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터뷰] '미드나잇' 최연우 "캐릭터의 목표성, 잊지 않으려 노력해"
[한증막터뷰] '미드나잇' 최연우 "캐릭터의 목표성, 잊지 않으려 노력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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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역은 '가족'이란 울타리가 가지고 있는 안정감이 무너지고, 외면했던 욕망을 하나둘 표출하는 인물
외면하고 있던 욕망 마주하는 순간, 작품의 방향성도 급변하게 돼

 

인터뷰의 형식과 틀을 파괴했다. 지금까지 인터뷰는 틀을 짜인 형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의 [한증막터뷰]는 배우의 성장과 성공 과정을 추리적 기법으로 막 나가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한다.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비대면 방식과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지켜가며 진행하고 있다. 형식과 틀을 파괴하는 인터뷰인 만큼 기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포함되어 있다. 기자의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강화하는 측면이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해 개막한 뮤지컬 <미드나잇>에 '우면' 역으로 캐스팅돼 무대에 오른 최연우 배우다. 이와 관련해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고,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뮤지컬 배우 최연우는 앞서 지난 2019년 뮤지컬 <아랑가>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아랑' 역을 맡은 그와 첫 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후 <사의 차니> <이토록 보통의> 작품에 올랐고, 지난해 뮤지컬 <미스트> 나혜인 역을 맡은 그를 볼 수 있었다. 최연우 배우는 이후 2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미드나잇>에 캐스팅돼 최연우 만의 '우먼' 역을 만들어 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 동료 배우 고성호화 신지국과 함께 <세친구 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해당 인터뷰는 코로나 방역단계에 맞추어 방역수칙에 의거해 서면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아 진행했다. 

사진 ⓒ 모먼트메이커
사진 ⓒ 모먼트메이커

 

Q.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최연우 : 안녕하세요. 최연우입니다!  
    
Q. 미드나잇 재연부터 사연까지 참여하게 됐다. 재연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고, 사연까지 오게 된 계기가 있을까  

최연우 : <미드나잇 : 앤틀러스> 공연이 무대에 올라간 건 알고 있었어요.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으로 무대에 올릴 때 처음 대본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선 이걸 어떻게 무대화했을까 싶어서 끌렸던 것 같아요. 혼자 상상을 해봤는데, 이 생각 저 생각 해보면서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Q. 이 작품에 어떤 매력이 있나.  

최연우 : 매력 넘치지 않나요?(웃음) 이 작품은 무대 안에 집이라는 또 다른 무대가 존재합니다. 액터 뮤지션과 비지터만이 그 두 곳을 지켜보고 넘나들며 극을 진행하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에게까지 연결성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까지 액터 뮤지션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극에 완벽하게 들어오지는 않지만, 방관자 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재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재연 리딩과 올해 참여했을 때 리딩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부분들의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최연우 :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 초연 상견례 날, 리딩을 처음 했을 때 그 어색함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맨과 우먼 그리고 비지터도 더블 캐스팅이었고, 액터 뮤지션들도 원 캐스팅이라 도란도란한 느낌이었어요. 신기했었죠. 설렘 반, 걱정 반이었던 것 같아요. 연습 기간이 길지 않은데 지금까지 해 온 공연들이랑은 많은 부분들이 다른 작품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20년 봄에 공연을 만났을 때는 더 재미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겨울을 앞두고 다시 만났을 때는 이전에 하지 않았던 걱정들이 다시 생겼죠. 아마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작품을 하면 할수록 쌓아가는 것도 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쌓인 만큼 두렵거나 부담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어떤가.  

최연우 : 부담감이 느껴지는 캐릭터가 있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캐릭터가 있어요. 일단 개인적으로 하면 할수록 마음 편한 캐릭터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맡은 역할인데, 공연이 주는 안정감이 있어서 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우리 작품 <미드나잇>에서의 우먼은 처음엔 '잘 해내자!' 였고, 두 번째는 '재미있게 하자' 였고, 세 번째는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작품에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 캐릭터만 생각하다 보면 때로는 공연의 큰 틀에서 벗어나게 될 때가 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이번에는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정말 ‘기본’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Q. 이어서 '우먼'은 어떤 인물인가?  

최연우 :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솔직하게는 너무 끔찍하고 무섭게 여겨졌거든요. 연습하고 대본을 보고, 또 연출부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 사람의 삶에 대한 나름의 길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우먼에게 어떤 것들이 영향을 주었는지 둘러볼 수 있었어요. 오리지널팀에서 이들의 외향적인 자세에 대해 지켜달라고 한 것, 우먼이 군에서 일을 했다는 것, 아빠의 생사에 대해서 우먼만이 알고 있고, 4에서 5년간의 결혼 생활, 아이가 없는 이유 등이 우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우먼에게 가장 큰 존재는 '아빠' 였고, 시대적 상황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먼이라는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의 과정'을 어떻게 선택하고 보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지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잊어선 안 되는 것은 '액터 뮤지션'과 '비지터'였어요. 이들이 늘 함께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됐죠. 이 점이 <미드나잇>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강한 특색이 아닐까 싶어요.  
    
