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듀엣' 박영수, "사랑에 대한 호기심 풀어주는 공연"
[인터뷰] '듀엣' 박영수, "사랑에 대한 호기심 풀어주는 공연"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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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에서도 공연 할 수 있음에 감사"
"이 가운데 공연장을 찾아주는 관객들 모두에게도 감사하다 전하고파"
뮤지컬 '듀엣' 그리고 뮤지컬배우 박영수

뮤지컬 대한민국 로맨틱 코미디 흥행을 불러일으켰던 뮤지컬 이 13년 만에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듀엣>은 사랑과 이별, 다툼과 화해 그리고 동정과 연민까지, 남녀 간의 정신없는 밀당으로 펼쳐지는 사건들을 담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개막해 공연을 이어오고 있던 뮤지컬 <듀엣>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인해 지난 12월 5일부터 27일까지 잠정 중단을 결정한 상태다.  

<듀엣>은 오스카상 수상 경력에 빛나는 성공한 작곡가 ‘버논 거쉬’와 통통 튀는 매력과 밝은 모습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능력 있는 신인 작사가 ‘소냐 왈스크’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로 뮤지컬 배우 박건형과 박영수, 문진아, 제이민 등이 캐스팅됐다.  

본지는 작곡가 '버논 거쉬' 역을 맡은 박영수 배우와 만나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해당 인터뷰에는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격상 이전에 진행된 인터뷰임을 미리 밝힌다.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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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갑다.  

박영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뮤지컬 <듀엣>에 출연 중인 배우 박영수입니다. 

Q. 이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최근에 올라갔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작품인 것 같은데 

박영수 : 맞아요. 일단 이 작품은 올해 여름에 연락을 받았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참여한 이유는 일단 최근에 올라갔던 작품들 중에서 이 작품처럼 호흡이 길었던 작품이 없었거든요. 연극이야 이런 작품들이 많지만 뮤지컬에선 드물어요. 처음 대본을 받아봤을 때도 뮤지컬보다는 연극 대본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어요. 일단 두 배우가 모든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작품이 오랜만이었고, 창작 작품과는 다르게 라이선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가 덜하거든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과 현실이 또 다르더라고요.(웃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던 작품이었어요.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많이 집중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인물이 어떠한 되게 많은 결핍을 가지고 있고, 혼자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그전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마다 다음 장면을 해결하기 위해서 피치를 올렸었거든요. 그런데 연출님께서 공연 올라가기 전부터 공연이 올라가서도 계속 모니터링을 해주시면서 여러 노트를 해주셔서 점점 그런 인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가 그런 인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이 인물에 대해서 다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잔잔했던 호숫가에 자그마한 돌 하나하나가 커다란 파동을 이루는 것만 같은, 나비 효과 같은 느낌을 받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들에서 맡았던 인물이 어떠한 시대적으로나 인물적 특성이 강했다면 이 공연에서의 주인공 버논이란 인물은 자신의 중심은 있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정말 만나보지도 못했던 인물을 만남으로써 인생이 흔들리고 맨 끝에 가서는 정말 매료가 되는데 이게 매력적이더라고요. 처음에 버논이 "뭐 이런 친구가 다 있지?라고 말을 하는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키듯 소냐에게 매료되고 조금씩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죠. 그래서 마지막에 이렇게 말해요. "나 당신한테 홀딱 빠졌나 봐"라고요. 나비효과처럼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여정을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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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앙상블이 없으면 안 되는 공연 같다.

박영수 : 잘 아시겠지만, 다들 정말 베테랑 배우거든요. 조금 웃음이 나는 건 남자배우 팀 막내가 저보다 한 살 어려요. 그 친구도 처음에 공연을 한다고 했었을 때 자기가 막내일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동생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어디 가도 막내가 아닌 나이잖아요.(웃음) 그만큼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 함께 하고 있어서 흥이 안 나려야 안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을 하는 게 정말 즐겁고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힘든 만큼 기억에 많이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은 노래도 노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대사량도 어마어마한 것 같다.  

