 경력은 8년 차인데, 엄청 늦게 시작했었죠. 그전까지는 사실 뮤지컬을 몰랐었어요. 상실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무언가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그때의 기억들을 다시 찾았던 것 같아요. 저와 동생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요. 아버지가 바운더리가 돼주셨던 걸 깨달았어요. 

극 중에서 어머니 베르나르다의 대사 중에 "이제 도망가 숨을 아빠도 없지"라는 말이 있거든요. 작품 속에서 아버지라는 인물이 어느 정도 우리를 이해하고 흐름을 깨줬을 거라 느꼈어요.  그런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막달레나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해서 결혼 안 하겠다고 이야기하죠. 개인적인 상실의 고통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참고한 작품 같은 경우에는 <작은 아씨들>이었어요. 가장 가깝지만 남 같은 자매들의 팽팽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황한나 : 사실 황한나라는 배우를 많이 모르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저만의 색을 구축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8년차 이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작품에 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기회를 통해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통해서 저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을 보고 "황한나라는 배우가 있었네" "이 배우가 이런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고,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작품과 관련해서 개인적인 목표로는 여성들이 억압 속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는 모습이 다 다르잖아요. 이 작품에서는 그 모습들을 다 다루고 있어서 누구를 투영해서 작품을 바라 보냐에 따라서 색다른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해탈한 막달레나의 시각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뜨거운 아델라, 빨리 도망치고 싶은 앙구스티아스, 아픈 마르티리오 등이 있습니다. 극 중에 모든 인물이 각자 자기의 삶을 살고 있고, 캐릭터가 분명하다 보니 각 캐릭터만의 관점에서 공연을 바라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각 캐릭터들이 투쟁하는 모습에서 위안을 받아 가겼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연습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황한나 :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연습하고 있거든요. 여고 같은 분위기랄까요. 사실 뭔가 큰 사건사고가 없고 지금 기억나는 건 장갑을 오래 끼고 있어서 벗을 때 손에서 냄새가 나는 거 정도랄까요. 그냥 모든 순간이 재밌는 것 같아요. 서로 장난도 치고, 연습할 때는 정말 열정적으로 하고, 또 격려해 주고 이런 순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굉장히 분위기가 좋습니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넘버나 이 작품에서 빠져선 안되는 장면이 있다면 

황한나 : 막달레나의 넘버랑 장면이 아닐까요?(웃음) 사실 중요한 장면은 아니지만 '개인적'이라고 물어보셨으니까요.(웃음) 사실 막달레나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런 부분이 저랑 캐릭터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지만요. 저도 상실에 아픔이 있었을 때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었거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막달레나가 자기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노동요는 또 불어요. 공부를 해보니 그 가사 안에 철학이 담겨 있더라고요. 이 노동요 안에 우리 작품 <베르나르다 알바>의 정서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넘버를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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