결론적으로 저는 아빠와 함께했던 시간 이후로 살아남기 위한, 나만을 위한 삶을 사는 '우먼'을 택했어요.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것처럼 정신적 결함에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우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콧대 높은 기득권자였던, 여전히 자존심이 강하고 철저하게 계획된 여자를 만들려고 생각해 보니 나름의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삶이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과 비지터로 인해 느껴지는 공포와 굴욕, 그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됐죠.  

사진 ⓒ 모먼트메이커
사진 ⓒ 모먼트메이커

    
Q. 작품 속 인물들 각자 어떠한 욕망 혹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우먼이라는 인물은 어떤 걸 숨기고 있고 혹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나  

최연우 : 우먼은 어릴 때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도 철저하게 교육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집이 몰락하고, 그 이후에 맨을 만나 결혼을 하죠. 그리고 4에서 5년간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목적하에 나름의 행복한 나날을 보내요.  

극이 시작됐을 때 이미 이들에겐 비밀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에서 시작하죠. 초반에 맨과 우먼은 서로를 걱정하고, 사랑을 얘기하지만 정작 떨어져서 이야기하거든요. 사람이 숨기는 것이 많으면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맨과 함께 살아오면서 안정감을 추구했기에, 이것이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외면했던 욕망들이 표출되기 시작하고 그것을 비지터가 터트려요. 만약 비지터가 없었다고 해도 두 사람은 어느 순간이 지나면 파탄이 났을 거라 생각합니다.  
    
Q. 캐릭터가 심약한 아내에서 점차 변하게 된다. 그럼에도 캐릭터를 이야기하려면 중점을 잡으려 하는 부분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최연우 : 이 부분이 우먼으로서 제일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고,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데 큰 영향을 준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나도 몰랐던 나’ 가 아니라 점차 변화하는 것, 그래서 그 시발점을 어디에 둘 것이냐를 고민했죠. 그러다가 결국 행동과 성격, 삶 자체까지 가게 되더라고요.  

매번 캐릭터에 대해 고민할 때 그 인물의 삶이 최대치의 노력을 했는가, 혹시 그 과정이 어리석진 않았을지, 실수일지 악의적일지,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하는 것들을 살펴보거든요.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에, ‘그래 너의 선택이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너에겐 최선이었겠지’라고 되뇌곤 해요.  

처음 물어보셨던 중점을 둔 부분이라면, 언제나 캐릭터의 목표성을 잊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건 적극적일 때도, 방관적일 때도 있고 다양하거든요. 그 결과는 언제나 극의 끝에 가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힘든 점이 있다면?   

최연우 : 저는 너무 재미있게 임하고 있습니다. 힘든 부분, 어려운 부분들은 다 지나고 이제는 조금 자유롭게 느껴지고 있거든요.   
    
Q. 최근에 가장 꽂힌 대사나 가사가 있다면   

최연우 : 개인적으로는 ‘자유롭게 살아’라는 넘버를 좋아합니다. <미드나잇>에서 유일하게 행복의 정점을 찍는 장면인데, 무대 위에서도 정말로 신이 납니다.  

사진 ⓒ 모먼트메이커
사진 ⓒ 모먼트메이커

    
Q. 이어지는 질문이다. 우리 작품에서 빠지면 안 되는 장면 혹은 넘버는? 

최연우 : 빠지면 안 되는 장면은 변호사 부부와 함께 하는 디너파티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많이 생략됐지만 변호사 부부를 대하는 맨과 우먼의 태도에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맨에게 캐릭터적으로 의문점을 둘 수 있는 부분이라 그 장면 좋아합니다.  
    
Q. 연습 혹은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최연우 : 방금 말한 변호사 부부 장면 중, 변호사 부인이 “자 그럼 우리 건배할까요?”라는 대사가 있거든요. 그런데 선영 배우가 연습 중 우아하게 와인잔을 들고 “그럼 우리 짠할까요?”라고 말했던 적이 있어요. 순간 연습실에 있는 모두가 웃음이 터져 유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하고 있는, (현재는 잠시 멈추었지만) 배우로서,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면 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얻고 갔으면 좋을까.   

최연우 : 과연 이 공연의 메시지가 어떤 것이라고 정할 수 있을까 싶어요. 관객으로 또는 액터 뮤지션으로 이 공연을 본다면, 모두가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습니다.  

Q. 올 한 해 나를 자평해보자면, 2020년 몇 점짜리 한 해를 보냈나   

최연우 : 올 한 해는 참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많이 배운 해였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 동료들, 소중한 사람들, 가족들 모두에게서 따뜻함을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올해는 내가 그런 사람이 꼭 되고 싶습니다.  
    
Q. 코로나가 끝나면 가보고 싶은 곳 혹은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추가로 2021년 목표가 있을까.  

최연우 : 가보고 싶은 곳은 ‘니스’. 2021년에는 ‘열 일(열심히 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안전하길, 모든 상황이 빠르게 안정되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1년 후, 21년 12월 어느 날 즈음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연우 : "매년 12월에 한 해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뿌듯함이 넘칠 수도 있지만, 후회는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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