박영수 : 다행히 공연 중에는 큰 문제가 생겼던 적이 없습니다. 사실 되게 많이 우려했었던 부분 중에 하나였는데 왜냐하면 이 노래로 모든 것들을 푸는 것과 대사로 풀어내는 건 너무 다르거든요. 노래는 리듬과 음정이 정해진 형식에 있다면 대사는 그날그날 컨디션과 감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요. 그래서 지금 대사도 대본의 기본적인 폼이 있다면, 큰 선은 똑같지만 날마다 감정에 따라서 조금씩 어미가 달라져요. 처음 연습을 시작했을 때 일단 대본을 외우는데 온 신경을 쏟았어요. 그래도 한 달 정도 걸리더라고요. 대사를 완전히 외우는데 온 힘을 쏟은 건 되게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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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긴 호흡을 가진 캐릭터였던 것 같다. 대사 이외에 어려웠던 점은 뭐가 있을까 

박영수 : 앞서 이야기를 했던 인물의 성격을 구축하는 거였어요. 처음 생각했던 버논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내성적인 인물인데다가 엄청 예민한 사람으로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유명한 작곡가와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관련 영상들을 많이 찾아봤던 것 같아요. 누군가 내 세계에 들어왔을 때 강력하게 튕겨내는 부분들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연습 과정에서 이 부분에서부터 많이 부딪히더라고요. 처음에는 예민한 친구가 어떤 상황과 반응에 대해서 바로바로 튕겨냈는데 연출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게 이 인물에 다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처음에 내가 큰 인물인 줄 알고 소냐를 바라봤었다면 후반부에 가서 소냐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가를 깨닫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 모습에 오히려 나보다 이 인물이 더 큰 그릇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더 큰 초라함도 느끼곤 하죠. 그래서 어려웠어요. 처음 생각했던 인물과 하면 할수록 알게 되는 인물에 간극이 있었거든요. 소냐라는 인물요? 왜 그녀가 큰 그릇을 가지고 있냐면, 이미 헤어져서 신경 쓸 가지도, 돌봐줄 필요도 없는 전 남자친구를 이해해 주고 끝까지 잘 마침표를 짓기 위해서 그를 잘 다듬어주거든요. 그런 모습에서 "아, 이 사람이 정말 큰 그릇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걸 뒤늦게 깨닫죠.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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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 작품에서 소냐와 버논의 심리적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게 노래와 대사로 이어지는 작품인 것 같았다. 감정선을 세밀하게 가져가기 위해서 잡아둔 기준점이 있을까 

박영수 : 일단 앞서 이야기했던 한국의 작곡가들에 대한 인터뷰나 영상들을 찾아봤어요. 그리고 이번 작품이 로맨틱 코미디인데, 이렇게 긴 텀을 가진 작품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극 중에 위트 있는 대사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이걸 하나하나 살리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 대본을 외우면서 원작의 느낌을 찾기 위해서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나 코미디 프로그램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우리나라 관객들이 느끼는 정서적 포인트랑 미국의 포인트가 조금 결이 다르더라고요. 어떤 부분들에선 정말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던지는 부분들도 있었고 그 간격을 줄이는데 집중했던 시간이 있어요.  

Q. 현실에 소냐라는 인물이 있다면? 

박영수 : 저는 너무 정신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사실 관객분들이 많이 생각하실 것 같은데, 소냐가 5년 동안 만났던 사람에 대해서 몇 개월이나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그렇게 헤어지고 있는 여자를 받아들이고 만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 과정을 해내고 있는 소냐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죠. 남녀의 관계가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오랜 기간 연인에서 친구로 변해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여자와, 그녀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이해하고 더 큰 사랑을 갖게 되는 이 남자. 둘 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시대 같은 느낌이 안 들어서 더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연출님과 이야기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결국은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거였죠. 그 믿음 하나로 굳게 다짐하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 작품 속 이야기를 두고 '저게 맞느냐'라고 물으신다면 맞다, 아니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이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누군가는 더 심한 경우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런 사랑의 이해도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을 해본다면 조금 더 우리 공연을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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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확실히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같은 이야기를 듣고있는 것 같다.

