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32화- 잤느냐가 문제는 아이다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32화- 잤느냐가 문제는 아이다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1.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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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지가 나한테 팔짱을 살짝 꼈다.
“어디로 갈까? 어디 조용하고...”
“제가 가볼 데가 있는데,,, 같이 가요. 잼 있어요.”
한영지가 나를 그랜드 카니발에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옆으로 슬쩍슬쩍 한영지의 얼굴을 보았다.
뽀얗고 싱그러운 볼이 정말 매력이 있었다.
적당하게 부푼 가슴도 매혹덩어리로 느껴졌다.
“어디로 가는 거지?”
“옆 골목 주차장에 가요.”
차가 사설 주차장에 섰다.
“저기예요.”
한영지가 가리킨 곳은 커피숍이었다.
건물 모퉁이에 있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가게였다.
“들어와요. 선생님.”
안으로 들어간 한영지는 구석에 있는 한 테이블 앞으로 갔다.
책이 몇 권 쌓인 낡은 테이블 앞에 나무 걸상 두 개가 있었다.
“선생님 앉으세요.”
거기는 커피숍 안에 있는 사주 방이었다.
“어서 오세요. 커플이시군요.”
테이블 너머에 두툼한 안경을 쓰고 머리를 산발 한 것 같은 눈썹 없는 여자가 말했다.
커플이라는 말에 나는 깜짝 놀라 얼굴이 뜨거워지려고 했다.
그러나 한지영은 태연하게 미소만 지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 될 것 같아요?”
“여기는 남녀 인생사만 의논 하는 곳인 줄 모르셨나? 사업 이야기는 딴 데 가서 알아보아요.”
사주녀는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남녀에 관한 거예요. 남자가 바람 피워 여자가 화난 일인데...”
한영지는 뮤지컬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사주 녀는 내 얼굴을 한참 드려다 보았다. 
나는 쑥스러워 얼굴을 돌렸다.
“이 남자, 다른 애인이 있는데, 어제 밤에도 같이 잔 여자 있어.”
사주녀가 한영지를 보고 고자질 하듯이 말했다.
뭐야?
나는 얼굴이 화끈해졌다.
어제 밤, 한영지의 몸매를 떠 올리면서 아내 엄정현과 잠자리를 했으니 거짓말은 아니지만, 이 무슨 망신이가..
사주 녀가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
한영지는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당황한 표정을 읽었는지 황급히 다른 질문을 했다.
“나한테 다른 남자가 있거든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사주녀는 사태가 잘 못 된 것을 알아차렸다.
“곧 떨어질 테니 걱정 안 해도 돼!”
“예 고맙습니다.”
한영지는 5만 원짜리 두 장을 사주 녀 앞에 내밀고는 내 팔짱을 끼고 일어서서 다른 자리로 갔다.
우리는 까페라떼 두 잔을 시켰다.
“우리가 커플로 보이는 모양이지?”
내 말에 한영지는 웃으며 대답했다.
“기분 나쁘셨어요? 난 기분 좋았는데.”
“영지 씨 뮤지컬 첫날 가서 꼭 볼 거야. 맨 앞자리에 앉아서.”
“고마워요. 선생님. 든든한 후견인 생겼네요. 한 달만 기다려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한영지가 입을 열었다.
커피 잔을 든 손 모양도 예뻤다.
“언니 일은 더 진전 된 게 없나요?”
“아직 확실한 단서는 아무 것도 없어.”
“요즘은 웬만한 일은 CCTV 검색으로 다 알아내던데...”
“CCTV도 모바일 통화 내용도 분석 해 보았지만 뚜렷한 단서는 없어. 다만 언니 통화 기록 중에 떠오른 권익선이나 유성우라는 남자들이 무슨 관련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두 사람은 서로 원수처럼 지낼 걸요.”
“그래? 왜 그렇게 되었지.”
“언니는 두 사람, 아니 오민준씨 까지 세 남자를 모두 좋아했어요.”
“그 중에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면 유성우씨를 조금 더 마음이 기울어졌다고 볼 수도 있었어요.”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는데?”
“잤는지 어쨌는지는 잘 몰라요. 그게 뭐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요.”
“남녀가 잤느냐, 안 잤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나는 한영지의 정조 관에 약간 놀라기는 했으나 따지고 보면 그게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서로 필요한 숙제를 해결 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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