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제29화 - 입이 헤픈 여자
[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제29화 - 입이 헤픈 여자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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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야, 한국 바이오 변하진 사장과 강혜림의 사이도 수상하잖아.”
“그 집에 한 번 찾아갔다고 색안경을 쓰고 봐서는 안 되지요.”
“어쨌든 왜 갔는지는 한번 알아보라고.”
나는 곽정 형사와 둘이서 목격한 일이기 때문에 곽 형사가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부탁 한 것이다.
“그런 걸 알아보려면 한수지 동생 한영지를 만나면 쉬울 텐데... 한영지는 입이 가볍고 남자  관계도 복잡하고 헤프다니까 비밀도 잘 이야기 해 줄 거야.”
나는 곽정이 한영미를 형편없는 여자로 말하기 때문에 열이 뻗쳤다.
“한영지는 그런 여자 아니야. 함부로 짓거리지 마!”
“여자? 응? 왜 그래?”
너무 열 받아 큰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곽정 형사가 눈이 동그래졌다.
“한영지는 듣던 이야기와는 달라. 아주 괜찮은 여자야.”
“너 왜 걔 일에 그렇게 열 받냐? 주책없이 걔한테 썸 타냐?”
역시 형사는 형사다.
이거 눈치 챘으면 무슨 망신인가.
“나이가 몇 살인데 썸을 타니. 내가 치매냐?”
나는 일부러 펄쩍 뛰었다.
그러나 한영지를 만날 핑계가 생긴 것이 기뻤다.
“알았어. 강혜림 일은 내가 알아볼게.”
내가 자청했다.
“그럼 나는 다른 각도에서 좀 분석해 볼께.”
곽정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는 것 같아 안도의 숨을 쉬었다.
“다른 각도?”
“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내의 기업 간 경쟁이 아주 치열해. 서로 스파이를 심고 기술자 빼가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더구나 재벌급 회사가 손을 대는 바람에 경쟁은 더 치열해 졌거든. 그래서 기업 간의 싸움이 살인 사건으로 번질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어. 한국 바이오에서는 연구원이 두 사람이나 희생되자 않았어?”
“재벌 기업도 나섰다고?”
“응. 국내 최대 재벌의 하나인 모 그룹에서는 장차 그룹을 이끌어 갈 핵심 산업으로 바이오와 I.O 및 의학의 융합을 들었어. 그룹 후계자는 공식 석상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룬다는 성언을 했거든.”
“음, 그게 국내 바이오 업계에 불을 질렀구나. 도대체 바이오산업의 외형을 얼마로 보는 거야?”
나는 그 분야에 무식하기 때문에 우선 돈의 규모부터 생각났다.
“미국의 유명한 한 금융 평가 회사는 그 재벌의 현재 바이오 융합 자산은 1조 5천억 원으로 평가했어. 앞으로 시장 규모는 7~8조 억으로 전망했대.”
나는 몇 조 라는 단위가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숫자였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바이오 관련 산업이 글로벌 전쟁을 앞두고 있다는 감만 잡을 수 있었다.
나는 곽정 형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면서 지하철 안에서 한영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서 단축 번호 키를 눌렀다. 
단축 번호 1번으로 이미 설정해 놓았다.
그렇다고 마누라가 보다 앞 선 것은 아니다. 
‘마누라 엄정현’의 단축 번호는 0번이다.
끝내 통화를 하지 못했다.
안타까웠다.
                                                         
내가 유성우와 약속한 잠실의 1백층 빌딩 스카이라운지에 도착하자마자 웨이터가 나를 알아보았다.
“유성우님 손님이시죠?”
“그런데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나는 그를 따라 복도를 한참 들어가 어느 방 앞에서 노크를 했다. 
그리고 나를 들여보냈다.
나는 들어서자마자 광대한 창문을 통래 한강과 함께 넓게 펼쳐진 서울의 빌딩 숲을 한눈에 조감 할 수 있었다.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몰랐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유성우가 일어서서 깍듯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흰 바지에 짙은 감색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모습이 산듯하고 깔끔한 청년의 인상을 주었다. 
헌칠한 키와 김수현을 닮은 수려한 얼굴이 더욱 돋보였다.
멋있다.
내가 여자라면 한번 찔러 보겠다.
“안녕하세요. 시간 내 줘 고마워.”
나는 그때 비로소 어디서 잔잔한 피아노 멜로디가 들리는 것을 느꼈다.
“웬 피아노 소리가...”
“아, 여기 서비스 입니다. 저쪽에서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불편하면 중지 시킬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이 방을 위해서만 연주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엄청나게 큰 방에 생음악 연주까지 하는 룸은 도대체 얼마나 비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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