박영수 : 개인적으로 우리 공연에서 좋아하는 대사 중 하나가 "하루하고도 20분째 지각 중"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처음에 이런 대사를 하는 버논이라는 인물이 되게 날카롭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이 들거든요. 누군가에게는 하루에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 입장에서는 봐줄 수도 있는 그런 하루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물론 이해를 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그거거든요. 어떻게 바라보느냐요. 극단적으로 재미있는 작품일 수도 이해가 안 되는 작품일 수도 있죠. 이번 작품은 특이하게도 연출님이 계속 상주해 계셔요. 계속 상주해 주시면서 계속 공연 피드백을 해주시죠. 연출님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배우도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이게 저한테 좋은 쪽으로 영향이 가더라고요. 정말 디테일한 부분들 하나하나까지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많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저 스스로도 부족한 부분들을 찾을 수 있었고 가야대는 방향성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니까 공연에 대한 깊이가 깊어지고 즐겁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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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문진아 배우 / 사진 ⓒ 조나단 기자

 Q. 작품 속에서 버논이 소냐에 대해서 알아갔던 순간이 언제일까. 인식이 전환되는 시점이 있을 것 같은데 

박영수 : 저는 개인적으로 보통 사람들을 친해지려고 만난 다기보다는 조금은 일적으로 만나는 게 훨씬 많거든요.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 문을 열거나 친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뭐냐 하면 말이 통하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부분을 알게 되는 순간이에요. 하나를 예로 들자면 우리 작품에서 기타를 치는 분이 계신데 저랑 똑같이 시계를 좋아하더라고요. 주위 사람들은 하나도 이해를 못 하겠지만 저희 정말 어떤 시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계속 이야기했던 적이 있어요. 이렇듯 관심사가 맞으면 전 한없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에요.  

작품 속에서 소냐가 버논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이 있거든요. 바에서 자기 노래가 나왔을 때 자기가 작사한 노래가 나온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거기서 처음으로 서로가 어떤 친밀함을 느끼게 되죠. 정말 책임감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누구 못지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죠. 버논에게는 그 순간 뭔가 띵 하는 느낌이랄까요. 이 여자에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2막에서 녹음실 장면이 있거든요. 그때 버논은 처음으로 이 여자랑 헤어지거나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면 또 헤어지는 데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고,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는 거죠. 나도 레온이 아닐까 하고요. 그때 버논은 소냐를 더 괴롭힐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속을 정리하지 못했지만 깔끔하게 정리하고 마지막 선물 아닌 선물을 주고 떠나죠. 하지만 사실 버논은 그 감정을 끝내지 못하고 몇 개월 동안 생각하죠. 사실 이건 저희 나름대로 계산을 했던 부분인데, 일단 몇 개월 뒤라고 정했어요. 그래서 6개월 뒤에 다시 재회를 했을 때 버논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 봤죠. 지금은 그 장면에서 정말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어요.(웃음) 처음에는 잔잔했었는데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이 장면에서 대사를 하는데 마음을 떼리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별거 아니게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듯 툭툭툭 말을 주고받지만, 버논 스스로에게 인간으로서, 감정에 대해서 솔직해지고 성장해나가는 부분이지 않나 싶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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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로나19, 관객들과의 소통이 끊기게 됐는데 

박영수 : 맞아요. 그래서 정말 그리워요. 관객분들 그리고 저를 좋아하는 팬분들과 한 분 한 분 눈을 마주치고, 사인도 해드리고 싶은데 지금은 그럴 수 없잖아요. 지난 몇 년간 해와서 지칠 수도 있는 부분이었는데, 저는 그래도 평일엔 너무 늦어져서 주말에라도 공연이 끝나고 팬분들에게 인사를 드렸었거든요. 어떨 때는 이게 한 시간, 두 시간이 됐던 적도 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인스타 라이브도 해본 적이 있는데 이것도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소통이 쉽지 않아진 시대에 들어선 것 같아요. 그래도 계속해서 뭐라도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Q. 이 작품을 보고 어떤 메시지, 어떤 감정을 공유했으면 좋을까 

박영수 : 개인적으로 사랑, 사실 사랑은 너무 당연한 주제라 이야기를 안 해도 될 것 같기 때문에 호기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사람에 대한 호기심, 작품 속에서 버논은 왜 저런 소냐에게 "당신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라는 말을 던질 만큼 사랑을 할까라는 호기심. 이런 호기심이 중요한 것 같았어요. 사랑은 궁극적인 목표 지점이자 마침점이라고 한다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그 마침표를 찍기 위해 달려갈 수 있는 도로라고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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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형 배우와 박영수 배우 / 사진 ⓒ 조나단 기자

 

Q. 같은 역할을 맡은 박건형 배우와 전혀 다른 느낌의 버논인 것 같았다. 

박영수 : 정말 달라요. 너무 잘하시죠. 특히 극 중에서 소냐와 티키타카가 정말 중요한데 그걸 정말 기가 막히게 하시거든요. 그래서 형이 하는 연기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고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형이 가지고 있는 호흡이 있어서 정말 관객들을 홀리고 소냐도 홀리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첫 공연을 모니터링하고 나서 말했어요. "잽이 다 들어갔다"라고요.(웃음) 제가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고 있다면 건형 배우님은 스탠드 코미디를 하고 있는 느낌이지 않나 싶어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니까 건형 배우님은 "버논의 마음을 읽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너무 잘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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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박영수, 제이민, 문진아, 박건형 / 사진 ⓒ 조나단 기자

 

Q. 두 명의 소냐는 어떤 느낌일까 

박영수 : 정말 너무 다른 두 사람이죠. 개인적으로 문진아 배우 같은 경우에는 초연 브로드웨이 버전의 소냐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제이민 배우는 뭐랄까 저랑 결이 비슷한 부분들이 있거든요. 뒷부분에서 소냐가 저를 때리는 부분들이 있는데 좀 강하거든요. 그래서 뭔가 이게 개인적으로 눈물이 더 많이 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제이민 배우도 눈물이 많아요. 그래서 둘이 공연을 하고 무대 뒤로 들어갈 때마다 서로 "야 홍수 났다", "장마철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웃음) 두 배우 모두 너무 잘하고 너무 마음도 잘 맞고 재밌어서 정말 마음 놓고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박영수 :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이 말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제가, 박영수라는 사람이 하는 공연을 생각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니 그냥 제가 나오는 공연의 포스터를 몇 초 만이라도 바라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제가 전혀 유명하지도 않고, 그냥 하나의 공연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일을 하고 있는 곳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직접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특히 정말 힘든 시기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공연장을 찾지 못하신 분들이 더 많지만 저를 생각해 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올 한 해 나를 자평해 보자면?  

박영수 : 개인적으로 영화 <넘버 3>에 나오는 대사 중에 "51%"라고 말하는 부분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겨우 50%를 넘은 51% 이지 않을까 싶어요. 어렸을 때 뭔가 하나에 집중하면 밥도 안 먹고 문을 잠그고 그것에 집중할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 것처럼 남은 49%를 갈망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49%를 채우기 위해서 계속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1년 후, 40살이 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영수 : 계획했던게 있어요. 마흔 살이 되면 뭘 해볼까 생각해 봤었거든요. 그렇게 생각했던 게 있는데, 너무나도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저 스스로의 성격이 쉽게 깨부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그 경계를 조금씩 풀어내고 싶어요. 그래서 조금은 덜 예민해지고 싶고, 나 스스로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예술적은 부분을 채울 수도 있고 또 다른 취미를 찾아낼 수도 있겠죠. 그래서 마흔이 되었을 제가, 1년 후 제가 뭔가의 두려움, 어떤 벽에 부딪히기 싫어서 뒤로 빠지거나 옆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벽에 부딪혀보고 두려움을 이겨냈는지 물어보고 싶네요. 그게 지금 제가 바라고 있는 40대의 박영수인 것 같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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